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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 형식적인 다문화 프로그램

"우리도 정말 힘들 정도로 이주여성을 위한 서비스가 갑자기 많아져 때론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여기저기서 많은 설문지들이 쏟아집니다. 남편의 월급과 직업, 남편과의 나이차, 성관계 횟수, 초·재혼 여부, 친정에 보내는 돈의 액수 등을 물어봅니다. 왜 궁금한지 모르겠어요."

 

국제결혼을 한지 4년된 베트남 출신 여성은 이주여성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들이 고맙긴 하지만 때론 참석 댓가가 곤혹스러울 때도 많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골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다문화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등 호의는 고맙지만 필요성에는 못미치며, 때로는 귀찮은 일이 더 많다는 것이다. 다문화 프로그램이 대부분 획일화돼 있는데다 이주여성들이 정작 원하는 프로그램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다문화지원센터도 힘들어 하기는 마찬가지다. 행정기관에서 내려오는,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하는 프로그램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다문화지원센터로 지정되기 이전부터 자생적으로 생겨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노하우를 쌓았던 센터들은 이제 획일화된 프로그램을 진행하느라 다른 일은 생각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다문화 프로그램이 넘쳐나고 있지만 프로그램의 수혜자도, 운영자도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이주여성들의 실질적 필요에 따른 프로그램의 발굴과 운영이 아니라 행정기관에서 내려오는 획일화된 프로그램이 운영되기 때문이다. 아래로부터의 필요가 아닌 위로부터의 지시에 따른 프로그램이 부르는 당연한 귀결이다. 이 과정에서 도시와 농촌 등 지역적 특성은 무시된다. 결국 센터들은 지원받은 예산을 소진하기 위해 획일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이주여성들은 동원되거나 혹은 무관심하거나 둘 중의 하나가 되는 셈이다.

 

과연 누구를 위한 다문화 프로그램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주여성의 현실적 필요성을 반영한 다문화 프로그램의 발굴과 운영이 필요하다. 또 농촌과 도시 등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프로그램의 다양성도 담보돼야 한다.

 

이주여성이 주체가 되지 못하고 객체로 대상화되는 다문화 프로그램은 형식적, 생색내기식 운영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임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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