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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둔산(大芚山)

김명웅 재경 완주군민회장

 
모든 산과 들에서 봄에 피웠든 꽃들이 그 빛깔을 잃어버리기 시작하면 여름이 왔다는 것을 알린다. 이렇게 뭉텅뭉텅 피어서 수채화를 그린 철쭉도 이제는 빛을 잃는다. 철쭉을 끝으로 더 이상의 봄꽃은 없다. 이렇게 봄을 보내는 꽃, 철쭉과 물이 차올라 활기 넘치게 밝은 녹색을 내는 숲들과 함께, 우람한 바위들에 둘러 쌓여 산이 뿜어내는 기운을 맞을 수 있고 우리나라 8경의 하나로 꼽히는 산이 높이 878m의 대둔산이다.

 

대둔산은 봄에는 푸르름이 돋아나는 나뭇잎들과, 온 산 여기저기에 펼쳐져 있는 야생화들이 눈을 즐겁게 해 주고, 여름이 되면 울창하게 우거진 숲에서 뿜어내는 싱그러움이 가득한 곳에서 해가 뜨고 지는 아름다움을 볼 수 있고, 가을이 오면 불타오르는 단풍의 물결에 취해 탄성이 저절로 나오며, 겨울철이 되면 가지마다 쌓이는 눈꽃과 눈에 덮이는 바위들의 설경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대둔산은 남쪽으로는 완주군 운주면이 있고, 서쪽과 동쪽으로는 충남에 걸쳐있어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대둔산으로 가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는데 그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길은 전주에서 고산을 거쳐 대전으로 가는 코스이다. 왜냐하면, 곧이어 나오는 경천저수지에서 맛보는 시래기가 가득히 들어있는 매콤한 화산 붕어찜의 맛을 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둔산 입구 주차장을 지나서, 매표소 오른쪽으로 줄지어 있는 식당들을 지나면, 등산을 마치고 내려올 때에 온천물이 좋아 땀에 젖은 몸을 씻기 편리한 대둔산 온천 관광호텔의 일반 목욕탕이 보이고, 이어서 오른쪽으로 올라가게 되면 7부 능선의 구름다리가 있는 곳까지 가는 약 1km 운행하는 케이블카가 보이고, 바로 옆으로는 1894년 공주 전투에서 패한 동학군이 마지막으로 남아 3개월 동안 항쟁하다 대부분 전몰했다는 동학혁명 대둔산 항쟁 기념비가 있다.

 

동학혁명 대둔산 항쟁 기념비에서 10여 분 정도 오르다 보면, 신라 시대에 원효대사가 이 산의 바위를 보고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3일간이나 머물렀다는 동심바위가 절벽에 붙어 있듯이 앉아있고, 또 10여 분 정도 더 오르면 쉼터가 보이는데, 이곳에서 숨을 고르다가 오른쪽으로 올라가게 되면 임금바위와 입석대까지의 흔들 구름다리를 건널 때에는 오금이 저려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겁이 나지만, 위를 쳐다보면 대둔산의 명물인 거대한 암봉들이 우리를 덮칠 듯이 내려보는 것 같아 다른 위압감을 느낀다.

 

구름다리 양 끝에는 전망대가 있어 멀리 아스라이 구름 끝자락에 걸려 보이는 산세들은 우리들에게 평온을 가져다주며, 조금 더 오르게 되면 길이 36m, 경사가 무려 50도, 127개나 되는 계단을 오르게 되면 심장이 두근거리며 다리가 후들거리는 삼선계단이 나온다. 이 계단에서 10여 분 정도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가다 보면 하늘을 만져 볼 만큼의 기분을 가질 수 있다는 마천대가 나오면 산의 정상에 다다른 것이다. 마천대에서 바라보면 맑은 날에는 진안의 마이산을 볼 수 있으며, 아득히 지리산의 천왕봉이 보이고, 서해의 변산반도가 보인다고 한다.

 

산세가 수려한 도립공원인 대둔산은, 우람한 바위들과 단풍이 어우러지는 가을철이 최고의 기쁨을 준다고 하지만, 여름철에는 산이 뿜어내는 초록의 기운을 느끼며, 울창한 나무들에서 어우러지는 숲의 향기가 흘러내리는 땀방울과 함께 묘한 신선함과 상쾌함을 가져다주는 곳이다.

 

햇빛과 바람과 구름이 만들어 주는 산, 정돈되지는 않았지만, 제철마다 곳곳에 어우러지는 야생화들이 탄성을 만들어 내며, 기암절벽과 숲이 함께 어우러지는 계절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는 대둔산의 새로운 만남은 우리를 설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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