지루한 장마가 물러가면서 이번주 부터 본격 휴가철이 시작됐다. 지난주 까지 일제히 방학에 들어간 각급 학교는 물론 사설 학원이나 어린이집들도 며칠씩 문을 닫으면서 올 여름 휴가는 이번 주와 다음 주가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직장인들도 휴가계획 짜기에 마음이 들뜰 때이다.
휴가를 뜻하는 프랑스어 '바캉스(vacance)'는 라틴어로 '빈자리'를 뜻하는 '바누스(vanus)', '무엇으로 부터 자유로워 지는 것'을 뜻하는 '바카티오(vacatio)'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틀속에 얽매인 일상(日常)을 버리고 얻은 심신의 자유를 통해 재충전을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휴가와 비슷한 의미의 '여가'는 그리스어로 '스콜레(scole)'라고 한다. 이 스콜레가 오늘날 학습을 뜻하는 '학교(school)'나 '학자(scholar)'의 어원이라는 사실도 흥미롭다. 쉬면서 교양을 쌓고 자기 계발을 한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국내 최초의 여가학(餘暇學) 전문가인 김정운 명지대 교수는 "인간은 본래 놀이를 즐기고 재미를 추구하는 호모 루덴스(homo ludens)"라며 "재미와 창조성은 동의어로 이는 창조경영과 맥을 같이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인식이 기업경영에 접목되면서 최근 2∼3년전 부터 '휴(休)테크' 개념이 확산되고 있다. '휴가'와 '기술(tech)'이 합성된 신조어로 '잘 쉬고 잘 노는게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휴테크 개념이 기업문화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요즘 기업들은 휴테크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아이디어를 실행할 수 있도록 휴가를 늘려 주는 아이디어 휴가제, 휴가를 몰아 쓰는 집중휴가제, 재충전의 시간을 별도로 주는 리프레시 휴가제 등을 도입하고 있다.
진정한 휴가는 몸과 마음을 푹 쉬게 하여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새로운 에너지를 분출할 수 있도록 자신을 재충전하는 것이다. 일본 기업 혼다의 창업자 쇼이치로는 "휴식은 대나무의 마디와 같은 것이다. 마디가 있어야 대나무가 성장하듯 사람도 기업도 쉬어야 강하고 곧게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젠 성숙한 휴가문화를 정착시켜야 할 때이다. 인파로 붐비는 유명 피서지를 찾아 불쾌한 기억만 잔뜩 안고 돌아오는 후유증을 언제까지 반복해야 할 것인가. 그건 우리 모두가 하기 나름일 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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