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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연극제' 무대 오른 '슬픈 삐에로' 팀

"연습기간 힘들었지만 성장 계기로"

▲ 젊은 연극제에 참여했던 ‘슬픈 삐에로’팀원들.

어느 한가로운 금요일 오후, 전주 한옥마을과 동문예술거리 사이에 위치한 한 소극장에서 분주한 젊은이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바로 옛 우듬지 소극장인 아트홀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씩씩하게 첫 판’ 젊은 연극제의 참가자들이었다, 다음 날 있을 첫 공연을 앞두고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연극, 날 것 그대로 판을 벌리다

 

‘씩씩하게 첫 판’ 젊은 연극제는 지난달 23일에서 지난 8일까지 15세~30세를 대상으로 시나리오를 공모해 최종 선정된 팀이 공연에 올랐다. 재인촌 우듬지의 김영오 대표는 “기성극단이 아니면 연극 참여가 어려운 현실에서 서툰 사람들을 위한 판이 없다”면서 ”서투르지만 부끄러움 없이 마음껏 무대 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젊은 연극제는 그의 바람이 담긴 ‘날 것’들을 위한 판으로 기획됐다.

 

그 첫 발걸음에서 최종 선정된 팀은 모두 3팀, 이들은 지난 11월23일부터 12월 6일까지 3주 동안 주말마다 공연을 선보였다. 첫째 주에는 전주대 졸업생이 모인 ‘넋두리·백가지·반전(넋·백·반)’팀의 ‘버스 정류장’, 둘째 주에는 전북과학대 재학생 ‘슬픈 삐에로’팀의 ‘가로등이 전하는 이야기’, 셋째 주에는 정읍 고교생들이 뭉친 ‘어우러진’팀의 ‘비 그리고 무지개 뜨다’가 무대에 펼쳐졌다.

 

△스무살 삐에로의 이야기

 

열정적인 세 팀 가운데 전북과학대 방송연예비디오과의 재학생들이 모인 ‘슬픈 삐에로’팀은 10명 남짓이었다.

 

“처음에는 교수님께서 소개해주셨어요.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모여 시작하게 됐어요. 연극은 처음이에요. 사실 저희는 같은 과지만 전공은 다 달라요. 춤, 노래에도 다 연기가 포함되니까. 도전해보기로 했어요.”

▲ 포스터

이번 연극제에는 대부분 대학을 졸업했거나 전문적 극단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지원했다. 그 속에서 용케 선정돼 정말 ‘날 것’의 모습으로 자신 있게 도전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연기가 처음인 친구들은 민폐를 끼칠까 걱정스러움에 시나리오를 보고 겁이 나기도 했다. 과 특성으로 무대에 서는 것에는 두려움이 적었지만 연기력에는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목표를 정해놓고 연습을 하다보니 욕심도 생겼다. 두 달 넘게 매일 같이 모여 연습에 매진했다.

 

윤성열 씨는 “비교적 무대에 서 본 경험이 많아 긴장도 덜 하는 편이고, 연기력 말고는 걱정되는 것이 많이 없었는데, 막상 연습을 해보니 다들 목소리가 너무 작았다”면서도 “덕분에 더 열심히 연습하게 됐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같은 학년 같은 과 친구들이 같은 목표를 향해 똘똘 뭉쳐 연습하다 보니 지금은 누구보다 돈독해졌다. 반면 연습하는 과정 중에 부딪치는 일도 많았다.

 

김진영 씨는 “서로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희끼리 조언도 하고 충고도 하는데 이게 자꾸 길어지고 많아지다 보니까 다들 예민해지고, 큰소리도 치게 됐다”면서도 “또 연습을 하다보니까 자연스럽게 풀렸다”고 들려주었다.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속담처럼 조금 다투기는 했지만 그만큼 더 가까워지고 서로에 대한 마음이 더욱 단단해진 모습이 지켜보는 이들을 미소 짓게 했다. 그들의 모습은 설렘 그 자체였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한옥마을 아트홀을 공연장을 다시 찾았다. 소극장은 보조의자 몇 개를 더 가져다 놓을 정도로 사람들이 북적였다. 깜깜한 어둠과 함께 괜히 설렘에 기다렸던 공연이 드디어 시작됐다. 지켜보는 내내 사실 깜짝 놀랐다. 연극이 처음이라는 말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여유있게 극을 끌어가는 스무 살의 젊은이들 때문이다.

 

웃음과 눈물이 함께 했던 한 시간 가량의 연극이 끝나고 많은 박수가 쏟아졌다. 관객들과의 긴 기념촬영이 끝난 후에 다시 ‘슬픈 삐에로’팀을 만났다. 두 달 넘게 준비해온 공연을 마친 이들의 기분은 어떨까?

 

“처음 했는데 큰 실수 없이 잘 마친 게 정말 자랑스러워요. 얼떨떨하기도 하고 끝났다는 것이 실감이 안 나네요. 홀가분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고…. 제 실력도 잘 알게 됐고 한 걸음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기쁨과 벅찬 표정으로 가득한 이들이었다. 힘들고 지치고 다치기도 했지만 관중에게 웃음을 주고 싶다는 팀 이름처럼 준비과정은 힘들었을지라도 웃음을 선사한 것은 확실했다. 스무 살의 아름다운 도전이 모두를 뿌듯하게 만들었다.

▲ 한다은 전북도 블로그 기자단

 

※ 한다은씨는 예수대 간호학과에 재학중인 대학생. 현재 2013 도민블로그 단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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