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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창업하지 말라, 특히 건설업은 절대로…

한기봉(전문건설협회 전북도회 사무처장)

실직상태에서 1~2억원의 현금이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재취업이 하늘의 별따기인 현실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창업을 생각해 볼 것이다. 하지만 창업하지 말라. 특히 건설업은 절대 하지 말라.

 

2010년말 현재 전북의 전문건설업체 수는 2142개다. 여기에 일반건설(종합건설), 전기,통신,소방,설비,주택건설업체 등을 더하면 대략 4000개의 건설사들이 영업하고 있다.

 

전북의 인구가 175만5000명(인구주택총조사 가집계치)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숫자다. 반면 인구 370만의 부산시는 건설회사수가 우리보다 30%나 적다. 지역 경제규모까지 감안하면 전북이 부산에 비해 건설업체수가 5배쯤 많다는 얘기다. 실정이 이러한데도 건설회사를 차리고 돈벌기를 바랄 것인가?

 

그러면 다른 분야는 어떠할까? 비교적 관리가 쉽다는 통닭집, 피자집 등 특별한 기술이 필요없는 자영업이나 미용실, 자동차수리점 등 일정 수준의 기술이 필요한 분야도 넘쳐난다. 심지어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조차도 개업한 뒤 몇 안되는 직원의 급여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사람들은 왜 창업할 궁리만 할까?

 

'나는 특별한 능력이 있으니까', '나는 좋은 인맥이 있으니까', '아이템이 특별하니까'에서 '누가 이 사업으로 큰 돈을 벌었다더라' 이유는 다양하다.

 

필자는 건설관련 창업상담을 자주하는 편이다. 지인들의 소개로 상담하러 오는 사람들에게 필자는 '당신은 재산이 얼마인가?'를 먼저 묻고 '절대 창업하지 말라'고 권한다. 그리고 이유를 설명한다. 약 2억원의 현금을 투자하여 건설회사를 차리면 대개 2년이면 원금을 모두 날린다. 하지만 150만원짜리 월급쟁이가 되면 매달 300만원씩 지출해도 10년은 거뜬히 산다. 게다가 은행이자와 약간의 절약, 국민연금을 더하면 30년도 버틸 수 있다. '불확실한 2년에 투자할 것인가?, 아니면 확실한 30년에 투자할 것인가?

 

셀트리온이라는 제약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자본금 580억에 시가총액이 4조원 가까이 되는 회사다. 그야말로 대박난 회사다. 이 회사의 창립자들은 외환위기 때 공중분해된 대우그룹에 근무하던 사람들이다. 그중 대표격인 현재의 회장은 창업을 위해 미국에 건너가 2년여를 문전걸식하다시피하며 떠돌아 다니다 셀트리온의 창업계획을 세우고 돌아왔다. 그가 돈이 없어 미국의 무상급식소를 찾았다가 '넥타이 맨 당신의 복장은 이곳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핀잔 받았다는 일화도 있다.

 

이사람이 셀트리온을 창업한 이유중 중요한 두가지는 이 분야가 미래산업이라는 것과 진입장벽이 높아 일단 진입하면 다른 경쟁자들이 따라올 수 없어 안정적 수익성이 확보된다는 것이었다.

 

창업의 조건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필자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안정성과 어느 정도의 지속성이다. '남이 통닭집해서 돈벌었다니 나도 해보자'라는 생각은 아주 위험한 생각이다. '내가 통닭집을 할 수 있다면 또다른 많은 사람도 똑같이 통닭집을 할 수 있을거니까 경쟁이 치열할 것이다'고 생각하는게 옳다.

 

차라리 '당신이 먼저 시작했으니 당신이나 벌고 그 대신 나에게 일자리나 마련해 달라'고 하는 것이 서로 윈윈하는 길이다. '이번에 개발된 통닭의 맛은 특별하니까 경쟁력이 있다'는 생각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통닭 조리방법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어서 가까운 장래에 나의 조리법을 능가하는 획기적인 방법이 개발될거니까.

 

그래도 창업을 하겠다면 전혀 새로운 분야에서 남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아이템을 찾아라. 남이 하고 있는 것, 특히 건설업은 절대 하지말라.

 

*한기봉 사무처장은 전주고와 한국외국어대를 졸업했다. 해병대 장교로 전역한 뒤 한국통신공사 전북지사 행정직과 전라일보사 취재기자를 거쳐 대한전문건설협회 전북도회에 입사, 현재 사무처장직을 맡고 있다.

 

/ 한기봉(전문건설협회 전북도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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