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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언 교수(전북대 교양교육원 수학전공)

"자연계 기피현상…논리적 사고 결여된 사회는 대가 치른다"

한상언 교수가 논리적 사고에서 찾는 수학의 매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안봉주(bjahn@jjan.kr)

전북대 한상언 교수(52. 교양교육원 수학전공)와 인터뷰를 한 8일은 연구실에 경사가 있었다.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가 주관하는 2011년도 '올해의 과학기술 우수논문상' 수상자로 수학분야에선 유일하게 선정됐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영상 정보화시대를 맞아 위력을 떨치는 케이스다. 개인 스스로 수학이론을 창안했다. 100여편의 굵직한 논문과 활발한 학술활동은 순수위상수학과 디지털위상수학분야에서 국내·외적인 주목을 끌게 한다.

한상언 교수가 4차원 이상 디지털 이미지의 수학적 해석에 관한 기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모형을 이용해 설명하고 있다. 안봉주(bjahn@jjan.kr)

 

대개 학창시절 수학을 떠올리면 딱딱하고 힘든 과목으로 머릿속에 남아 있기 십상이다. 이날 인터뷰를 하면서도 생소한 용어와 내용들이 튀어나와 진행이 여간 어렵지 않았다. 그만큼 반복질문이 이어졌다. 앞머리를 2:8로 반듯하게 탄 가르마처럼 그의 모습은 깔끔했다. 미소를 띄엄띄엄 지었지만 수학으로 무장된 생활이 정장의 차림새에서도 정갈하게 배어났다. 자연계 진학 기피현상에 대한 질문에 "논리적 사고가 결여되면 그 사회는 대가를 치른다"고 말했다.

 

-이번에 큰 상을 수상하게 됐습니다.

 

"개인적으로 영광입니다. 이 상은 우리나라 과학기술분야 모든 학술단체들의 모임인 과총이 대표적인 학회 추천을 받아 분야별로 1명씩 선발하게 됩니다. 디지털위상수학과 디지털기하학의 그동안 연구활동을 인정받아 대한수학회가 추천했지요."

 

-디지털위상수학과 디지털기하학이란 무엇을 연구하는 분야인가요.

 

"순수 기하학과 공학적 사고의 결합으로 보는 거죠. 수학분야와 컴퓨터과학 및 정보통신분야 학문과의 융합학문입니다. 컴퓨터과학, IT분야에 사용되는 도형의 기하학적 성질을 연구한다 할까요. 그래서 기하도형의 효율적인 해석과 활용에 필수이고, 병원에서 쓰는 컴퓨터 활용 전자기계(MRI.단층촬영기)의 기술발전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있습니다. 이 분야는 1990년대 컴퓨터과학과 정보통신의 급속한 발전과 더불어 전성기를 맞게 됐어요. 이산객체(점, 선, 면, 원, 구, 다면체 등으로 구성된 유한집합)에 의미 있는 위상구조를 주어서 이산객체의 중요 성질을 찾는 연구 열기가 고조되고 있는 겁니다."

 

-내용 설명이 이해하는데 상당히 어렵네요.

 

"그럴 수도 있지요. '디지털'이란 말이 들어가는 분야엔 이 연구가 다 필요하다고 보면 됩니다."

 

-수학자의 길로 가게 된 계기는 뭐죠.

 

"단순히 풋내기 대학시절 캠퍼스 연못 속에서 헤엄치고 있는 몇 마리 물방개 때문이었습니다. 인상이 깊었어요. 자유자재로 놀고 있는 몸놀림을 본 것입니다. 그 광경은 '자유롭게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생산할 수 있는 학문은 무엇일까'란 생각을 던져줬습니다. 그러던 중 당시 위상수학을 연구하는 교수님들로부터 관련 얘기를 들을 기회가 많아 그 쪽으로 빠져들게 됐습니다."

 

-어릴 적 꿈이 궁금해지는데요.

 

"생명공학자가 되길 원했습니다. 뭘 만드는 게 취미였거든요. 그러나 대학에 진학하면서 그때 초등학교 교사였던 아버지의 권유로 사범대를 택하게 됐습니다. 교직으로 가라는 말씀이었어요."

