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집중점검-장애인 이동권] "삼천서 산책하고 싶어요"

전주 효자동 인근 진입로·편의시설 전무

"멋진 곳을 만들어 놓기만하면 뭐해요. 우리같은 장애인들도 산책을 하고 싶지만 그림의 떡이지요."

 

지난 25일 전주시 효자동 삼천에서 만난 중증장애인 이연호씨(24). 기자에게 전한 첫마디는'나도 산책하고 싶다'였다.

 

중증장애인시설연대의 도움으로 전동휠체어를 탄 이씨는 이날 전북도청 주차장에서부터 삼천까지 산책하기에 도전했다. 첫 산책에 이씨는 설레여 보였지만 그것도 잠시, 진입을 위한 경사로 앞에서자 당황해 했다.

 

"전동휠체어로 내려가도 아찔한 경사인데 일반 휠체어로는 바로 죽음의 레이스 시작이 될 것 같군요."그의 얼굴에 착잡함이 묻어났다. 그래도 삼천 진입을 위한 경사로를 아슬아슬하게 통과한 그는 마음껏 산책로를 달렸다. 음악벤치에 내려서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하는 이씨는 그러나 다시 산책로로 들어서자마자 5cm 높이의 턱 앞에서 10여분이나 쩔쩔맸다. 턱을 넘기위해 전동 휠체어의 속도를 높이자 휠체어가 뒤로 기울어졌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기자의 도움으로 겨우 빠져나온 그의 얼굴엔 땀이 흘러내렸다.

 

전주시청에 따르면 현재 삼천에 설치된 경사진입로는 16개. 진입때 이중 손을 잡을 수 있는 펜스가 설치된 곳은 서신동 e편한 세상 아파트 앞 2곳 뿐이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설치된 펜스를 이용하기도 어려운 상황. 전주시청측이 밝힌 진입 경사로의 경사각은 평균 10~12%. 그러나 이 경사각은 평균값일 뿐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 편의시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반인 기준으로 진입이 가능한 경사로다.

 

이 구간 산책로에서 장애인들이 겪어야 하는 난관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현재 삼천에 설치된 화장실은 3곳. 그러나 모두 장애인은 사용할 수 없는 비장애인용이다. 전체 화장실 중 2곳은 고정식이고 한 곳이 이동식이지만 이동식 화장실 조차 두계단을 올라서야만 이용할 수 있는 상태다.

 

이씨는 "주변사람들의 도움으로 산책을 나왔다 하더라도 갑자기 생리현상 신호라도 오게되면 여러사람들이 고생할 일이 뻔하기 때문에 장애인들은 선뜻 산책에 나서지 못한다"고 말했다.

 

전북시설생활인인권연대 강현석 상임대표는"장애인이 사용할 수 없는 시설은 더이상 편의시설이 아니다"며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시설 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편의시설이 설치되어야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비장애인들의 시선에서 편의시설이 설치되고 있는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윤나네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李대통령, 국회 초당적 협력 요청... “단결과 연대에 나라 운명 달려”

국회·정당인공태양(핵융합)이 뭐길래..." 에너지 패권의 핵심”

국회·정당“제2중앙경찰학교 부지 남원으로”

정치일반전북도청은 국·과장부터 AI로 일한다…‘생성형 행정혁신’ 첫 발

정치일반전북 ‘차세대 동물의약품 특구’ 후보 선정…동물헬스케어 산업 가속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