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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의 꿈

사극 ‘정도전’은 부패한 고려 말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다. 우왕은 왕실 곳간이 바닥났다며 세도가 이인임의 측근들을 불러 재산의 절반을 내놓으라고 겁박한다. 왕에게 재산을 빼앗긴 벼슬아치는 조정 대신을 지낸 조반의 재산을 빼앗아 보충한다. 이 과정에서 머슴이 조반을 폭행하고, 우연히 이 장면을 지켜본 남은이 조반을 보호하려다 역시 머슴들에게 죽도록 얻어맞는다. 세도가의 권력이 하늘을 찌르자, 머슴이 호가호위하며 벼슬아치도 거리낌없이 폭행하는 지경이다.

 

화가 난 남은이 머슴을 죽이겠다고 나서자 정도전이 가로막는다. 머슴을 죽인다고 거악이 척결되는 것이 아니니, 악의 근원을 찾아 없애라고 말한다. 고려와 고려 백성을 파탄지경으로 이끈 고려 왕조를 함께 뒤집어 엎자고 말한다.

 

사극 정도전의 요즘 방영분은 정도전이 왜 고려 해체에 나서게 됐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가 이성계를 내세워 역성혁명의 주도 세력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어지러운 나라를 개혁하겠다고 나섰던 공민왕이 살해된 뒤 꼬마 임금이 된 우왕은 이인임을 아버지로 모시고 흥청망청 신세가 됐다. 왕 노릇을 포기하고 이인임의 꼭두각시가 됐다. 이인임의 주변 세력들은 나라 곳간과 백성 행복은 안중에 없고 사리사욕에 빠져 있다. 고려 충신 최영이 이인임 세력을 모조리 제거하지만, 고려를 뒤집어 엎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정도전의 야망은 더욱 불타오른다.

 

임금이든 벼슬아치든 공인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백성의 이익을 외면하고 사리사욕을 추구하면 당연히 제거돼야 한다. 더 큰 화가 닥치기 전에 피고름과 함께 생살도 도려내야 한다. 정도전은 이성계를 앞세워 새나라 건립 계획에 박차를 가한다.

 

정도전이 부조리에 빠진 고려를 해체하고 새로운 경영주를 내세워 도탄에 빠진 나라를 구하고자 했지만, 훗날 그는 자신을 ‘숙부’라고 부르며 따르던 이방원에게 척살당했다. 사냥이 끝난 뒤 강력한 왕권을 원했던 이방원은 눈엣가시 정도전을 죽이고, 정도전이 설계해 세운 조선을 독차지했다. 조선 500년은 그렇게 시작됐다. 하지만 결국 고려처럼 부패해 버린 조선왕조도 결국 50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요즘 6.4지방선거를 앞두고 권력을 향한 예비후보들의 기싸움이 한창이다. 그들 중 일부는 권력을 얻을 것이다. 하지만 그 자리에 머물 시간은 정해져 있다. 불법과 부패는 그 시간을 단축시킨다.

김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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