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혼자서 하는 등산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모른다. 일행에 뒤처지거나 재촉함을 애써 달래줄 필요 없이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내딛으며 여유를 즐길 수 있고 바위 위에 걸터앉아 산바람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오늘 소개할 이 곳 덕음산 솔향 산림욕장도 진한 여유와 아름답게 물든 남원의 단풍을 가득 담을 수 있는 곳이다.
남원 관광단지 내에 있는 '덕음산'은 정상에 오르면 남원 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남원의 명산이다. 접근성도 좋고 특히 산이 험하지 않아 가벼운 트래킹 코스로도 인기가 높다. 입구를 통해 나무계단을 오르면 마치 남원 시민들을 지켜주는 수호신같은 거북바위를 만날 수 있다. 이 길을 조금만 따라 올라가면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가볍게 식사와 차를 즐길 수 있는 시설들도 있어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가 높다.
△ 첫번째 쉼터, 그동안의 모든 액은 장승들에게 넘겨주고
흔히 마을의 입구에 세워져 들어오는 재앙을 막고 마을의 안팎을 구분해주는 역할을 하는 장승. 덕음정에 오르는 산행길은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마을과 절을 지키는 장승의 모습은 보통 무섭게 생겼지만, 이곳 장승들은 천진난만한 어린아이같은 모습, 거무릇한 턱수염과 함께 인자한 미소를 띄며 마치 웃음을 잃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선물 같다. 장승들이 주는 웃음을 마주하며 걱정이나 근심은 잠시 내려 놓아도 될 듯 싶다. 감사의 인사 대신 찡긋 윙크한번 내보이고 다시 산행길에 오른다. 발걸음이 무척이나 가볍다.
깨끗한 산내음이 코끝으로 느껴질때 쯤 산을 오르는 어린 아이들을 만났다. 힘든 내색 하나 없이 벌써 저만치 위에 올라가서 아래있는 아빠 엄마를 보며 어서 오라며 손짓한다. 아이들에게 가을 등산을 보여 주고 싶은 부모님들은 미리 운동을 해두는게 좋을 것 같다. 요즘 아이들은 생각 이상으로 체력이 아주 좋으니까.
△ 두번째 쉼터, 덕음정에서 붉게 물든 남원을 내려다 보다
저 멀리 덕음정이 보인다. 솔나무들 사이에 꼼꼼히 숨어지내던 단풍도 이제야 발그레 볼을 밝히며 알록달록 가을옷을 입었다. 덕음정은 사실상 덕음산의 정상이다. 신발을 탈탈 털고 올라서면 남원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제일 먼저 남원의 요천을 따라 아름답게 비춰지는 두 개의 다리는 승사교와 승월교, 이 다리를 건너면 광한루원과 남원 시내로 통한다. 큰 건물은 남원국립민속국악원과 춘향예술문화회관, 왼편으로는 춘향테마파크가 있고 오른편으로는 남원랜드가 있다. 마지막으로 우주선 뚜껑처럼 보이는 가장 왼편의 건물은 천문대다. 정말 남원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 세번째 쉼터, 찌뿌둥한 몸 풀어주는 약수와 간편한 운동까지
덕음정을 내려와 100m쯤 오시면 통나무 계단이 보인다. 내심 지나칠까 하다 "이왕, 여기까지 왔으면!"하는 마음에 올라가본다. 지나는 길에 춘향과 이몽룡의 모습이 새겨진 약수터가 나온다. 한참 목이 말라 있었는데 차갑게 목을 축여본다. 간만에 산행으로 잔뜩 긴장한 근육을 간편한 운동기구들로 풀어보자. 가파른 절벽 위에 있어 아찔해 보이지만, 튼튼히 고정되어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거꾸로 매달려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도 느껴보고, 하늘 자전거로 달려보고, 훌라후프같은 커다란 링도 돌리며 몸을 푼다. 지치면 잠시 나무 정각 아래 앉아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왼편으로 내려가면 '애기봉' 산행을 조금 더 즐길 수 있다. 하행길은 그 반대편 오른쪽 길이다.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갈대를 지나, 하늘 끝까지 크게 자라 있는 솔나무들을 지나면 이곳의 또 하나의 매력인 솔바람길이 보인다.
△ 네번째 쉼터, 뚜벅뚜벅 걸으며 숨 고르며 솔바람을 느끼다
천문대 쪽으로 가면 빠르게 하행할 수 있지만, 아스팔트 길을 걸어야기 때문에 솔바람길을 선택했다. 여기서는 걸음걸이를 조금 낮추고 천천히 걸어본다. 솔향길은 덕음산 둘레를 쭈욱 따라 평탄하게 놓여있다. 손을 살짝 뻗어 바람결을 잡아보기도 하고, 두 눈을 감고 솔향을 느껴본다. 솔바람길 끝자락 왼편으로 쭈욱 내려가면 처음 왔던 길로 돌아갈 수 있다. 내려가다 문득 뒤를 돌아보면, 방금 올랐던 덕음정이 저만치 멀리 보인다. 새삼 오늘 편히 등산을 잘했다는 기분이 든다. 붉게 물든 양림단지 또한 아름답다. 가을 낙엽진 거리도 보이고, 예쁜 꽃들이 수북한 카페도 보인다. 연인과의 아빠와 딸과의 가벼운 산책으로도 그만인 곳이 바로 이곳이 아닐까 싶다.
전북도 블로그 기자단
남원을 방문 하면, 덕음산 산행을 권하고 싶다. 남원 시내를 둘러본 뒤, 조금 어둑해졌을때 정상에 올라 불빛과 함께 오늘 하루 자신의 발자취를 돌아봐도 좋다. 아니면 조금 서둘러 아침에 올라 하루를 밝혀주는 일출을 본 후 남원을 둘러봐도 좋다. 요즘같이 하늘 높고 붉게 물든 날씨, 덕음산 오르기 가장 좋은 계절이다. 흘러가는 이 가을, 덕음산에서 가을의 정취를 즐겨보길 바란다.
※ 우미연씨는 전주대 문화관광학부 관광경영학과에 재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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