 

-학창시절 수학성적은 꽤 좋았을 것 같습니다.

 

"(웃으며)아니죠. 수학은 누구에게나 그리 만만한 상대는 아니라고 봅니다. 거기서 예외일 순 없었지요. 대학에 들어와서야 '수학이란 무엇인가' 에 대해 스스로 큰 물음이 있었습니다. 대학시절에도 '수학은 왜 이해하기 쉽지 않은가'를 두고 고민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수학이 재밌나요.

 

"재미 보다는 사실 즐거운 맘으로 공부하려는 거죠. 그러면 즐겁게 하는 그 방법이 뭐냐고 또 물을 텐데요. 문제는 생각보다 간단해요. 수학의 기본개념을 충분히 이해한 다음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있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무슨 공부든 '열심히 하면 된다'고 하지만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진 않습니다.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데 어떻게 오래 갈 수 있겠습니까. 결국 성공할 수도 없지요."

 

-그렇게 하면 정복도 가능하다는 얘깁니까.

 

"완결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완성도는 크고 작은 문제해결이란 경험도 쌓아야 가능하니까요. 그런 경험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나아가 창의성이 풍부하다면 그 차별성과 독자성도 기대할 수 있겠어요."

 

그는 '창의성'이란 말을 소나무 밑에서 자라는 송이버섯과 비유했다. 송이버섯의 종균이 적절한 환경이 되면 잘 자라게 되는 이치가 창의성이란 설명이다.

 

-수학에서 얻는 매력은 무엇인가요.

 

"다른 학문에 비해 논리성이 강한 특성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사고의 자유로움과 유연성을 찾을 수 있다는 게 매력입니다. 기본 개념과 가설, 공리를 기초로 합리적 논리와 확실한 결과를 도출하는 사고 과정이 마음을 사로잡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이처럼 수학의 본질은 정확한 사고, 논리개발, 유연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수학은 어쩌면 시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시와 비슷하다는 건 어떤 뜻입니까.

 

"개념을 극도로 축약된 언어로 표현하고 결과도 매우 정선된 언어로 표현하는 점에서 그리 본 것입니다. 수학이나 시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결과를 표현하는데 있어 공통분모가 있어요. 진행과정도 그렇습니다. 우선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기본 가정이나 가설을 구성한 다음 기본 정의를 만들고 논리적인 사고 전개를 거쳐 결론을 도출하는 겁니다. 이런 과정 끝에 이끌어낸 단아한 표현에서 연구의 희열을 느끼곤 합니다."

 

(기자에게 본인이 쓴 논문 한편을 보여주며) 시그마(Σ)와 루트(√) 등으로 구성된 짤막한 수학공식을 가리키며 "얼마나 단순하고 우아합니까. 시도 이런 거 아니겠나요"하고 감탄 섞인 반문을 했다.

 

-힘든 적은 없었나요.

 

"왜요, 그런 때가 많았습니다. 어떤 분야의 학문이든지 기본이 되는 개념의 이해가 절대적이잖아요. 개념 이해가 안 되면 힘들어지기 마련 아닌가요. 결과에 대한 적절한 예를 찾지 못할 때는 심리적 압박이 말도 못할 정도입니다. 고도의 수학 세계로 가면 더 그렇습니다. 그럴 땐 연구의 한계마저 느껴지기도 합니다. 부족하면 학문의 하부구조를 보강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돼요. 당장 어려운 과정을 대충 넘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자녀들은 다른 과목에 비해 그 공부가 어떠했나요.

 

"…."

 

그는 질문을 하지 말아달라는 손사래를 두서너 번 쳤다. 그러고선 "칭찬을 많이 해주는 '바보 아빠'가 됐어야 했습니다. 내 스스로 조급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라며 작은 목소리로 깔았다.

 

-요즘 자연계 진학 기피현상이 적지 않다는 건데요.

 

"교육현장에서 그런 정황을 알고 있습니다. 이건 우리사회의 큰 문제 중 하나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수학적 사고와 논리적인 사고가 결여된 사회는 그 대가를 치르거든요. IMF 환란도 그러했고, 최근 경험한 미국발 금융위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결코 가볍게 여겨선 안 될 일입니다. 선진국에서도 기초학문 분야를 어려워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그래서 미국과 유럽 등 과학 선진국에서는 기초학문 부흥을 위한 학습활동으로 '기본으로 돌아가라'를 새수학 운동의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습니다."

