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통기타 교습소·게임방 등 개장 1년 만에 20개 점포 활기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 장사도 잘 되고 개성 넘치는 상점도 늘어나 점점 복합문화공간으로 변모해가고 있습니다."
개장 후 1년여 만에 다시 찾은 남부시장 청년몰. 청년장사꾼들의 입가에는 미소와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지난해 5월 남부시장 2층에 9개의 조그마한 상점으로 시작할 당시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워 다소 불안했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텅 비어 있던 상가는 입소문을 듣고 몰려든 청년장사꾼들로 가득 채워졌고, 관광객들은 각종 문화체험은 물론 상인들이 만든 개성 있는 상품들에 호기심을 보이다 이내 구매로 이어졌다.
'차와(한방·발효차 전문점)' 임영규 대표(29)는 "그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처음 청년몰을 시작할 당시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상인들이 늘어나고 콘텐츠가 다양해지면서 관광객들이 많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이곳에 입주한 '종이정원(폐지활용 엽서 제작)' 김명진 대표(43)는 "청년몰에 입주하면서 유통 경로가 다양해졌다. 이곳을 방문했던 타 지역 문화계 관계자들이 제품을 보고 다른 지역에 판매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도 했다. 이제는 워낙 유명한 공간이 된 만큼 가게 홍보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청년장사꾼들의 늘어난 웃음이 만큼 청년몰의 콘텐츠도 보다 더 다양해졌다.
re:born(보따리단), 더플라잉팬, 같이 놀다가게, 차가운 새벽, 차와, 범이네 식충이, 미스터리상회, 그녀들의 수작, 나는 나, 카페 나비, 호카호카, 나무향기, 까사델라코, 종이정원, 바이제거, 히치하이커, 청춘식당, 우주계란, 시어버터, 수제쿠키.
청년장사꾼들의 철학이 담긴 상점 이름만 들어도 개성과 재미가 넘쳤다. 게임, 화분꾸미기체험, 재활용 디자인, 통기타 연주, 뜨개질 공방, 먹을거리 등을 통해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문화체험을 선사하는 것은 물론 남부시장 상인들과의 공존으로 새로운 시장문화를 창출해가고 있었다.
청년몰과 같은 공간에서 '상수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정형선씨(70·상수식당)는 "처음에 어린 친구들이 무엇을 할까 걱정이 됐다. 하지만 상가 청소도 열심히 하고 우리같이 원래 장사하던 사람들에게도 친근하게 다가오면서 많은 발전을 이뤘다. 청년들을 찾는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덩달아 우리 가게도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를 이끌어낸 힘은 무엇일까. 이들이 주목한 것은 전통시장문화의 부활이다.
조선시대부터 근대까지 시장은 상거래만 이뤄지는 공간이 아닌 볼거리, 즐길거리가 함께 공존했던 곳이다. 현대로 접어들면서 시장은 상거래 위주로 재편됐고 복합문화 공간의 기능을 상실했다. 더욱이 대형마트의 등장으로 전통시장은 쇠락의 길을 걸어야만 했다. 남부시장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내리막길을 걷고 있던 지난해 청년장사꾼들은 전통시장문화의 부활, 그리고 지역상인과의 공존을 모태로 첫 발걸음을 뗐다.
젊음과 열정 그리고 신선한 콘텐츠로 무장한 청년 장사꾼들은 '전통시장 부활', '청년 실업 대안의 장'을 마련코자 분주한 일 년을 보냈다. 그간 남부시장 청년몰 협동조합이 설립되고 '쁘레따뽀르떼 인 남부 캐시몹', '청년 야시장' 등의 자체 행사를 진행하며 발전을 거듭해 20개의 상점으로 늘어났다.
상인들의 끼와 재능을 활용해 미션투어, 인디푸드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살아있는 교육체험 현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들의 이런 참신한 시도는 여러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청년 실업문제가 화두였던 당시 정치인들이 앞다퉈 남부시장 청년몰을 방문했다. 현재는 입소문을 타면서 한옥마을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한번쯤은 들렸다 가는 명소가 됐다.
지난달 31일에는 청년회관이 문을 열었다. 청년회관은 사회네트워크 모임, 지역에서 벌어지는 이슈에 대해 토론을 벌이는 공간으로 활용되면서 청년몰은 한 단계 더 도약을 바라보고 있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