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호 (중소기업중앙회 전북본부장)
'뿌리산업'의 사전적 의미는 '주조·금형·용접 등 소재를 부품으로, 부품을 완제품으로 생산하는 기초 공정산업을 의미한다'라고 되어있다. 자동차산업의 경우 차량 1대 생산시 6대 뿌리산업(주조·금형·용접·소성가공·표면처리·열처리) 관련 비중은 부품 수 기준 90%(22,500개), 무게기준 86%(1.36ton)를 차지 할 정도로 겉으로 들어나지는 않으나, 최종 제품에 내재(內在)되어 품질과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이며,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을 형성하는 중요한 산업임에 틀림없다.
흔히 일본 제조업의 경쟁력은 중소기업으로부터 나온다고 하며,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이라고 불리는 '모노쯔쿠리(monozukuri) 정신'은 세계시장에서 제조업 강국으로 경쟁력을 가지는데 기초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뿌리산업의 경우는 그 기술수준이 선진국들과 비교하여 크게 못 미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3D업종으로 기피돼 왔고 최근에는 사양산업으로까지 알려지면서 신규인력 유입도 활발하지 못해 40대 이상 종사자가 53%를 차지할 정도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에서 발표한 뿌리산업 구조고도화, 인력공급 시스템 개선, 기술역량 강화 등을 통해 새로운 3D(Digital, Decent, Dynamic)로 바꾼다는 야심찬 계획이 단기의 가시적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향후 미래를 위한 국가기반을 수립한다는 생각으로 세워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이 인재육성이다. 즉, 뿌리산업 중소기업을 젊은 인재들이 가고 싶어 하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젊은 청년층들이 취업이라는 높은 장벽을 실감하고 현실에 밀려, 어쩔수 없는 중소기업으로의 취업은 단기적인 근무에 머무르게 된다. 그러나 뿌리기술은 특별한 공식이나 형식없이 현장에서의 오랜 경험과 노하우로 쌓이는 지식으로, 세계적 명품은 모두 이런 뿌리기술에서 탄생했고 우리도 세계적인 기능명장을 기르려면 우수한 인재가 뿌리산업에 모이도록 타당한 유도책을 마련해야만 한다.
또한, 뿌리산업 육성정책이 구호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정교한 대책을 세우기 위해선 철저한 실태조사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뿌리산업체는 대부분 규모가 영세한 관계로 업체수와 제조품목·재정·매출 등에 대한 조사가 정확히 이뤄지기 어렵고 어떤 분야에 어느 정도 인력이 필요하고 어떤 기술을 키워야 하는지 등의 정확한 데이터를 얻기가 쉽지 않은 만큼, 관련 협회와 단체가 공동으로 참여하여 여기서 추출된 자료를 근거로 기술력 및 인력양성을 위한 체계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전라북도의 경우 뿌리산업에 종사하는 기업은 77개(2010년)이며 이 중 종업원수 10인 미만 기업이 63%를 차지 할 정도의 영세한 규모로 도내 수요의 40% 정도밖에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인재육성·특화단지 조성 등의 조치도 필요하겠지만, 우선적으로 '선도 뿌리기업은 핵심기술 개발을 통한 글로벌 선점', 그리고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한 기업은 정책적 기술지원을 통한 기술개발 역량 제고'라는 두 축이 선순환 되는 체계가 필요한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기존의 뿌리산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지원기관을 선정·지원하여 세밀하고 전문적인 육성관리로 전라북도가 새로운 뿌리산업의 메카로 자리매김 될 수 있길 바란다.
용비어천가에서 '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에 움직이지 아니하므로 꽃이 좋고 열매도 많다'고 했듯이 뿌리산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여름철 더 풍성하고 아름다운 꽃과 가을의 튼실한 열매를 따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부지런히 김도 매주고 비료도 충분히 주어야 한다.
/ 장길호 (중소기업중앙회 전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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