 

-수학 잘하는 비결이 있습니까.

 

"특별한 방법은 없어요. 일반적으로 수학이 어렵게 인식된 것은 심리적인 면이 앞서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생각하기도 전에 미리 긴장하는 선입감이 불필요하게 작용하는 것입니다. 수학은 논리가 다른 분야 보다 명백하기 때문에 기본 단계를 닦으면 오히려 기대치가 확실하거든요. 다만 평소 주변생활에서 가능한 수학적 사고를 적용하는 노력이 필요해요. 그걸 생활화하고, 즐기려는 의식 말이죠. 나아가 창의적인 사고를 진행하는 동안은 사고의 무질서를 인정해야 합니다. 수학은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아서요."

 

그는 수학 공부하는 방법으로 미리 꼼꼼히 적어놓은 15가지 학습법을 제시했다. 거기서 반복적인 내용이나 다른 학문과 유사한 건 인터뷰 내용에서 배제했다.

 

◆ 한상언 교수는...

 

한상언 교수는 군산시 임피면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 초등 교사였던 아버지 한택수씨(81. 청주한씨 중앙종친회 부회장)와 어머니 박옥희씨(2003년 작고) 슬하에서 4남2녀 중 장남으로 엄격한 규율과 예절교육을 받고 자랐다. 그래선지 살면서 중요시하는 가치를 기본과 본질, 예절이라고 소개한다.

 

익산 남성고교와 전북대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전남대 대학원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가족은 전라북도 예비고사(1980년) 수석과 전북대 수석 입학 및 수석졸업 출신인 부인 김배규씨(익산 어양중 교사)와 대학교 재학중인 두 아들이 있다. 2009년부터 전북대에서 연구중점 교수로 선정됐으며, 현재 미국수학회 논문 평가위원과 유럽수학회 논문 평가위원, 대한수학회 이사 등을 맡고 있다.

 

◆ 한상언 교수의 연구실적

 

디지털 영상이 수많은 점으로 이루어졌으나 마치 실선으로 이어진 것으로 적당히 해석된 이유는 뭘까. 디지털위상수학과 디지털기하학이 제대로 연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디지털 이미지를 수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도구는 2,3차원에 국한됐다. 4차원 이상은 해석할 수 없었다.

 

그러나 한상언 교수가 이 문제를 해결했다. 모든 차원의 디지털 영상을 수학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이론들을 개발한 것이다. Han's 디지털 피복 이론, 상대적 디지털호모토피이론, 고차원 디지털 이산 곡면론을 정립했다. 15년간의 연구결정체다. 이 이론은 세계적인 과학책 출판사인 독일 '스프링거' 및 Elsevier 출판사에서 출판하기도 했다. 그는 "4차원 이상의 디지털 영상을 해석하려면 이 이론을 이용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디지털 암호학 발전에도 기대가 크다"고 전망했다.

 

지난 1990년부터 SCI급 25편을 포함 104편의 논문과 10권의 저서를 출판하면서 연구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해 왔다. 이런 연구가 우수성이 인정되어 수학 및 응용수학 분야의 SCI 최고 수준의 국제저명학술지인 Journal of Mathematical Imaging and Vision(JMIV) 2008년5월호에 게재됐다. 한국 과학자 단독논문으로는 최초다. 그리고 Information Sciences, ACTA Applicandae Mathematicae, International Journal of Applied Mathematics and Computer Sciences, International Journal of Computer Mathematics, JKMS 등에 발표해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그간의 탁월한 성과가 세계적으로 평가받게 되어 2008년 세계 양대 인명사전인 Who's who in the world(미국)와 IBC(영국)에 동시 등재됐다. 국제학술회의 논문발표가 40여회에 달하고 초청강연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25일부터 유럽의 크로아티아 드뷰르니크에서 개최되는 '기하적 위상수학' 분야 국제학술대회에서는 '국소 유한 공간 기하학(Geometry of locally finite spaces)'을 주제로 논문을 발표한다.

최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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