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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환 前 국회의원 "일하지 않는 국회의원이 문제…'특권' 과감히 도려내야"

당 지도부 공천 전횡·리더십 부재… 국민불신 초래 / 전북 국회의원 초선 7명…'선공후사' 뚝심 가져야 / 전북일보엔 무한 신뢰, 지역발전 중추적 역할 기대

▲ 16·17대 총선에서 연거푸 낙선하고 2008년 18대 총선(전주 완산 을)에서 당선돼 국회에 진출한 장세환 전 의원이 지난 19대 총선때 불출마를 선언한 배경과 국회개혁과제 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안봉주기자 bjahn@

4·11 총선을 앞두고 정치판을 바꾸자는 목소리가 높았다.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최고조에 달했다. 쇄신과 혁신은 시대의 아이콘이 됐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국민 눈높이 정치를 하겠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기득권 버리기가 곧 실천될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그런데 총선이 끝난 뒤엔 이런 다급함이 쑥 들어갔다. 달라진 게 없다. 지난 5일이 국회 개원일이었지만 문도 열지 못하고 있다. 현안은 수북한 데도 원(院) 구성 하나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원 '특권'을 개혁하라는 국민적 요구가많지만 이 역시 미적거리고 있다. 국회는 여전히 개혁 대상으로 국민들한테 비쳐지고 있다. 국회의원의 눈에 비친 국회는 어떨까. 작년 불출마 선언을 한 현역 국회의원이 여럿이었다. "국민은 새로운 가치와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데 정치권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있다."며 자기희생을 한 사람들이다. 그 중의 하나가 장세환(59) 전 의원이다. 두번 낙선한 끝에 어렵게 국회의원이 됐는데 불출마를 선언하고 백수를 자청했다. 담백하고 쓴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아 인터뷰를 요청했다. 전주 완산칠봉 밑 전통찻집에서 최근의 근황과 국회개혁과제, 향후 계획 등에 대해 한시간 반 동안 얘기를 나누었다.

 

-국회의원이 아닌 민간인으로 보름을 보냈습니다. 소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요.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신 많은 분들께는 참으로 죄송하지만, 한마디로 자유를 얻은 느긋한 기분입니다. 자유시민적 관점에서 볼 때 국회의원이라는 옷은 사실 거추장스러울 때가 많아요."

 

-국회의원 배지를 뗀 뒤 가장 먼저 한 일이 궁금합니다.

 

"아내와 함께 여행을 했어요. 저는 국회의원 대우라도 받았지만 아내는 그런 대우도 없이 4년 동안 고생 많이 했습니다. 불출마 결심까지 기꺼이 동의해 준 아내가 고맙기도 해서 위로도 할겸 아내의 제안 대로 해외여행(터키와 그리스)을 다녀왔어요. 자연환경이랄지 휴양시설 등이 너무 좋아 부부가 한번쯤은 꼭 다녀올 곳으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신분 변화가 천양지차인데 불편한 점은 없던가요.

 

"서울에선 지하철을 많이 이용하고 있어요. 하루 만보 이상 걷기 목표를 세웠죠. 불출마 결심을 할 때부터 신분상 변화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서 그런지 별로 불편함은 느끼지 못해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불출마 선언을 후회하게 되고, 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니까 마음에도 없는 헛웃음 칠 일 없고, 국회에서 싸울 일도 없어져 더 편안해졌어요."

 

-경제적인 변화도 있을 터인데 씀씀이는 예전과 많이 달라졌겠어요.

 

"이젠 백수 아닙니까. 문제는 전직일 망정 품위유지를 요구받는 백수이기 때문에 단순한 백수가 아니라는 거지요. 이런 백수를 '화백'(화려한 백수)이라고 하던가요?(웃음) 수입은 없고 씀씀이는 줄일 수가 없어 참 고민입니다. 단단히 긴축하고 내핍하는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얘기를 국회 문제로 옮겨 볼까요. 18대 국회를 평가하신다면.

 

"한 마디로 '싸움국회'였습니다. 국회의원이 된 뒤 첫 활동은 서울 명동 한복판 거리에 주저앉아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한미 쇠고기협상 규탄 및 철회 촉구농성이었죠. 2008년 말 본회의장 점거농성을 시작으로 거리투쟁, 의원직 사퇴, 삭발투쟁 등 온갖 투쟁수단을 동원해 격렬히 저항했습니다. 정부에 대한 감시와 비판의 일환이었지만 투쟁에 많은 시간을 뺏기다 보니 자연 입법활동 같은 생산성과 효율성 면에서는 소홀히 됐어요. 또 해머나 최루탄 같은 과격한 투쟁수단으로 인해 국민적 불신과 비판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된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일차적으로는 이명박 대통령의 폭정과 독주 때문이라고 봐요. 마치 노동판의 현장소장을 연상케 하는 막가파식 밀어붙이기에 야당이 맞서 충돌이 일어난 거지요.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국민의 이익을 지키는 일은 야당의 의무 아닙니까. 야당의 리더십 부재에 따른 무기력한 대응과 책임지지 않는 안일한 자세도 지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국민 눈높이에 맞게 국회를 개혁하라는 요구가 많습니다. 대안이 있다면.

