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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과 위악

이강만 한화그룹 상무

 
'김제동,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

 

얼마 전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위 낚시글이 눈에 확 띄어서 무슨 얘기인지 한번 찾아 보기로 했다. 내용을 들여다 보니 김정운 교수가 모 방송국 예능프로그램에서 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김정운이라는 이름 때문에 관심이 더 갔다. 왜냐하면 이 분은 작년에 어느 모임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아 함께 식사하면서 대화를 나눈 적이 있기 때문이다. TV를 자주 보지 않는 탓에 식사를 하는 내내 그 분이 누군지 알아보지 못했다. 식사가 끝나고 당신이 그날 모임의 강사라는 사실과 농담 조로 유명인사인 자신을 몰라주는 필자를 타박하는 것을 듣고 나서야 상황이 파악되어 급하게 통성명을 하게 된 기억이 남아 있어서이다.

 

그분이 김제동에게도 타박(?)을 한 모양이다.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면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 들일까' 하는 생각이 커서 평소에 막말을 잘 못한다는 김제동의 고민을 듣고서 내린 조언이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김제동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는 '옳은 말만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인데 그렇게 되면 평생 너무 힘들게 살게 된다는 것이다.

 

이경규는 위악(일부러 악한 척)을 하는데 김제동은 위선을 한다는 것이다. 김교수 자신도 어찌 보면 위악을 하는 편인데 위악이 훨씬 더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 하는 행태라고 한다. 만일 이경규가 음주운전을 하면 사람들이 '그럴 수 있다'거나 '그럴 줄 알았다'고 이해하지만 김제동은 용서받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즉, 악한 이미지는 자신을 보호하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너무 선한 이미지는 결국은 독이 되어 돌아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상당히 그럴싸한 이야기다.

 

대중들에게 어떠한 이미지가 각인되면 그 주인공이 그 틀을 벗어날 경우 대중은 그 기대수준에 입각해서 반응하기 마련이다. 우리 자신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선한 일을 행하던 사람이 어쩌다 실수로 잘못을 저지르게 되면 과거의 선행을 감안해 따뜻하게 보듬기보다는 더 큰 비난을 퍼붓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은가?

 

그렇다고 해서 김 교수 조언대로 위악하면서 살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바람직하다고 생각지도 않는다. '낡은 정치, 한판 붙자'며 이번 총선에 출마한 고교 동창도 필자가 보기엔 김제동 부류에 속한다. 굳이 필자도 분류해 본다면 여기에 속한다. 즉 위선하면서 사는 편이다. 위선이라고 해서 거짓 선함의 위선(僞善)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선함을 실천하려고 노력한다는 의미의 위선(爲善) 말이다. 이로 인해 겪게 되는 불이익과 불편함은 상당하다. 위선(爲善)이 존경을 받기도 하지만 질시를 받는 경우도 많고, 또한 위선하기 위해서는 끊임 없이 자신을 다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편해지자고 악한 척하는 위악(僞惡)을 행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어리석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김 교수의 조언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김제동은 그 뒤에 출연한 다른 프로그램에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다는 인상을 좀 받았다. '첫사랑이 근근이 살아가길 바라고 그 남편은 무좀 습진과 같은 질병을 앓기 바란다'는 이야기를 서슴없이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하지만 그의 이러한 변신 노력이 그를 자유롭거나 편안하게 만들어 주지는 못할 것 같다. 그의 천성이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기도 하지만 덧붙여 바른 말 잘하고 착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그에게 훨씬 더 어울린다는 필자의 생각이 너무 깊게 자리잡아서 일 것이다.

 

위선이든 위악이든 그 추구하는 바가 세상을 밝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 어느 쪽이든 좋다. 그러나 가능하다면 선해지려고 노력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나날이 늘어갔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하다. 설령 한 방에 훅 갈 수 있더라도 국회의원에 당선된 친구, 그리고 김제동이 선함을 실천하는 위선자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공자님도 일찍이 말씀하지 않으셨는가?

 

'위선자(爲善者), 즉 선한 일을 하는 자에게는 하늘이 복을 주신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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