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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식 다산북스 대표

"다산의 '실사구시' 실천, 지식의 즐거움 대중에 주고싶어"

 

올해 초 문학상과 관련된 자리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 요즘 '꽤 잘나가는' 출판사 대표라고 했다. 반곱슬 머리에 나이를 가늠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젊어 보이는 그는 말수가 별로 없어 보였다. 그런데 책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태도가 바뀌었다. 명쾌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사람을 집중시키는 힘이 있었다. 자신의 출판사에서 발간한 책들이라고는 해도 그처럼 확신에 가득 차 소개하는 것은 좀체 보지 못했다. 그러나 그를 주목하게 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제 갓 마흔을 넘어선 젊은 CEO의 화려한 경력이었다. 인쇄공부터 시작해 창업 6년 만에 뒤를 잇는 베스트셀러 출간에 우리나라 출판계 10위권 대열에 들어설 정도로 성공한 고창 출신 출판인이라니, 호기심이 생겼다. '다산북스' 김선식 대표(41)다. 예상했던 것처럼 그는 바빴다. 그래도 다행히 인터뷰 시간은 뒤로 밀리지 않았다. 한번 만났던 인연 덕분이다.

 

'다산북스'는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에 있다. 출판사가 집적되어 있는 파주까지의 노정을 예상하고 있었던 우리에게는 조금 더 가까워진 거리만으로도 좋은 일이다.

 

서교동에는 파주 대신 서울을 택한 출판사 100여개가 모여 있다. 다산북스는 염리동에서 1년 전에 이사를 왔다. 주택가의 넓지 않은 골목길에 지어진 출판사 건물은 2층의 세련된 현대식 디자인이 아름다웠다. 인터뷰는 좁고 소박한 그의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출판 일은 내 삶의 본질적 생명의 가치과 관게가 있습니다. 학생운동에 10년 이상 투신해오면서 좀 더 많은 사람들과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었어요. 출판은 그 꿈을 실현하는데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거든요."

 

인터뷰 내내 자신감이 넘쳤다.'좌절을 겪어보지 않았을 것 같다'고 에둘러 물었더니 곧바로 답이 돌아왔다. "바닥까지 떨어지는 경험도 했어요. 그런데 좌절은 나를 일으키는 힘이 되더군요. 좌절해보아야 도전을 하게 되고 도전 해야 꿈을 실현할 수 있어요."

 

그와 '다산북스'의 비전은 2013년에 국내 최고 출판 브랜드로 서는 일이다. 남은 기간 2년은 바로 코 앞에 와있다. 그런데도 그의 비전은 무모하거나 위태로워 보이지 않는다. 그가 지켜온 도전의 힘을 믿고 싶기 때문이다.

 

-출판사 건물이 예쁩니다. 요즈음에는 출판사가 디자인도 아름답고 공간 구성도 효율적인 것 같아요.

 

"예전 출판사 환경과는 많이 다르죠. 서교동만해도 100개 정도의 출판사들이 집적되어 있는데, 건물 리모델링 작업이 활발합니다. 그런데 좀 비좁아요. 제 사무실을 최대한 줄였는데도 우리 식구 50명이 일하기에는 꽉 찹니다."

 

-출판 일은 언제부터 하셨나요.

 

"창업하기 전에 두곳에서 일했어요. 99년에 입사한 '미라스북스'가 첫 직장이고, 사회과학 전문 출판사로 이름을 알린 '거름'이 두 번째입니다. 그때는 출판 쪽에 학생운동 조직 출신들이 많았어요."

 

-인쇄공부터 시작했다고 들었는데 그것이 아니었군요.

 

"맞습니다. 제가 대학을 좀 늦게 들어갔어요. 동국대 경영학과 출신인데, 90년 입학해서 99년에 졸업했어요. 줄곧 학생운동 현장에 있었지요. 4학년때 군 입대 문제가 걸렸는데, 졸업하고나서도 노동현장을 계속 지키고 싶더군요. 자격증 같은 것이 있어야 했어요. 그래서 직업전문학교인 상계직업훈련원에 들어갔습니다. 거기서 사진제판 기능사와 사진 촬영 기능사를 땄습니다. 그래서 병역특례업체에 들어갔어요."

