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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식 가옥…여기 한국 맞아?

군산 유일 게스트하우스 '고우당'

▲ 박미소 전북도 블로그 기자단
이성당과 복성루, 근대문화거리과 새만금 등 군산여행은 볼거리 먹거리가 어우러진 매력적인 여행지다. 하지만 딱 하나 군산은 숙박이 어렵다. 좀 더 오래 군산을 즐기고픈 분들을 위해, 근대역사문화단지와 은파유원지를 방문한 관광객들을 위해 군산의 유일무이한 게스트하우스 '고우당'을 추천한다.

 

대부분 게스트 하우스 하면 건물 내에 자리한 작은 숙박시설을 떠올릴 테지만 고우당에 도착하면 전에 보지 못한 게스트 하우스의 규모에 깜짝 놀랄 것이다. 고우당은 여러 채의 일본식 가옥이 구분되어 있고 그 가운데 일본 특유의 아담한 호수와 아기자기한 수목 정원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고우당을 방문한 사람들은 고우당에서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재미삼아 이렇게 올린다. "여기는 일본~"이라면서 말이다.

 

취재를 위해 고우당에서 묵을 방을 예약하기로 했다. 묵을 인원수에 따라 봄, 여름, 가을, 겨울, 사랑채, 별채로 나뉘어져 있는데, 우리는 5인용 별채에서 하룻밤 묵어보기로 했다. 별채에 들어가는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다다미방이었다. 다다미는 일본식 가옥에서만 볼 수 있는 양식으로 습도 조절을 해주고 대나무로 만들어져서 여름엔 단열 효과가 있다. 함께 간 동행들은 온돌을 사랑하는 한국인이지만 여행에서 다다미방을 체험해 보는 경험도 흥미롭고 색다르다며 반가워한다.

 

두 번째로 시선을 끈 것은 바로 '코타츠'다. 취재를 했던 3월은 아직 추웠기 때문에 코타츠를 아주 요긴하게 사용했다. 코타츠는 일본식 전통 난로로서 테이블에 이불을 끼워 사용하는 방식으로, 만화 '짱구는 못말려'에 등장하는 짱구네 집 거실에서 자주 등장한다.

 

코타츠를 실제로 보니 너무 신기하고 따뜻한 온기를 푸근히 감싸주는 게 벗어날 수 없을 정도로 중독성이 강했다. 예약을 할 때는 몰랐지만 코타츠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랑채에는 없고 우리가 묵었던 별채에만 구비되어 있었다. 방 예약 시 꼭 참고하시길.

 

그 외에도 밥통 같은 각종 취사 기구와 기본적인 식기구가 준비되어 있어 음식을 직접 조리해 먹을 수 있다. 화장실은 꽤 커서 샤워하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다만 별채나 사랑채 이외의 화장실은 공동으로 사용해야 한다.

 

고우당은 지리적인 편리성 때문에서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걸어서 약 2~3분만 히로쓰 가옥이 있고, 바로 앞에는 일본식 사찰인 동국사가 있는데 걸어서 간다면 군산 예술인들의 작업 공간인 '여인숙'에 들릴 기회도 가질 수 있다. 군산 여행에 빠질 수 없는 맛 집 중의 맛 집, '이성당'도 약 10분 거리 내에 있어 더없이 좋다.

 

우리도 해가 뉘엿뉘엿 할 때쯤 동국사로 발길을 향했다. 때마침 사찰에서는 불공을 드리고 있었는데 연등에 비친 붉은 빛 기운이 마치 노을이 지는 것과 비슷했다.

 

숙소로 되돌아오는 길,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고우당 내 돈가스 가게에 불이 켜진 것을 발견하고 한 번 들어가 보았다. 게스트 하우스에는 여러 채의 숙박 시설과 더불어 카페, 식당, 선술집과 매점이 있고, 숙박 시설과 같은 일본식 가옥으로 꾸며져 있다. 우리가 방무한 돈가스 집은 사장님께서 장사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돈가스 가게에는 군산이 배경이 되었던 영화 포스터들이 벽면에 전시되어 있었다.

 

'이 영화가 군산에서 촬영했단 말이야?'라는 갸우뚱한 고갯짓만으로도 사장님께서 눈치 빠르게 다가와 어떤 장면이 군산에서 촬영되었는지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군산에 놀러 오신 관광객들에게 설명해주시기 위해 몇 번이고 영화를 다시 보셨다. 널리 알려진 군산의 명소뿐만 아니라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군산 사람들만 안다는 hot spot도 들을 수 있다.

 

며칠 전에는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한 크리스티나씨도 다녀갔다며 사진까지 보여주신다. 귀여운 자랑을 하시는 주인장님의 인상에서 푸근함이 느껴진다.

 

돈가스 가게 사장님의 권유로 바로 옆에 있던 '세노야'라는 선술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들어가자마자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시'였다. '웬 선술집에 시가 적혀있을까'라는 의문을 품고 구석구석을 살펴보던 순간, 선술집의 이름이 왜 '세노야'인지 알게 되었다. 이 가게는 술집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군산의 자랑인 고은 시인의 박물관 같았다. 고은 시인이 지은 '세노야'라는 시제에서 상호명을 빌렸다고 한다. 고은 시인이 상호명으로 자신의 시제를 허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매점 건너편에는 아기자기한 카페가 자리 잡고 있다. 다른 카페에 비해 가격도 착해서 고우당에 머무는 손님들이 꼭 한 번 들리는 곳이라 한다. 이곳은 안 어울리듯 어울리는 두 가지의 모순되는 것들이 공존하고 있었다. 일본식 게스트 하우스 안에는 전통 공예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이곳에 군산의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되기도 한다.

 

4월에서 6월 사이에 관광객들이 군산의 벚꽃을 보러 많이 찾아오곤 한다. 그럴 때마다 숙소가 걱정된다면? 이번 여행은 숙박 걱정 말고 오래된 벗과 같은 집, 고우당에서 일본에 온 것 같은 기분으로 하룻밤 묵어보는 건 어떨까?

 

△ 박미소씨는 전주교육대 영어교육과에 재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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