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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전봇대가 뽑힌 자리

이춘희 (인천광역시 도시개발공사 사장)

 

2008년 초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 전남 목포의 대불산업단지에서 5년간의 민원에도 끄떡하지 않았던 전봇대가 뽑히는 일대 사건을 우리는 신선한 충격으로 기억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실물경제 경험 많은 대통령이 국정을 맡았기에 시장경제를 옥죄는 규제가 크게 줄어들 거라 기대했고, 그 기대에 부응하는 듯 했다. 그 후 정부가 매년 100여건의 규제를 철폐하고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는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잠시, 어느새 슬그머니 다시 증가하는 추세이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한다는 명분으로 규제가 다시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올 들어 정부의 인허가나 등록 의무를 부과하는 행정규제가 30건이나 신설된데 반해 폐지된 규제는 8건에 불과하다는 최근의 언론보도는 이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행정 규제는 말 그대로 정부가 필요한 대로 규칙을 정해서 마름질하고 베어낼 목적으로 만들어, 시장을 누르고 억제하기 때문에 '작은 정부, 큰 시장'이라는 실용 정부 국정운영 방향과는 거리가 멀다. 또한 세계경제의 위기 영향도 있겠지만 지금 정부가 처한 재정 건전성 악화와 사회 양극화라는 난감한 상황은 하루아침에 빚어진 일이 아닐 것이다. 외부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과도한 정부의 시장 개입과 규제를 경제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이유로 많은 이들이 지적하는 바를 보면 개선 방향이 어느 쪽인지 알 수 있다.

 

최근의 경제위기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하락과 유럽의 재정위기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오히려 경제의 독이 될 수 있다고 시사하는 바가 있음에도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정부는 갖가지 정책을 양산하여 시장개입을 늘리고 국민은 정부가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단을 강구해줄 것을 기대해왔다. 그 결과 자본주의의 대표 국가 미국과 일본, 유럽의 여러 국가들은 적자재정이 만성화 되어 정부가 경제위기의 근원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러한 외국 사례를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우리나라가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채택하고 있는 이상, 시장기능을 신뢰하고 정부의 시장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정부는 시장(市場)이라는 큰 경기장에서 기업이라는 선수들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경기규칙을 정하고, 규칙을 위반하는 선수들에게 경고의 호루라기를 부는 심판으로서 최소한의 역할만을 수행해야 한다. 선수들의 기량이 부족하다고 심판이 직접 뛴다면 경기가 정상적으로 진행 될 수 있겠는가? 또 규칙이 지나치게 복잡하여 선수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라면 제대로 경기를 치를 수 있겠는가? 게다가 시도 때도 없이 호루라기를 불어대면 경기의 리듬이 깨지고 선수들은 지레 기가 꺾여 기량을 다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는 선수들에게 경기에 집중하여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공정한 룰과 심판을 마련하여 마음껏 실력 발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최근 어느 교수가 언급한 대로 정부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보다 '마켓 프렌들리'로 가야한다는 말처럼 법치 테두리 안에서 시장의 활력이 시장경제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경제 정책의 방향을 재정립해야 한다.

 

임기 후반기에 접어든 정부는 출범 당시의 초심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 때의 의욕과 열정으로 규제를 지속적으로 혁파하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여야 한다. '전봇대가 뽑힌 그 자리'에 다른 규제가 대신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내 고향 전라북도 역시 각종 정책과 규제를 집행함에 있어 기업들이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시장친화적인 여건을 조성함으로써 기업들이 앞 다투어 찾아오는 고장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 이춘희 (인천광역시 도시개발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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