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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인지' 사실과 '주지'의 사실

▲ 조승규 싱가포르대 교수

정보의 부재 또는 정보의 차이는 의도하지 않게 비효율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한 예로 건강한 사람이 필요 이상의 비싼 보험료를 내게 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건강하지 않거나 또는 건강하더라도 싼 의료서비스를 남용하는 사람의 존재를 보험회사가 효과적으로 구별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보험회사는 일률적 보험료를 차등없이 요구할 수 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건강한 사람은 이 보험회사를 피하게 된다. 보험회사에는 건강하지 않거나 보험을 남용하게 될 사람들만 모여들게 되고 보험회사는 보험서비스를 중단할 수도 있다. 전형적인 역선택의 폐단이다. 물론 보험회사는 건강진단서의 요구나 공동부담제도의 도입 등을 통해 부분적으로 그 폐해를 줄일 수는 있지만 한계는 뚜렷하다. 그래서 정보의 공유는 효율적 자원배분의 중요한 전제조건이 되곤 하는데, 단순히 정보를 쌍방이 공유하고 있다 하여 이런 비효율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보자.

 

그야말로 옛날식의 전투장이다. 상대를 공격하고자 출정한 A나라와 B나라의 군대가 큰 강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다. 모두 먼 길을 걸어와 지쳐 있지만 언제 상대방이 공격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어느쪽도 편안히 휴식을 취할 수가 없다. A나라는 먼저 상대방에게 오늘밤은 서로 약속 하에 편히 수면을 취하자고 제안을 하고 싶은데 너무 멀어서 직접 대화할 수가 없다. 그래서 수영을 잘 하는 전령을 뽑아 보내고 이 전령은 강을 헤엄쳐 건너 B나라에게 이 의도를 전달한다. B나라는 자신들도 피곤하던 차에 내심 반갑지만, 상대에게 자신이 이 메시지를 전달받았다는 확신을 해주기 전에는 그들이 오늘밤도 휴식을 취하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상대가 깨어있다는 얘기는 곧 그들이 오늘밤 자신들을 공격해올 수도 있는 것임을 안다. 물론 자신의 전령이 강을 무사히 건넜는지 확신이 없는 A나라의 군대는 여전히 전투태세다.

 

걱정없이 평화로운 하룻밤의 휴식을 위하여 B나라는 우리도 오늘밤은 쉬고 싶노라는 전언을 명하여 그 전령을 다시 A나라로 돌려보낸다. 이 전령은 또 무사히 강을 건너 이 사실을 전하지만, 이를 확인할 길이 없는 B나라는 여전히 경계를 풀지 못하고 이를 잘 아는 A나라 또한 긴장을 풀지 못한다. 집 떠난 밤하늘에 고향처럼 별들은 한없이 쏟아지는데, 두 나라의 잠 못 이루는 밤은 끝날 줄을 모른다.

 

오늘밤은 쉬고 싶다는 사실은 A나라도 알고 있고 B나라도 알고 있다. 그러나 '서로가 쉬고 싶다는 사실을 서로가 알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기에 전령은 다시 돌아가야 하고, 한번의 왕복 후에는 '내가 쉬고 싶다는 사실을 상대가 알고 있는지를 내가 알고 있는지를 상대가 아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 전령은 끝없이 왕복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의 합리적 선택의 근저로서 관련정보의 디테일을 중요시하는 정보경제학에서는 어떤 사실에 대해 '나도 알고 상대도 알고 있는' 정보공유의 상황을 '상호인지(mutual knowledge)'의 상황이라 표현하고, 그 사실을 '내가 알고 있음을 상대가 알고 있음을 내가 알고 있음을 상대가 알고……' 하는 식의 정보공유의 상황을 '주지(common knowledge)'의 상황이라 표현하여 구별한다. 그리고, 위 전장터의 예시에서처럼 어떤 사실을 상호간에 인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주지하고 있지는 않은 경우 사회 전체적으로 커다란 비효율성이 초래될 수 있음을 수많은 연구들을 통해서 강조하고 있다.

 

물론 그 비효율을 극복하는 최선책은 정보의 공유를 단순한 상호인지의 상태가 아니라 주지의 상태로까지 공론화하는 것이다. 스포츠 승부도박과 정치에서의 진실공방 및 선거철의 밀실교섭이 이슈인 요즈음 음미할만한 경제학의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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