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사찰서 세상 번뇌 내려놓고… 위봉산성에선 조선 역사의 숨결을…
올해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키워드는 바로 '힐링'이다. 말간 햇볕에 알밤도 통통하게 익는 가을날, 개인적으로는 휴일 중에 하루 날을 잡아 반나절만 드라이브 다녀오는 것을 가장 즐긴다. 일하는 동안 하지 못했던 집안 정리와 개인적인 일들을 처리하다 보면 휴일 중 이틀은 고사하고 하루 온종일을 여행에 쏟아붓는 것은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직장인들에게 나만의 소소한 반나절 힐링 여행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 완주 소양 벚꽂길 따라 위봉사까지
당일치기 짧은 여행을 다닐 때, 내가 가장 자주 가는 곳은 완주군 소양면이다. 오전 10시 쯤 전주에서 출발해 차를 타고 30여 분을 가면 먼저 소양면 벚꽃길이 반겨준다. 이 길은 4월에 지나야 가장 멋진 곳이지만, 개인적으로 벚꽃이 만개하는 봄보다는 조용한 가을의 소양 벚꽃길을 좋아한다. 낙엽 진 벚나무가 가만가만 걸을 수 있는 터널을 만들어 정말 가을이 왔음을 실감케 하기 때문이다.
고즈넉한 위봉사로 향하기로 한다. 절에 올라가기 전 용소마을 전각에 올라 다시 한 번 가을을 느껴본다. 맛있게 익은 감들이 군침 돌게 하고, 그 아래에서 졸졸졸 흘러가는 물소리도 마음을 편안하게 달래준다.
조금 더 위로 가면, 위봉산성을 볼 수 있다. 이곳은 임진왜란 이후 숙종이 태조영정과 조선왕조실록, 위패 등의 유실을 막기 위해 전주에 가까운 험준한 산을 골라 유사시 궁중이 중요한 자료들을 봉인하기 위해 만든 산성이다. 그 때문인지 둘러보면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몰래 출입하도록 만든 비밀문도 발견할 수 있다. 성곽의 길이가 16km에 이르기 때문에 꽤 여유 있게 걸으며 조선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이곳은 완주여행길 꼭 들러야하는 주요 코스로도 손꼽힌다.
다시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완주군 소양면 대흥리 21번지에 위치한 위봉사다. 세 마리의 봉황새가 절이 생긴 터를 감싸고 하여 '위봉사'라고 이름 붙은 이곳은 들어서면 조용한 산세와 그 장엄한 분위기에 압도당한다. 현재 보수공사 중인 대웅전인 보광명전 대신 봉서루를 찾았다. 불교가 아닌 사람도, 절에 들어오면 일단 먼저 봉서루에 들어가 절을 하는 것이 좋다. 이는 부처님에게 예를 갖추는 것과 종교적인 목적 외에 절을 하는 동안 잡념을 지우고 마음을 한 번 덜어낸다는 의미에서다.
양 무릎과 팔꿈치, 이마 등 신체의 다섯 부분이 땅에 닿게 하는 불교의 절 방법을 오체투지라고 부른다. 자신을 무한히 낮추면서 모든 괴로움을 내려놓고, 나 외의 이들에게 최대의 존경을 표한다는 의미다. 직장생활 스트레스 여러 가지 잡념들을 비우기 위해 오체투지를 해본다.
위봉사에서는 공양시간 내에 맞춰오면 누구든 산사음식을 맛볼 수 있다. 100% 이곳에서 직접 재배한 채소들로 반찬을 만들기 때문에 수고로움은 말할 필요가 없다. 장이 익어가고 있는 수많은 장독대가 있는 위봉사의 공양간은 벌써 스님들이 점심공양을 시작했다. 위봉사는 부처님 오신 날, 불교가 아닌 사람들도 연등 행사를 보고, 산채 비빔밥을 먹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비구니들의 손끝에서 나오는 그 맛이 정갈하기로 유명하다.
천연재료로 맛을 낸 나물 반찬과 김치, 국 등이 준비되었다. 그 중에서도 유난히 반가운 음식은 버섯탕수다. 여러 야채와 과일을 버무린 소스가 올라간 버섯탕수를 입에 쏙 집어넣고서는 고기가 떠올라 어쩔 수 없구나 생각했지만, 우리가 먹는 보통 탕수육과 전혀 색다른 맛이었다. 고기 대신으로 버섯이 아닌 소스 자체로도 산사음식답게 깔끔해 튀긴 음식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위봉사에서 나와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위봉폭포의 시원한 물줄기를 볼 수 있다. 완주군의 완산'승경'(뛰어나게 좋은 경치라는 뜻) 37경 내 드는 위봉폭포는 완주군을 들르는 사람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코스다. 큰 바위 위에 올라가 멀리 보이는 폭포를 바위 옆에 있는 제법 긴 나무계단을 5~10분 정도 내려가다 보면, 시원한 물줄기가 내려오는 위봉폭포를 만나볼 수 있다. 사진 촬영에 집중하고 있는 사진가들도 보인다. 경치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셔터를 누르는 그 모습이 어찌나 진지하던지. 아름다움을 담으려는 그들의 노력이 대단하다. 일상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고, 고단해서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지만 시간적인 여유가 없을 때 힐링 여행을 소양의 가을 풍광과 함께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전북도 블로그 기자단
※ 임실치즈테마파크에 재직 중인 고혜경씨는 2008년 전북관광 미니홈피와 임실치즈 홍보 블로그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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