 

"국회가 불신과 비판을 받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공천과 당의 얼굴인 지도자의 리더십이라고 봐요. 말로는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줬다고 하지만 사실상 당 지도부가 공천권을 쥐고 조자룡 헌 칼 쓰듯 휘둘러 대는 것 아닙니까. 그러다 보니 능력보다는 지도부와의 친소관계가 공천기준이 되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죠. 이런 상황이라면 지도부 눈치 보며 줄서기 할 수 밖에 없어요. 이를 거부하고 소신 있게 활동하는 국회의원은 대개 다음 공천 때 보복을 당합니다. 이를 개선하지 않고는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없어요. 방법은 고비용저효율 구조의 상징인 중앙당을 폐지하면 됩니다. 미국처럼 당 지도부를 없애고 원내 지도부만으로 운영하는 것입니다. 중앙당이 폐지되면 중앙당 유지를 위해 투입되는 엄청난 국고보조금도 대폭 절약돼 이중으로 이익입니다. 지도자의 리더십 부족은 개인의 문제인 만큼 정치권 스스로 해법을 찾아야겠지만 중앙당 폐지는 제도적인 문제이므로 의지만 있으면 해결될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한테는 특권이 200여개나 된다고 하는데 특권이 너무 많은 것 아닙니까.

 

"글쎄요, 세어보지 않았지만 언뜻 생각해도 2백개 씩이나 되는 것 같지는 않고요, 어쨌든 상당한 특권을 누리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국회의원직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많아요. 특권에 대한 비판 얘기가 나오는 건 국회의원이 그만큼 일을 하지 못한다는 반증이지요. 국회의원의 권위를 의식해, 시쳇말로 개폼 잡기 위해 배려된 특권이 있다면 과감히 도려내야 합니다. 그것이 민주주의 정신에 부합됩니다. 19대 국회에서는 본격적인 특권 정비가 이뤄지기를 소망합니다."

 

-이른바 국회의원 '노후연금'에 대한 국민 비판이 거센데 향후 수급대상자로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당연히 개선돼야 합니다. 65세 이상 전직 국회의원에게 무조건 지급한다는 건 국민정서와 맞지 않아요. 국회의원으로서 1년 미만 재직했고, 파렴치범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경우, 일반 상식에 비추어 재산이 많은 경우 등은 제외하도록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습니다.

 

"원칙적으로는 찬성합니다. 하지만 무노동의 범위를 정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소수 야당 탄압용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어요. 장기 파행 시 무임금을 적용한다면 정부가 일방 독주할 경우 투쟁수단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돼야 돼요. 현실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습니다."

 

-쇄신이나 혁신도 이뤄지지 않고 야권통합도 그 의미가 퇴색해 버렸는데 불출마 선언을 한 의미가 없어진 것 아닌가요.

 

"당시 '변화와 개혁을 통한 새로운 정치'를 요구하는 국민적 열망이 봇물을 이루던 역사적 전환기였습니다. 사람을 바꿔 개혁적인 새로운 정치를 통해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그 뒤 우리 당이 보여준 정치는 참으로 실망스럽기 짝이 없어요. 계파 이익에 함몰돼 무원칙, 무감동, 무개혁 공천으로 총선을 죽 쑤게 만든 것이 한명숙 지도부였습니다. 오죽하면 총선 때 (여당을 심판하지 않고)야당이 심판 받는 한국 정치사상 초유의 일이 빚어졌겠습니까. 씁쓸할 수 밖에요."

 

-기억에 남는 의정활동을 꼽으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공무원연금공단전북지부와 전주전파관리소의 광주통폐합 방침을 백지화시킨 걸 꼽을 수 있겠지요. 국감때 문제점을 지적하고 장관을 다그쳐 무산시켰어요. 또 음향대포 도입을 저지시킨 것도 기억에 남아요. 당시 조현오 경찰청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내락을 얻어 시위진압장비로 도입하려 했던 음향대포는 시위대는 말할 것도 없고 시위현장 부근의 일반시민들에게까지 청력손상을 입힐 수 있는 인명 손상무기였습니다. 구체적인 자료와 근거를 제시하며 집중 추궁하자 한나라당 의원들도 동의하면서 결국 도입을 무산시켰습니다. 당시 경실련은 '피감기관의 잘못된 정책과 행태에 대한 집요하고 날카로운 추궁이 돋보였다'고 논평했지요."

