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전주고 교사)
혁신학교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교육의 틀을 바꿀 수 있는 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굳이 혁신학교라 명명하지 않더라도 이미 상당수의 학교에서는 나름대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학교 문화를 바꾸어 가고 있기도 하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학교 구성원의 자발성과 헌신성에 있다는 점은 말할 필요가 없다. 여기에 한 가지를 첨가한다면 지역을 토대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필자는 혁신학교는 철저하게 지역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 지역 학생을 중심으로 학교문화를 바꾸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야 지역도 살고 학교도 산다. 흔히 폐교 직전의 학교를 살렸다 하며 홍보하는 학교를 보면 하나같이 인근 지역에서 전학 온 학생들이며 그 지역에 거주하지 않고 통학하는 학생들로 채워진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는 남한산초등학교나 거산초등학교의 경우 대부분의 학생이 통학을 한다. 현재 전북지역에서 시행되고 있는 여러 유형의 혁신학교에서 추후 그 성과를 이야기 할 때, 더 나아가 성공여부를 이야기 할 때 학생수의 증가를 제시할 것이다. 대부분 학생을 다른 지역 학생들로 채워 운영했을 때 이를 성공한 학교라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이런 경우 학생들 간의 학력 격차가 나타나거나 지역사회 갈등을 유발시킬 수 있는 소지가 있다. 실제 모 초등학교의 경우는 전주, 읍내에서 통학하는 학생들로 대부분 채워졌다. 아무리 좋은 학교라 하더라도 초등학생 때부터 지척에 학교를 두고 원거리 통학을 시킨다는 것이 과연 교육적인가 생각해 볼 일이다. 지역과 학교가 공존할 수 없을 때 증가한 학생수는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더 나아가 지역의 중·고등학교와도 연계되어야 한다. 사실 잘 운영된다고 하는 초등학교 졸업생은 대부분 또 다른 상급학교를 찾아 지역을 떠난다. 그 자체의 성과로 끝나고 만다. 심하게 말하면 학부모와 학생은 단물만 빨아먹고 떠나는 형국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당연히 지역을 기반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역 인재육성의 중요한 틀에서 중·고등학교와의 연계는 필수적이다. 가령 어느 지역에 초등학교를 혁신학교로 지정했다면 연차적으로 그 지역의 중·고등학교로 확대해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고산중학교의 움직임은 삼우초등학교의 긍정적 학교 운영에 기인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앞으로 혁신학교가 지속적으로 학교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시사점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혁신학교는 지역 지자체(사회)와 유기적인 관계를 맺어야 한다. 혁신학교는 당연히 그 지역 활성화와 맞물려 있다. 그래서 지자체가 그토록 교육 분야에 예산을 쏟고 관심을 갖는 것이다. 혁신학교를 이루고자 하는 주체는 지역사회와 함께 하여야 하고, 지역시회의 고민을 함께 풀어가야 한다. 그래야만 장기적으로 혁신학교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다. 요사이 경기도에서 말하는 혁신교육지구와 같은 개념으로 나아갈 수 있다. 혁신교육지구는 학교를 넘어 교육청 및 교육지원청, 지자체, 교육시민사회단체 등 지역공동체가 힘을 모아 새로운 교육협력 모델을 구축하고자 하는 것이다.
현재 학교 교육이 비정상적이기 때문에 혁신학교를 필요로 하는지도 모른다. 어떻게 보면 학교 교육을 정상적으로 되돌리는 것이 혁신학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혁신학교에 대한 관심이 큰 만큼 현재의 우리 교육현실이 암울하게 비춰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현재의 교육 속에서 희망을 찾으려는 이유는 아직도 열정적인 선생님이 학교에서 열심히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본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