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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사람] 마트 주인서 서민 도우미로 변신한 양규서씨

"파산의 고통, 함께 해결해야죠"

전주 삼천동의 잘 나가던 동네 마트 주인이 어느 날 마트를 접고 민생경제 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섰다.

 

동네 마트라지만 운 좋은 날은 하루 매출이 수백만원에 달할 정도로 벌이가 괜찮았고 인근에서 "양 사장"을 모르면 간첩이라 할 정도로 장사 수완도 좋았다.

 

친구 가게에서 일을 배우고, 노점상을 해 모은 돈으로 1999년 전주시 삼천동에 굿모닝마트를 열었던 양규서씨(40). 그는 이제 '굿모닝마트 양 사장'이 아니라, '민생경제연구소 양 소장'으로 불린다. 과다채무자의 파산을 돕고 임대주택 문제에 관여하다보니 하루 수백만원의 매출은 한 달 수십만원의 벌이로 줄었지만 그는 지금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고 한다.

 

마트 사장이던 양씨는 지난 2005년 2월, 마트를 친척에게 넘기고 민주노동당원으로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섰다.

 

군산대 체육학과 87학번인 그는 대학시절 선배들의 손에 끌려 종종 '사수대'를 했고, 특전사 대테러부대에서 근무할 때에는 '전태일평전'을 접했다. 또 군복무시절, 익산의 한 사회과학서점을 운영하던, 최근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석방된 김형근 교사와의 만남도 가졌었다. 마트를 운영하던 중 우연히 신문광고를 보고 민주노동당에 가입했다는 양씨는 "당시 집회란 집회는 다 따라다녔지만 가슴 속엔 항상 '실천의 한계'라는 공허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양씨는 결국 2005년 마트를 접고 민주노동당 중앙당의 '경제민주화운동본부'에 뛰어들었다. 양씨는 이후 3개월간 서울 명동 신용회복위 앞에서 자문변호사들과 함께 파산 길거리 상담을 하면서 공부를 했다. 그리고 전주에 내려와 민노당 전북도당에서 파산업무를 담당하게 됐다. 이후 양씨는 파산 강연과 상담에 나섰고 '나홀로길라잡이'라는 도내 파산 면책자 모임을 꾸렸다. 어려운 이들끼리 서로 이해하고 돕자는 취지에서 생긴 이 모임은 현재 회원 400여명에 이를 정도로 활성화 돼 있다.

 

양씨는 "신용불량과 파산, 면책은 개인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사회의 잘못된 구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며 "파산업무는 정당이나 시민단체가 아닌 국가가 맡아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민노당 중앙당 민원실에서 6개월간 일했던 양씨는 올해 초 다시 전주로 내려와 지난 5월 전주시 경원동에 민생경제연구소 사무실을 열었다. 민원실에서 근무한 반년 동안 배운 것도 많았지만 현장과 괴리돼, 고립된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민생경제연구소장인 양씨는 여전히 파산 상담과 강연을 하며 도내를 누비고 있다. 한 때는 고향인 순창 동계에서 파산 상담을 하다 동네 노인들에게 "저 놈이 동네사람들 다 신용불량자 만든다"는 누명도 썼지만 양씨는 이 일을 계속할 생각이다. 또 앞으로는 임대 주택 등 주택문제도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양씨를 취재한 20일 오후 1시, 민생경제연구소에서 기자는 한 시민을 만날 수 있었다.

 

70대 초반의 이 남성은 10억 정도 재산이 있었지만 부인과 아들이 다단계에 빠져 모든 재산과 집을 날리고도 상당한 빚을 지고 있다고 한다. 노년에 들어 빚 갚을 능력은 없고 지금은 예전 집 근처, 원형 콘크리트통 안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양씨는 설명했다.

 

양씨는 "어렵고 억울한 서민들이 정치의식을 가져야 하지만 우리에게 정치는 돈과 권력을 가진 이들의 전유물이 되고 있다"며 "파산, 주거 문제 때문에 힘겨워하는 시민들이 패배의식 대신, 함께 잘 살기 위한 의식을 갖고 노력할 때 세상은 좀 더 나아질 것이다"고 말했다.

 

임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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