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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조와 5천원의 아비튀스

김진아 익산문화재단 경영기획실장

 
상위 1% 상류층의 남녀는 맞선에서 이런 대화를 한다.

 

'어느 유치원을 나왔나?'

 

'어느 레스토랑을 즐겨 다니나?'

 

단 2가지 질문이면, 계속 앉아 있을 것인가 그만 일어날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단다.

 

진정한 로얄 패밀리는 이 대화를 통해 걸러지고, 부자(富者)에도 부류가 나뉜다는 것이다. 이미 유치원에서부터 부류가 나뉘고, 단골 레스토랑으로 품격을 짐작할 수 있다는 거다. 그들에게 있어 진정한 부란 문화적 품격도 갖춰야 한다고 그들은 믿고 있다. 유머로 넘기기에는 씁쓸한 구석이 있다.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다. 그래서 다가오는 4월 총선에서 대기업 회장도 한 표, 가난한 촌부도 한 표의 권리를 갖는다. 그러나 문화는 결코 똑같은 1장을 허용하지 않는다.

 

클래식 공연을 보며 행복에 젖어드는 이가 있는 반면 다른 누군가는 졸음부터 쏟아진다. 브랜드 커피숍만 찾아다니는 이가 있는 반면 자판기 인스턴트 커피 한 잔으로도 행복한 이들이 있다. 사실 '문화'만큼 계급적인 것은 없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1930~2002)는 '산업화와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문화계급이 더욱 뚜렷해졌다'고 주장한다. 그가 주장하는 '아비튀스(Habitus)' 개념은 개인의 문화적인 취향과 소비의 근간이 되는 성향을 말한다.

 

우리는 흔히 자신의 문화적 취향을 은근히 과대평가하는 착각을 한다. 하지만 객관적 잣대로 보면 나의 문화적 취향은 사실 내가 속한 계급의 문화적 취향일 뿐이다. 부르디외 식으로 말하자면 타고난 것이 아니라 후천적 아비투스가 행동으로 나타난 것 뿐이라는 것이다.

 

이건희 삼성회장의 자산이 10조를 넘는다는 기사를 봤다. 그리고 그 옆에는 전국의 칼국수 평균 가격이 5천원을 넘어섰다는 기사가 나란히 실렸다.

 

10조와 5천원. '부익부 빈익빈'가 극명하다.

 

자산이 10조인 사람과 점심 한 끼로 5천원짜리 칼국수를 사먹는 사람의 문화적 취향은 분명 다를 것이다. 이 둘 사이의 아비튀스는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부자라고 모두가 고급문화를 가진 것은 아니다. 또 돈이 없다고 저급문화에 중심에 있다고 단언할 수 없다. 경제적 계급만으로 고급 문화와 저급 문화가 나뉜다는 오류는 범하지 말자.

 

'10조'라는 돈이 어느 정도 많은지 짐작도 안되는 평범한 사람들이 이 세상에는 더 많기 때문이다.

 

'10조와 5천원' 차이

 

문화 권력, 문화 취향의 기준이 아닌 세상 잠시 꿈꿔본다.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 1930~2002) 프랑스의 사회학자. 저서- 알제리 사회학, 재생산, 구별짓기, 호모 아카데미쿠스, 텔레비전에 대하여, 경제학의 구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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