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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 궁색한 변명만 내세운 전주시

지난해 10월 아이들이 전주천에 '아지트'를 만들었다는 소식에 현장을 찾았다. 회색빛 콘크리트 교각 벽면에 아이들이 가로 세로 20cm 크기 타일을 붙였는데, 700여장의 타일 한 장 한 장에는 아이들이 고사리손으로 각양각색의 그림을 그려넣어 그야말로 멋진'타일벽화'가 됐다.

 

또 벽화에는 아이들의 '아지트' 준공을 축하하기 위해 현장에 참석한 송하진 전주시장을 비롯한 각계 어른들의 축하메시지와 그림들도 채워졌다.

 

그후 기자도 어은교를 지날때마다 타일 벽화가 잘 보존되고 있는지 유심히 바라봤었다. 그런데 지난 9일 다급한 전화 한통이 걸려왔고, 현장을 찾은 기자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타일벽화가 페인트로 덧칠된 것.

 

순간 준공식 당시 각자의 타일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너무나 좋아하던 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 광경을 아이들이 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기자가 이런 마음인데, 아이들과 함께 6개월 동안 아지트를 만든 참여자들은 어떠할까. 그런데도 현장에 나왔던 전주시 공무원은 변명이 앞섰다.

 

'뭐라 드릴 말씀은 없지만 원래보다 더 멋있는 곳으로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 방향을 말해달라'며 어린이집 선생님들을 채근했다.

 

다시 만들어준다고 이미 받은 아이들의 상처가 치유될까. 아마도 '다시 해주면 되지'라는 어른들의 무책임한 행동에 더 큰 상처를 받을까 두렵다. 시 관계자는 공사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다고 변명했지만 이는 현장에 대한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아 발생한 명백한 '인재'였다.

 

공사 현장에 공무원이 있었다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변명과 복원 보다 아이들이 받았을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먼저다. 어른들의 궁색한 변명으로 또 한 번 상처를 줘서는 안된다.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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