 

-생계 때문에 인쇄공으로 일하신 것이 아니라 불온한(?) 목적으로 인쇄공이 되신 거군요.

 

"그렇게 되나요?(웃음) 그래도 회사에서 나올 때는 제가 가르친 직원이 18명이나 되었어요. 잔업을 밥먹듯이 했었지요. 병역특례기간이 끝나고도 인쇄 기술로 현장에 남아 있고 싶었는데 세상이 빨리 바뀌더군요. 어쩔 수 없이 복학을 했어요."

 

-출판사 환경은 어땠습니까.

 

"첫 직장은 어려웠어요. 처음에 책을 세권 만들었는데 사장님 창업 자금이 바닥이 났어요. 하루 주문이 50-60부에 불과해 도저히 먹고 살 수 없었죠. 다시 몇 권 책을 만들었는데 그것들도 창고에 쌓여있었어요. 그때는 소원이 매달 3천만원 정도 매출과 수금을 하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상황은 절망적이었죠. 그때부터 우리 책은 왜 나가지 않는가, 고민을 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경쟁사들을 분석하고 연구하기 시작했죠. '거름'은 사회과학 서적으로 잘 나가는 출판사였지만 사회가 변하면서 사회과학 책들이 다 반품되는 상황을 맞았습니다. 나중에는 경제경영서 출판으로 살아났지만요."

 

-두차례 모두 회사가 잘 나갈 때 그만두셨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회사의 목표 매출이 있었고, 저 스스로 서른 다섯 살이 되면 창업을 하겠다는 계획이 있었습니다. '거름'에서 제가 기획한 '총각네 야채가게'가 잘 되었을때 창업의 시점과 맞아 떨어졌는데 그때 마침 출판사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한계를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어요. 그 당시 출판사들은 개인적 비전을 해결해줄 수 없었고, 사람을 키우려면 교육의 체계나 학습의 체계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분배의 문제도 있었죠. 출판은 벤처적 성격이 강합니다. 문제는 회사가 잘 되었을때도 분배 시스템의 정비가 없다는 것인데 이 때문에 결국 출판은 가족형으로 변하거나 아니면 끊임없이 1인 기업을 창출하는 방식이 됩니다. 그런 한계를 극복하는 출판사를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창업할때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자금이었죠. 교사인 집사람이 대출 받은 3천만원과 다른 출판사가 투자한 창업자금까지 1억원으로 회사를 만들었어요. 지분은 제가 75% 가졌죠. 돈을 많이 투자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의 기획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설득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스템은 불합리한 점이 많더군요. 2004년 4월에 창업했는데 3개월 만에 이익을 냈어요. 그 해 말에는 10억 매출을 이루었고 2년차에 35억원 매출을 올렸어요. 다른 출판사로부터 인수 합병 제의를 받기도 했지만, 창업자금을 투자한 출판사에 5억원을 돌려주기로 하고 독립했습니다."

 

-창업한지 7년째인데 지금은 매출이 얼마나 됩니까.

 

"작년에 150억원 매출을 올렸습니다. 국내에서는 10위권에 들겁니다. 사실 매출보다 얼마나 이익을 내느냐는 것이 중요한데 저희는 다 밝힐수 없지만 이익 포지션이 높은 편이지요. 그 이익금을 계속 재투자 합니다. 책에 투자하고, 회사를 확장하고 또 직원들에게 투자하는 그런 형식이죠."

 

-출판사를 만든 이유, 그리고 '다산북스'가 지향하는 비전을 알고 싶습니다.

