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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미디어 파사드 - 어둠 속 한옥과 LED의 만남 '빛의 향연'

전통과 현대의 결합… 색다른 실험무대 '눈길'

▲ 3일 오후 7시30분 전주 공예품전시관. '제16회 전주한지문화축제'가 개막한 가운데 지역의 미디어 그룹 30Days가 '한지'를 주제로 한 'LED 마법' 미디어 파사드를 선보이고 있다.
▲ 칙칙한 한옥의 겉면이 갑자기 형형색색으로 빛이 나면서 영화관 스크린이 된 듯 하다.

 

 

 

▲ 3일 오후 7시30분 전주 공예품전시관. '제16회 전주한지문화축제'가 개막한 가운데 지역의 미디어 그룹 30Days가 '한지'를 주제로 한 'LED 마법' 미디어 파사드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3일 개막한 제16회 전주한지문화축제 개막식. 특설무대가 된 전주 공예품전시관에 색다른 실험이 시도됐다. 주제는 '한지'. 우주에서 생성된 한지가 멀고 먼 길을 돌아 공예품전시관에 도달하면서 한지를 만든 사람과 역사가 그려졌다. 9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한지가 만들어지는 과정, 그 한지 위에 그려진 사군자 병풍, 병풍을 통해 연상되는 한옥, 한옥의 확장. 칙칙한 한옥의 겉면이 갑자기 형형색색으로 빛이 나면서 영화관 스크린이 된 듯 했다. 시민들은 한동안 발걸음을 멈추고 휴대전화 카메라를 꺼내 한옥의 장관을 담았다. 정지해 있던 무채색 건물이 이제 예술과 시민과 상호 작용하는 것. 이것이 바로 '미디어 파사드'(Media Facade)다.

 

미디어 파사드는 빌딩을 작품의 벽면으로 삼아 LED(발광 다이오드)나 빔 프로젝트의 밝기와 색상을 조절해 형태와 움직임 등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낮에는 시치미를 뚝 떼고 있다가 어둠이 도시를 덮으면 건물에 빛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미술품이 밤의 정령처럼 나타난다. 조명 입자가 크기 때문에 디테일한 이미지는 구현하기 힘들지만, 알록달록한 그림이 벽면에서 움직이도록 보여 이목을 끌게 한다.

 

LED를 활용한 미디어 파사드는 2000년대 이후부터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유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4년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 도입된 것이 효시로 꼽힌다. 금호아시아나메인타워, 신세계백화점, 삼성그룹 본관, 하나은행 본점, LG CNS 상암IT센터와 LG텔레콤 사옥 등도 디지털 파사드를 도입했다. 갤러리아 백화점은 연인들의 사랑 고백 메시지를 미디어 파사드에 게시하는 이벤트를 전개해 많은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곳 전주에서도 지난해부터 미디어 파사드의 세계적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그 중심에 30Days가 있다. 30Days는 2009년부터 전주에서 자생적으로 성장한 미디어아트 그룹으로 다양한 미디어아트의 형식과 가능성을 실험하기 위해 전주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9년 1월 처음으로 전통 한옥인 객사를 캔버스 삼아 미디어파사드 가능성을 본 뒤 6월 전주 공예품전시관의 전면을 미디어라는 물감으로 드로잉했다.

 

전주에서의 미디어 파사드 시도가 남다른 의미로 평가되는 것은 현대적인 건물이 아닌, 전통 한옥에 시도됐다는 점이다. 전국 최초의 시도이기도 하거니와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시키는 미디어 파사드는 전통과 현대의 접점을 찾은 시도로 평가된다. 전주 한옥마을이 전주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라면, 시각적인 볼거리와 상호 소통 가능한 놀이까지 결합 돼 단순히 대중에게 보여지는 예술은 함께 호흡하고 표출해내는 새로운 문화의 소통을 만들어 내는 중요한 매체라고 볼 수 있다.

 

 

 

대개 미디어 파사드는 마케팅적인 접근으로 시도돼 왔다. 기업이 많은 돈을 들여 미디어 파사드를 설치해 자사를 홍보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그러다 보니 광고와 예술의 경계에 놓였다. 하지만 칙칙했던 건물이 미디어 파사드를 입으면서 시민들과 소통하는, 예술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게 한다. 문자와 제품 사진으로 구성된 '주입식' 광고가 아닌,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팝아트 형식을 빌리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선택이라기보다 정부가 시행하는 옥외광고물관리법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미디어 파사드가 광고와 예술의 경계에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작가들이 빛의 효과가 던져주는 수혜를 입고자 너나 할 것 없이 미디어 파사드를 설치해 빛공해를 유발할까 염려되는 점이 있긴 하나 건물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LED의 마법'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특히 한옥은 미디어파사드를 통해 대안적인 도시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은 한옥집에서 태어난 아이가 장가를 가서 첫날 밤을 보내는 모습을 한옥의 창호지 구멍을 통해 엿보고, 전쟁나간 아들을 위해 뒷마당 장독대에 물떠놓고 비는 어머니의 간절한 마음이 한옥을 통해 그려질 수 있지 않을까.

 

/송대규 문화전문시민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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