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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전용 문화공간이 필요하다

장세길 전발연 문화정책연구팀 부연구원

 

〈난타〉를 기획한 송승환씨의 한 마디, "어릴 적 보았던 공연의 감동은 집으로 오는 길에도, 잠자리에 들어서도, 그리고 지금까지도 제 가슴에 생생히 살아있습니다." 유럽 국가들은 아동·청소년기의 문화예술교육을 강조한다. 집에서부터 학교, 그리고 생활 속 어디서라도 언제든지 문화예술을 배우고, 즐길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어릴 적 경험이 성인이 된 이후의 문화생활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전북발전연구원이 4월에 전북도민 1,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어릴 적(19세 이전) 문화예술에 친숙했는가를 묻는 질문에 4.9%만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매우 그렇지 않다'가 46.8%, '그렇지 않다'가 16.9%로서, 전북도민 대부분이 어릴 적에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전북도민의 직접 예술관람률(연간 1회 이상)이 전국 평균(2010, 67.2%)보다 높지만(2012, 69.5%), 창작·발표율은 2.4%에 그치고 있는 것도 어릴 적 문화예술의 경험부족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요즘 각광받고 있는 것이 어린이 전용 체험식 핸즈온(Hands-on) 박물관이다.

 

유리 진열장 뒤에 전시품이 진열되어 있는 전통적 박물관의 개념과 달리 전시품을 직접 손으로 만지고 조작해 볼 수 있는 체험식 박물관으로, 1899년 미국 브루클린 어린이박물관에서 세계 최초로 시작했다. 1980년대부터 급속도로 증가했으며, 현재 미국에만 300여개, 세계적으로 400여개가 운영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5년 삼성어린이박물관이 처음 문을 열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어린이박물관과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최초로 독립된 건물로 지어진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은 2011년 개관 이후 대박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개관한 지 2달 만에 10만 관객을 돌파했으며, 올해는 72만명을 목표로 세계 60위권 박물관을 노리고 있다. 핸즈온 박물관 형식을 취한 대전어린이회관도 2010년 개관한 이후에 연간 관람객이 50만명이다.

 

이밖에도 인천어린이박물관, 청주어린이미술관처럼 '에듀테인먼트' 바람을 타고 어린이 전용 문화공간이 사랑받고 있다.

 

전라북도 거주자 중에서 초등학생 자녀를 둔 세대는 대략 10만 가구다. 이들은 주5일제가 시작된 이후 주말마다 고민이 깊다. 아이를 데리고 갈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동물원, 도립미술관(앞 놀이터), 한국소리문화의전당(가끔 전북대문화관) 등이 전부다. 몇 주만 돌면 끝이다. 어린이전용공간은 어린이회관 뿐인데, 그나마 문을 연 지 20년이 되면서 시설은 노후화됐고, 전시·체험프로그램은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다.

 

아이를 데리고 대전으로, 경기도로 갈 수밖에 없다.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만의 전용 문화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전라북도 어린이가 전라북도 문화를 체험하는 것이 아니라, '한강과 물'이라는 경기도 문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체험하는 일이 빚어지고 있다. 에듀테인먼트 소비의 도외 유출도 심각하다.

 

전라북도 곳곳이 어린이 문화천국이 될 수 있도록, 전라북도 어린이가 전라북도 사회·문화·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어린이박물관, 어린이미술관, 어린이극장, 어린이음악홀 등 어린이 전용 문화공간이 필요하다. 어린이 문화체험이 곧 가족(부모) 문화체험이기 때문에 문화복지 차원에서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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