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못다 쓴 회고록 '성공과 좌절'에 나오는 이야기다(153쪽).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 거창한 구호를 내걸고 운동원과 지지자를 독려한 배경을 표현하고 있다.
정치인에게 당선이란 곧 살아남는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부분 소신을 굽히거나 소신 자체를 바꾸기도 한다. 이것이 정치 하는 입장에서는 가장 어려운 점일 것이다. 노 대통령은 "자신은 소신을 지켜왔다"며 '선거, 왜 부산인가'를 소신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소신은 지역주의 극복이었다.
이번 4·11 총선에서도 지역주의 문제는 주요 관심사 중의 하나였다. 내리 3선을 한 지역구(경기 군포)를 버리고 새누리당 텃밭인 대구 수성 갑에 출마한 민주통합당 김부겸 의원이나 민주당 텃밭인 광주 서을에 출마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도 소신이 돋보인 경우다.
김 의원은 40.4%, 이 의원은 39.7%를 얻었지만 모두 낙선했다. 철옹성 같던 곳에서 득표율이 이 정도로 나온 건 의미 있는 변화다. 김 의원은 "지역주의를 깨려는 민심을 확인했다."고 말했고 이 의원은 "제가 얻은 2만8000명의 유권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생각을 바꾼 것이 중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전북도 예외는 아니다. 새누리당의 정운천 후보는 낙선했지만 35.7%를 득표했다. 도지사 선거때 지지율 18.2%의 두배다. 그는 "3만명이 넘는 분들이 지지해 주셨다. 그 마음 소중히 가꾸고 키워 지역의 벽을 허물겠다."고 했다. 무소속 후보의 득표력도 놀랍다. 이명노 후보(무·진·장·임실) 43.9%, 김종규 후보(부안·고창) 33.7%였다. 각각 당선자와 5.4%, 5.6% 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이남기 후보(김제·완주)도 36.8%였다. 과거에 비하면 놀라운 변화다.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되는 시대는 물러가는가. 지역주의 벽은 허물어져야 한다. 정치적인 의미에서도 그렇거니와 지역주민들에 대한 정치서비스 극대화 차원에서도 그렇다. 벌써부터 4년뒤 20대 총선이 기다려진다.
/이경재 논설위원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