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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정 2%는 꼼수

김윤덕 국회의원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문화가 권력이고, 또 상상력에 대한 가치"라면서 '문화융성'을 강조했다. '문화'라는 단어는 무려 19회나 언급했다. 더욱이 박 대통령은 후보시절, "OECD각국의 정부예산에서 문화재정이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1.9%내외인데 반해 우리는 1.14%에 머물러있다"며 "향후 5년 내에 문화재정 2% 달성을 목표로 매년 17%씩 문화재정을 늘려나갈 구체적인 로드맵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래서 지난 9일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를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기대감을 갖고 준비했다. 새 정부가 공약한 '문화재정 2%'를 과연 문체부는 어떻게 실천해 나갈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고, '문화'하면 생각나는 우리 전북은 새 정부가 추구하는 문화의 새 비전을 앞으로 어떻게 접목해 나가는 것이 좋을까? 하는 설레임이 있었다.

 

그러나 업무보고를 준비하면서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박 대통령이 공약한 '문화재정 2%'는 알맹이도 없었고, 숫자 맞추기에 매몰된 꼼수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먼저 정부는 당초 약속했던 '문화재정'의 개념을 전면 수정했다. 박 대통령이 공약한 '문화재정'은 문화재청 예산과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부문 예산을 제외된 순수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의 비중이었다. 그런데 인수위와의 논의를 거치면서 '문화재정' 개념은 문화재청 예산은 물론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예산을 포함시킨 새로운 개념으로 수정됐다. 당초 목표 2%도 1.95%으로 하향 수정했다.

 

둘째, 문화재정 2%를 확보하기 위한 구체적 재원 방안도 없었다. 문체부가 작성한 중기사업계획을 보면, 문화재정 2% 확보를 위해 몇 가지 방안이 제시돼 있는데, 모두 한계가 있다. 현행 체육진흥투표권 사업의 의무적 민가위탁구조를 공영화로 전환하여 기금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은 국민의 도박 참여를 종용할 수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또 문화예술창작 사업을 소액다건 지원에서 전문단체를 중심으로 집중 육성해 관객 수를 확대하고, 수입을 늘리겠다는 구상 역시 다양성과 창의성을 중시하는 문화의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크다.

 

셋째, 새로운 사업도 찾아볼 수 없다. 이번 업무보고에서 밝힌 것은 예술인 창작 안전망 구축 및 지원 강화, 문화향유 기획 확대와 같이 기존에 추진하던 방향을 나열하는 수준이었고, 문화기본법 제정, 문화유산 관리 체계화 등의 구체적 사업내용도 이미 추진중인 사업들이다. 문화재정을 2%로 확대한다 해도, 기존 사업에 대해 지원을 확대하는 수준에 머문다면 의미없는 구호에 그칠 것이 뻔하다.

 

마지막으로 전통문화의 산업화에 대해 관심이 부족하다. 새 정부의 업무보고서에는 이전 보고서에서 즐겨 보던 '전통문화의 산업화'이라는 표현이 단 한 대목도 나와 있지 않는다. 문화자원을 적극 활용해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고자 기대하는 전북 입장에서는 매우 서운하다. 이번 업무보고에서 류진룡 장관은 전통문화를 산업화하는데 많은 관심을 갖겠다고 화답했다. 실제 사업으로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

 

박 대통령은 '문화재정 2%' 공약이 과장됐음을 솔직히 시인하고, 사과해야 한다. '2%'라는 숫자때문에 '문화재정'의 개념을 수정했고, 구체적 로드맵이 있다던 재원확보 방안은 수립된 것이 전혀 없었다. 재정확충에 따른 새로운 사업도 없었다. 전북에게 꼭 필요한 전통문화 산업화와 같은 기존의 좋은 사업은 오히려 감춰졌다.

 

문화재정 확대는 반드시 필요하다. 2%에 맞춰 무작정 확대하라는 것은 아니다. 기존에 추진했던 사업들을 우선 제대로 평가해 특정 지역에 선심성으로 지원되고 있는 예산을 바로 잡아야 한다. 그리고 확대된 문화재정은 수도권과 지방, 또 지방간의 문화격차를 해소하는데 더 많이 지원해야 한다. 지역, 세대, 계층간 차별없이 모두 함께 균형있게 문화를 향유하는 것이 곧 문화융성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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