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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리모델링

▲ 윤효숙

‘구구 팔팔 이삼 사(死)’, 몇 년 전 이 말을 들었을 때 아무리 우스갯말이라지만 그렇게까지 오래 살까, 생각했었다. 하고 싶은 일도 못하면서 생명만 유지하는 그런 삶은 살았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육십 중반에 가까운 나에겐 구십구 세까지 팔팔하게 살고 이삼일 아프다가 죽는다는 우스갯말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번에 북유럽 여행을 갔을 때 일행 중 80세 어르신도 두 명이나 있었다. 이런 추세로 보면 구십구 세까지 사는 사람도 많이 있을 것 같다.

 

요즈음 시대는 리모델링 시대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성싶다. 리모델링이라는 말은 아파트를 리모델링한다는 말에서부터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리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 뿐이겠는가? 우리 몸의 리모델링도 시작되었다. 여자들이 나이가 들면 눈 꼬리가 처지게 되어 눈물이 나고 짓물러 눈 꼬리를 올리는 수술을 많이 한다. 여자들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남자들도 그렇다. 다리 연골이 닳아 무릎을 수술하고, 장기가 좋지 않으면 장기 수술도 한다. 이빨을 다시 심는 작업은 연세 드신 분들에게는 거의 노인세계로 들어가는 통관절차다. 꼭 노인이 아니더라도 젊은이들도 이가 좋지 않으면 리모델링을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어떤 이는 노안수술을 위해 큰돈도 아끼지 않는다. 수술을 해서 좀 더 보람 있고 편리한 삶을 산다면 그것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나도 지난해 백내장을 수술할 때 노안수술까지 하여 현대 의료혜택을 누리고 있다.

 

모임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마지막 화제는 대부분 건강이다. ‘무엇이 어디에 좋다더라.’하면 바로 자신에게 일반화시켜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몸의 잘못된 곳은 다 고치고 좋다는 운동도 열심히 하면서 건강을 유지하면 아무래도 건강하게 오래 살지 않겠는가? 스마트폰에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가 많이 돌아다니는 것도 그만큼 건강이 중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건강에 신경을 많이 써서 그런지 우리나라 노인의 평균 수명이 길어진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우리의 몸은 건강해졌는데 우리의 정신은 어떤가? 누가 할머니라고 하면 기분 나빠하면서도 어느 모임에서건 자신이 연장자라고 생각되면 은근히 대접받고 싶어 한다. 우리 또래들이 옛날 같으면 상(上)할머니라면서 자신을 높이고, 일하기는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 ‘어느 퇴직자 둘이 있었다. 한 사람은 이 나이에 무엇을 하느냐고 가만히 있었더니 그 사람은 발전 없이 그대로 죽었고, 다른 한 사람은 열심히 노력하여 더욱 황금기로 살았다.’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노인복지관마다 노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젊은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얼마나 많은가? 아직도 무언가 할 만한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우리 몸을 리모델링하여 젊게 살듯이 마음도 리모델링하여 봉사나 취미 활동, 건강관리도 열심히 하는 분을 보면 본받고 싶다. 100미터 달리기 선수는 100미터만 달리면 몸에 힘이 다 빠져서 더 이상 달릴 수 없다. 1,000미터 선수는 1,000미터에 맞추어 자신의 힘을 조절하기 때문에 100미터는 거뜬히 달릴 수 있다. 마찬가지로 99세까지 팔팔하게 사는데 자신의 목표를 정하고 건강관리를 하면 어느 정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난 요즈음 내 마음을 리모델링하고 있다. 앞으로 10년까지는 현역으로 직접 활동하고 싶다. 나이 들었다고 뒤로 빼지 않고 적극적으로 봉사와 자기관리 그리고 민폐 끼치지 않고 살아간다면 구구 팔팔 이삼사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려니 생각한다. 물론 하나님의 허락과 보호가 있어야겠지만 말이다.

 

△수필가 윤효숙씨는 2010년 〈대한문학〉으로 등단. 수필집 〈한 송이 들꽃처럼〉, 성지순례 기행문 〈어두움에서 빛으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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