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곤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지난 5월초 서울 모대학 최고경영자과정 동문들과 함께 부부동반으로 강원도 태백시를 찾았다. 태백산맥의 모산인 태백산을 비롯해 한강과 낙동강의 발원지를 둘러보는 등 고원 분지형 도시 태백시를 두루 둘러보았다.
태백시는 시 전체가 매봉산, 천의봉, 백병산, 함백산, 금대봉 등 수려한 경관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는 650m의 고원분지로서, 우리나라 최대 하천인 한강과 낙동강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낙동강은 황지동에 위치한 황지연못에서, 한강은 북쪽 계곡인 검용소에서 각각 발원하고 있다.
태백시는 태초에 환인의 아들인 환웅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산이 태백산이라고 하여, 신산(神山)으로 성역(聖域)처럼 숭배되었을 정도로 험준한 산만이 있는 곳이어서 별다른 산업이 없는 곳이었으나, 일제때 탄광이 개발되기 시작한 이후 광업이 성하다가 지금은 관광업이 주된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한때 태백은 640만톤의 석탄을 생산하여 국내 석탄 생산량의 30%를 차지하면서 전국 제1의 광도로 국가 발전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여 왔으나, 1989년부터 시작된 석탄산업 합리화사업으로 인해, 광산의 대부분이 문을 닫고 현재는 지역의 특성을 살려 관광도시로 새롭게 발돋움하고 있다.
태백시의 소개로 우리를 안내해 준 자원봉사 안내원도 광부의 아들로 태어나 지금은 태백을 찾는 외지 손님에게 관광안내를 주임무로 하고 있었다. 관광안내원의 상세하고도 정감이 가는 설명을 듣다보니 저절로 내 고향 진안이 떠올랐다. 바로 내 고향 진안과 태백은 쌍둥이처럼 닮아 있던 것이다.
진안군은 소백산맥과 노령산맥이 서남 방향으로 아주 가까이 평행한 고원지대이고 태백과 유사하게 약 82%가 산악지대이다. 또한 진안고원에서 북류하는 금강과 남류하는 섬진강의 두 강이 발원하는 것도 꼭 닮았다. 생각하면 할수록 진안과 태백은 지리적 요건이 많이 닮아 있다.
그러나 현재 태백시가 넘치는 관광객으로 활발한 반면, 우리 고향 진안을 찾는 관광객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태백시가 곳곳의 산과 광산 유적·유물들에 스토리를 붙여 관광상품화하고 있었지만, 우리 진안에 있는 마이산, 운장산, 운일암 반일암 등등은 본래부터 내려오는 전설과 스토리가 특이한 자연경관과 더불어 훨씬 경쟁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이산만 보더라도 그 특이하고 오묘한 생김새와 함께 신비로운 탑사와 역(逆)고드름 현상 등 관광자원은 물론 마이산의 생성설화, 탑사에 얽힌 전설적 유래 등등 비교할 수 없는 훌륭한 관광거리, 볼거리, 들을 거리들이 아닌가.
마이산에는 먼 옛날 큰 죄를 지어 하늘나라에서 쫓겨난 한 산신 부부가 이 세상에 내려와 살다가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승천할 기회를 얻어, 승천하던 중 아랫마을 아낙네에게 들켜 그대로 산이 되었다는 생성설화나, 조선 태조 이성계가 100일 치성을 드렸다는 이야기, 도저히 혼자 쌓았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 자연석 돌탑이 100여년의 풍상 속에도 끄떡 없이 견고하게 버티고 있는 석탑군의 세계적 불가사의 등등은 그 스토리만으로도 흥미진진하기 그지없다.
현대는 스토리텔링의 시대라고 한다. 뛰어난 산천·유적과 흥미진진한 스토리들을 엮어 관광자원화한다면 우리 고향 진안도 외래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날들이 오지 않을까. 지난 봄날 태백에서 고향을 그리며 꾸어본 꿈의 한자락이다.
*박철곤 사장은 진안 출신으로 한양대를 졸업하고 전주대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25회)를 통해 공직에 입문한 후 국무총리 국무조정실 총괄심의관과 기획관리조정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차관급)을 거쳐 지난 6월 1일 한국전기안전공사 제 14대 사장에 취임했다.
/ 박철곤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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