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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더 하고 싶어 대학교 입학 했죠"

도립여성중고 최고령 졸업 기정애씨 "배움 열정으로 전주 이사 미술치료 배워 봉사할 것"

 

"공부를 하면 할수록 더 하고 싶어져 대학까지 진학했어요. 어렸을 적 아버지가 절 무릎에 앉히며 '대학생 정애'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는데 그말이 이제야 이뤄졌어요."

 

6일 전주시 송천동에 위치한 전북도립여성중고등학교의 제13회 졸업식에서 만난 기정애 씨(72)는 '여고시절'의 아쉬움과 대학 새내기의 설렘이 교차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그 위에 학위복을 걸친 기 씨는 "공부를 끊고 싶지 않아 올해 한일장신대 상담학부에 입학한다"며 "졸업식이 설레 잠도 오지 않고 오전 5시에 일어났다"며 들뜬 기분을 내비췄다.

 

그는 이어 "학우들이 싸온 음식을 나눠 먹고 학교가 여는 사생대회·백일장 등에 참여한 추억이 많은데 돌이켜 보면 3년이 하루 같이 즐거웠고 학우들이 그리울 것 같다"며 "젊은 사람들의 기를 받아 더 젊어진 듯 하고 등·하교를 위해 자기관리에도 더욱 신경썼다"고 회상했다.

 

기 씨는 도내에 연고가 없지만 고교 진학을 위해 3년 전 전주로 이사했다. 그는 전남 함평에서 태어나 6·25 전쟁 때 아버지를 여의고 고향에서 논농사를 짓다 서울에서 53년을 살았다.

 

"그 때는 사는데 급급해 학교에 갈 생각을 못했지요."

 

하지만 68세 되던 해 중학교에 들어갈 결심을 했다.

 

"당시 기도원 다녀오는 길에 만난 딸 친구 엄마로부터 '학교에 다닌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뛸 정도로 충격이었어요. 그 나이에 생각하지도 않은 말이었으니까요."

 

기 씨는 그 길로 서울 마포에 있는 2년제 학교인 일성여자중고등학교에 등록했다.

 

하지만 토요일까지 학업 진도를 따라가는데 힘이 부쳤다. 겨우 겨우 학교를 마쳤지만 고교 진학에 풀이 꺾인 상태였다.

 

"미국에 사는 딸에게 더는 못 다니겠다고 했더니 딸이 국내 여러 학교를 알아보고 시설이 가장 우수한 곳이라며 전북도립여중고를 추천했죠. 바로 전주로 내려와 학교에 등록하고 집값이 가장 싼 곳을 물어 계약했지요."

 

배움의 열정으로 이사까지 왔지만 초기에는 적응이 어려웠다.

 

기 씨는 "각기 개성이 강한 40여명의 어린 학우들과 어울리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며 "나보다 젊은 사람와 어떻게 어울려야 하는지 몰랐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들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장점을 보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대학에서 미술치료를 배워 치매 노인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이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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