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문화유산 박물관 사업 진행 / 우선 예술가들 투입 외모 가꾸기
조용한 시골 마을. '춘포'
이미 오래전에 기차도 서지 않는 춘포역. 오래전에 사람의 온기가 식어버린 간이역. 가끔 들르는 사진 동호인들 말고는 늘 외로이 그곳을 지키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 곳을 찾는 지역주민들, 예술인들, 문화기획자들의 발길이 부쩍 잦아졌다. 어린아이들의 웃음소리도 울린다. '아, 뭔 일이여?' 동네 할배 할매들이 기웃기웃 훈수를 두신다.
잠자고 있는 간이역.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춘포역. 왜 그곳에 사람들이 모여들까? 그곳에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 궁금하다.
먼저, 춘포역의 역사를 간단히 알고 가자.
'춘포(春浦)' 는 봄이 드나드는 물가라는 옛 이름 봄개이다. 1914년 일제 강점기 때에 지어졌다. 슬레이트를 얹은 박공지붕의 목조 구조로 소규모 철도역사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역사로 역사적, 건축적, 철도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 210호로 지정되어 있다.
우리 농민들로부터 높은 소작료를 거둬 식량을 수탈해간 현장으로 아픔이 있는 과거가 춘포역을 포함해 일본 농장가옥, 정미소 등 역사적 장소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마을이다.
또한 춘포역은 전주와 이리(익산의 옛 지명), 군산을 연결하는 철도중심지로 기차가 30분마다 있었으며 당시 '까마귀 떼'라고 표현할 정도의 검은색 교복을 입은 많은 학생들이 통학을 위해 춘포역을 이용했다. 70~80년대 익산 시내의 섬유산업이 발전하면서는 근처 공장으로 출퇴근하는 젊은 여자들이 많아져 '딸촌' 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예전 주변에는 빵집, 술집, 고깃집, 식당 등이 즐비한 번화가였다. 하지만 2011년 5월 13일 전라선 복선 전철화 사업으로 폐역이 되면서 점차 마을도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다시, 춘포역의 변화에 대해 얘기해보자.
현재 춘포역은 익산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근대문화유산 박물관 춘포' 사업이 진행중이다.
사람과 사람, 문화와 문화를 이어주었던 역사(歷史)로 새로운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장을 만들어 주겠다는 취지다.
지역의 예술가들이 먼저 투입되었다. 일단 외모부터 가꾸련다. 지역주민들의 관심을 이끌기 위해 지역 공동체 사업도 하고 있다. 역이 역의 기능이 아닌 문화공간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간이역 활용방안은 이미 다른 지역에서 성공과 실패가 극명하게 나타나는 사업이다. 식상치 않은 기획이 필요하다. 그래서 지역의 문화기획자, 글쟁이들이 머리를 맞댔다. 춘포의 첫 느낌과 지내왔던 삶, 현재에 이르기까지 춘포와 역사에 관련된 생활을 개인의 삶과 시선으로 녹취, 서술, 사진, 영상 등으로 기록중이다. 참여한 작가. 최진성 작가 '춘포역 및 마을 연혁 등 입체형 인포그래픽, 소품, 사진과 영상 촬영', 곽정숙 작가 '춘포역 글쓰기 스토리텔링 및 현장체험학습'을 진행중이다. 이들의 '춘포역 이야기'는 조만간 춘포역에 전시할 예정이다.
지역 화가들도 발 벗고 나섰다. 춘포역을 아트공간으로 꾸미기 위한 벽화, 작품 제작에 돌입했다.
종합예술인 문경자 작가를 중심으로 전시 공간 '달문프로젝트'. 역 주변의 빈집 15번지를 활용한 전시 공간 조성 사업이다. 마을 디자인 사업의 하나로 진행중이다.
평균 연령 70대 이상의 초고령 마을의 평균 연령대를 낮춰주는 작업도 함께 하고 있다.
역시 빈집에는 아이들이 스마일이 최고의 보약이다. 매주 춘포역에는 아이들이 찾아온다. 문화교실이 열리기 때문이다. 지역 인형극 단체인 '꿈초롱 인형극단'(대표 안권순)이 매주 '춘포는 역사다' 를 주제로 지역 아동들을 춘포역에 모아놓고 연극, 미술 등의 문화 예술 수업을 하고 있다. 찰흙을 빚고, 종이를 오리고, 이야기를 만들고, 모두가 춘포역에 관한 상상력을 발휘하는 작업이다.
춘포역은 지금 아트공간으로 대변신을 꿈꾸고 있다. 주변의 근대 건물들과 연계하여 하나의 살아있는 마을 박물관으로, 주민들과 방문객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지역 어린이들과 방문객에게 추억의 공간, 역사 교육공간으로.
춘포역에서 저마다 행복한 상상을 하고 있다. 이 상상이 한곳에 모이는 날. 버려진 역 춘포역에 무지개가 뜰 날도 머지않았다.
김진아 문화전문시민(익산문화재단 경영관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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