 

-지역이 발전하려면 도정과 국회의원, 국회의원간 응집력이 중요할 겁니다. 전북의 정치력이 취약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경험해 보니 어떻던가요.

 

"4년 간 의정활동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전북의 분열'이었습니다. 국회의원들끼리, 또는 국회와 도정 간에 정례모임 자체가 없어요. 예산확보 등 필요한 때만 정책간담회 몇차례 갖는 게 고작입니다. 그러다 보니 전북발전을 위한 중지가 제대로 모아지지 않아요. 지도부가 무관심하기 때문이지요. 정치권과 도정은 전북발전이라는 대명제 아래 굳게 뭉쳐야 합니다. 정례모임을 통해 무엇이 부족한지, 개선점은 무엇인지 항상 현안을 점검하고 누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합니다. 그리고 도지사는 지역에 얽매일 필요가 없어요. 도정은 부지사한테 맡기고 서울에서, 국회에서 활동하고 외국도 나가는 등 스케일이 크게 활동해야 해요."

 

-전북의원 11명중엔 초선의원이 7명이나 됩니다. 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젊고 패기 넘치며, 역동적인 분들이 많아 기대가 큽니다. 공천 불이익을 미리 상정해 여기저기 눈치 보며 줄서기 하는 구태는 버려야 합니다. 선공후사(先公後私) 정신으로 소신 있게 밀어붙이는 뚝심이 필요합니다. 단결과 소신 두가지를 부탁하고 싶어요. "

 

-국회의원의 매력과 경계해야 할 독(毒)으로는 무얼 꼽을 수 있을까요.

 

"국회의원은 매력있는 직업입니다. 억대 연봉에 9명의 보좌진(인턴 2명 포함)을 둘 수 있고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 등 많은 특권이 주어집니다. 하지만 이런 특권에 취해 본연의 임무인 국민에 대한 봉사를 게을리 하면 그건 바로 독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특히 국회의원이라는 직위를 이용해 이권이나 인사에 개입하는 것은 가장 경계해야 할 행태지요. 이른바 당론이라는 미명 아래 개인의 정치적 의사가 때로 사장되는 것도 일종의 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계속 백수 생활 할 겁니까.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정치적 활동은 당분간 중단한 채 평범한 시민으로서 일상의 자그만 기쁨을 누리고 싶었는데 대선 때까지는 그 소망을 유보해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손학규 전 대표의 요청에 따라 손 캠프에 합류했습니다. 손 전 대표는 대학시절 민주화운동, 졸업 후에는 노동운동을 하는 등 청년시절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치열한 투쟁을 벌인 분으로서 아주 양심적이고 정의로운 분입니다. 부드러우면서도 강한가 하면 한없이 겸손하고 남의 아픔과 고통 해결을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서는 실천가로서 보편적 복지와 경제민주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요구하는 지금의 시대정신에 딱 들어맞는 분이라고 믿습니다."

 

-항간에는 2014년 도지사 선거에 나설 것이라는 설이 있던데요.

 

"불출마 선언을 하니까 그런 얘기가 봇물처럼 터져 나옵디다.(웃음) 처음에는 '도지사 나가려고 불출마했다'는 말이 돌더니 나중에는 '장세환 같은 사람이 도지사 돼야 한다'는 말로 진화(?)하더라고요.(웃음) 솔직히 저는 단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그런 생각을 했다면 제 성격상 '도지사 출마를 위해 이번 총선서 출마하지 않겠다'고 직접 선언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에게 어떤 시대적 소명이 주어진다면, 또한 그런 정치적 환경이 조성된다면 무리를 하면서까지 피해갈 생각은 없어요. 저 개인적으로는 권력의지보다는 자유의지를 더 사랑합니다만 지역발전과 국민을 위한 봉사는 개인 차원을 넘어 공인에게 주어지는 의무라서 그렇습니다."

 

-전북엔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너무 많습니다. 언론인 출신으로서 전북일보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우리 지역에서 가장 오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전북일보에 대해 항상 무한한 애정과 신뢰를 보냅니다. 지역 언론의 맏형으로서 지역발전과 도민 복지향상의 중추적 역할에 대한 기대가 커요. 열악한 언론환경 속에서도 춘추필법을 실천하는 가족들을 존경합니다. 권력과 자본의 횡포에 맞서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고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는 정론지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 장세환 전 국회의원과 본보 이경재 선임기자가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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