 

"'The joy of story', 다시 말하자면 '스토리의 즐거움을 인류에게 전한다'는 것이 우리 회사의 비전입니다. 그런 책을 만들겠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러한 비전이 나오려면 사상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다산 정약용의 애민(愛民)정신과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정신에서 나옵니다. 지식의 '소스'만 주는 것이 아니라 지식의 '즐거움'을 다수 대중이 소유할 수 있게 하고, 답을 줄 수 있는 책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지식의 즐거움과 실사구시 정신의 비전을 지키면 성공 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출판은 아주 창의적인 분야입니다. 그런데 지나치게 현실만 보고 있으면 창의성이 차단되지 않을까요.

 

"그렇죠. 그런데 창의성은 어디서 나오는 것입니까. 창의성은 기본적으로 몰입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몰입하려면 그 실체가 정확해야 합니다. 몰입으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이 콘셉트죠. 콘셉트가 있다는 것은 강력한 현실 추동성을 가질 수 있다는 뜻이예요. 출판에서 보자면 이 책만이 갖고 있는 본질적 특성이죠. 이것을 잡아내는 능력이 창의성의 핵심이고 창의성의 본질입니다. 실체나 현실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책을 성공시키는데 콘셉트가 중요하다면 그것을 어떻게 펼칠 것인가의 기획도 중요할텐데요.

 

"기획은 아이디어로부터 출발합니다. 아이디어가 중요하지요. 우리는 아이디어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어요. 아이디어는 새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있는 것을 찾고 발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머리로 만들려고 합니다. 아이디어는 발견하는 가치입니다."

 

-'다산북스'의 베스트 셀러들은 다 콘셉트로 성공시킨 예가 되겠군요.

 

"〈4개의 통장〉이나 〈덕혜옹주〉 〈리버보이〉 〈Who시리즈〉 등 모두가 그렇습니다. 그중에서도 〈덕혜옹주〉는 저자의 첫 작품이었는데 70만부 이상 팔렸어요. 사실 처음에는 인상이 강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덕혜옹주 사진에서 그의 눈망울 보는 순간 전율을 느꼈습니다. 확신이 들었죠. 꼭 만들어내야겠다, 성공시킬 수 있다는. 저자와 1년동안 작업을 했습니다. 마케팅에 투자도 많이 했죠. 카피는 제가 직접 썼습니다. 광고 카피를 10년 넘게 써왔는데 그때까지의 모든 것을 다 버리고 만들었어요. '당신이 한국인이라면 이 여자를 기억하라'는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이 카피 문구를 달아 광고 하자마자 책 주문이 하루에 2000부~3000부까지 들어왔다고 김대표는 소개했다.)

 

-진정한 베스트 셀러는 어떤 것일까요.

 

"기획자는 자기가 좋아하는 책은 쉽게 기획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좋아할 수 있는 책을 기획하기가 힘들죠. 그런데 모든 사람의 마음을 사로 잡으면서도 진짜 질 좋은 책은 사상이 되거든요. 그 시대를 이끌어가는 사상이 되죠. 한편으로는 꼭 그것이 아니더라도 베스트셀러는 문화가 되기도 하고 주변 문화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주목해야 해요. 베스트셀러는 그 사회의 경향성을 분명하게 드러냅니다."

 

-출판계도 정말 치열한 문화전쟁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디지털 시대에 종이 인쇄의 생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이 분야는 결국 콘텐츠 비즈니스로 전환되지 않겠어요. 출판도 종이에 담느냐 전자책에 담느냐는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는. 결국은 시대와 호흡하는 좋은 콘텐츠를 누가 생산하느냐. 그리고 가치가 있는 콘텐츠를 누가 잘 기획편집하고 생산하느냐의 문제일거예요. 이런 흐름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그런데 한국사회에서는 그것이 너무 급격해요. 스마트 폰에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뺏기면서 책을 읽지 않게 되었죠. 이제 지하철에서 책읽는 사람을 찾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종이책은 10년 정도 지나면 전자책의 보조적 수단으로 전환 될겁니다. 미래를 준비해야죠."

 

-대표 상품인 어린이 학습만화 〈Who〉 시리즈가 화제입니다.

