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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실 '이야기' 의자

 

'호화 벽지'와 비뚤어진 책장으로 유명한 서울시장실에는 독특한 사연을 담은 12개의 의자가 다양한 이야기 거리를 제공해준다. 의자는 보통 편안함이나 건강, 혹은 권위를 염두에 두고 선택하게 마련인데 이곳의 것들은 전혀 다른 차원에서 마련되었다. 회의용 의자에도 시정의 방향과 철학을 담은 것이다.

 

이들은 크게 세 종류로 구분된다. 서울의 전통과 흔적이 담긴 것 다섯 개, 사회적 모범을 보인 시민들이 사용하던 의자 4개, 시정운영의 철학을 상징하는 것 3개. 북촌한옥마을의 장인이 30년 넘게 사용하던 의자가 있는가 하면 400여년 동안 20여대에 걸쳐 서울에서 살고 있는 토박이 후손이 평생 썼던 것도 있다. 옛 서울역을 추억하기 위해 그곳 폐기 목재를 활용하여 제작하기도 했고 마을 주민이 쓰다 버린 것을 수리하기도 했다. 순직한 소방관이 공무원시험을 준비할 때 앉아 사용했다는 의자나 중증장애인을 돌보던 복지재단 이사장의 휠체어를 일부 보수한 것까지 구해다 놓은 점도 퍽 인상적이다.

 

"이 의자는 사회적 약자, 서민 등을 주로 변론하여 인권의 변호에 힘썼던 故 조영래 변호사 가족이 기증한 것입니다. '한 나라의 인권상황은 인권을 지키고 증진시키려는 그 나라 시민의 노력과 결의에 달려있다.' 故 조영래 변호사의 인권에 대한 생각입니다." 한 의자의 등받이 뒤편에는 이런 소개글이 새겨져 있다.

 

단순히 스토리텔링만의 얘기가 아니다. 철학과 진정성이 문제다. '호화 벽지'만 해도 그렇다. 선거 당시 보내온 시민들의 소망을 담은 메모지로 벽 한 면을 온통 장식하고 있다. 수많은 시민들의 정성을 하나하나 모은 것이니 '호화판'이라 할 수 있다. 당선되고 나면 헌신짝 취급하기 일쑤인 것을 잊지 않겠노라는 시위하고 있다. 언론홍보용이라는 비아냥이 오히려 어쭙잖아 보인다.

 

책장을 똑바로 세워놓지 않는 것에도 철학이 담겨있다. 그 포스트모던한 발상이 눈길을 끌고 궁금증을 유발한다. 자연스럽게 질문을 유도하며 '평행선으로 맞서기만 하는 사회풍조를 염려하여!'라는 답을 듣도록 해준다. 그곳을 가득 채우고 있는 각종 파일과 책장 곁에서 탐스럽게 자라고 있는 상추까지! 방주인의 철학과 내공이 곳곳에 스며있다.

 

이 방 주인이 최근 은평신타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실을 그곳으로 옮긴다 하여 또 언론을 탔다. 또 주목끌기라며 빈정대겠지만 그 신선한 파격이 반갑다. 서울시민이 참 부럽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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