 

"후시리즈는 15억원을 투자해 개발했습니다. 네 번 계속 엎고 보완하는 일을 했지요. 이 책의 성공요인 또한 콘셉트입니다. 다른 위인이야기와는 다릅니다. 1백년 안에 있는 동시대의 위인을 다룬 것도 그렇고, 업적 중심이야기를 위인들의 어린시절에 맞춘 것도 그렇습니다. 역발상이지요. 역사적 위인들에게도 평범한 어린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김대표는 이 책을 만드는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학습만화는 만들어본 경험이 없었지만 좋은 컨셉트와 열정, 의지로 어린이를 위한 좋은 책을 만들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는 과정에서 수많은 실수를 경험했지만 좌절하지 않았다고 했다. 〈Who〉 시리즈 올해 목표는 1백만부. 7개 국에 수출했으며 작년에는 우리나라 책으로는 처음 미국 초등학교 부교재로 채택되어 화제가 되었다.

 

◆ 김선식 대표는…

 

1970년 고창에서 태어나 중학교까지 고창에서 다녔다. 전북대 사대부고에 입학하면서 전주로 온 그는 전북대 근처에서 하숙을 했는데 20명 하숙생 모두 대학생이었고, 그만 유일하게 고등학생이었다. 민주화의 열기가 높았던 시대 상황에서 '하숙생 형'들은 밤마다 토론하며 사상논쟁을 했었는데 그 역시 한축에 끼었다. 그는 "내 나이에는 받을 수 없는 사상적 세례를 그 때 다 받았다" 고 말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김남주 김지하 시집을 읽었고 수업까지 빠지면서 시위현장을 쫒아 다녔지만 자주 아파 병원에 가는 것으로만 알았던 학교에서 그는 모범생이었다.

 

정외과를 가고 싶었으나 첫 해 실패한 이후 꼬박 2년 동안 서울의 온갖 집회와 시위현장에 다녔다. 88년 연세대 사태 때는 4박 5일동안 현장을 지키며 개근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틈틈이 종로서적을 들러 책 읽기를 즐겨했던 그는 대학에 꼭 들어가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집회현장에서'좋은 대학생 선배'들을 만나면서 대학에 가고 싶어졌다. 동국대 경영학과에 늦게 들어가 8년만에 졸업하고 난 후 그는 운동권 선배들의 권유로 두 곳의 출판사를 거쳤다. '미라스북스'와 '거름'에서 그가 한 일은 마케팅 분야. 말이 좋아 마케팅 부장이지, 책 한권 팔기 위해 온갖 막일을 다해야 하는 영업직이었다.

 

지금은 국내에서 내로라 하는 출판사 사장이 되었지만 고향에서 농사 짓는 그의 부모님은 지금도 새벽 4시면 일을 나간다. 그의 아버지는 어렸을 때부터 100마지기 땅을 짓는 동네 최고 부자가 되는 꿈을 갖고 있었는데 작년, 72세에 그 꿈을 이루었다. 김대표는 지칠때 마다 농사를 천직으로, 노동을 행복으로 알고 살아온 부모님이 '실천으로 가르쳐주신' 삶의 의지와 원칙을 떠올린다고 한다.

 

김대표가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한 일로 꼽는 것 역시 현장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출판 현장의 핵심은 책읽기. 다른 출판사의 베스트셀러와 자기 출판사의 신간을 다 읽어내는 것, 그리고 독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김 대표의 경우는 물론 이 책들을 거의 다 읽는다. 어떤 경우는 다섯 번까지 읽기도 한다. 서점에도 자주 들러 서점가의 흐름을 짚어낸다.

 

김 대표는 기업의 사회적 기여에도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 '다산북스'는 최근 전세계 소외아동을 돕는 사업에 뛰어 들었다.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와 손잡고 벌이는 이 사업은 다산북스 출판 전 도서에 세계 소외아동 후원엽서를 달아 후원할 기회가 없거나 방법이 없는 기부자들에게 좋은 창구를 만드는 일이다. 김 대표는 "한해 약 200여만명이 후원엽서를 받게 돼 후원사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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