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달력 이야기

자치단체장 임기동안 과시적인 업적보다는 미래 주춧돌 놓길 기대

▲ 이철우 총리실 업무평가 실장
올해도 달력이 3장 밖에 남지 않았다. 나이 들수록 시간이 더욱 빠르게 흘러감을 실감한다.

 

지금 우리가 쓰는 달력 체계의 큰 틀은 기원전 46년 로마의 군인이자 정치가였던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이집트의 태양력을 도입하여 마련한 것이다. 1년을 365일과 1/4일로 정하여 3년은 365일, 4년마다 1년은 366일인 윤년으로 하였다.

 

홀수 달을 31일로, 짝수 달을 30일로 하되, 2월은 평년에는 29일, 윤년에는 30일로 하였다. 12달의 형태가 갖추어진 기원전 8세기 이후 1월부터 6월까지는 주로 로마 신들의 이름이, 7월부터 12월까지는 숫자 이름이 붙어 있었다.

 

예컨대, 1월은 문의 신인 야누스의 형용사형인 야누아리우스(Januarius), 3월은 전쟁신 Mars에서 온 마르티우스(Martius)라는 이름으로 불리어졌고, 7월에는 다섯 번째를 뜻하는 퀸틸리스(Quintilis), 8월에는 여섯 번째를 뜻하는 섹스틸리스(Sextilis), 9월부터 12월까지는 지금과 같은 Septe mber, October, November, December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다.

 

7월 이후 달 이름에 2가 적은 숫자가 붙은 것은 한동안 로마에서는 3월을 한해가 시작하는 첫 달로 여겼기 때문이다.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새로 달력체계를 정비하면서 자신이 태어난 7월의 명칭을 퀸틸리스에서 자기 이름인 율리우스로 바꾼다.

 

율리우스가 암살된 후 뒤를 이은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정적이었던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의 연합군을 격파한 악티움해전을 기념하기 위해 전승일이 들어있던 8월의 이름을 아우구스투스로 바꾸는데, 한 술 더 떠서 원래 30일이던 달의 길이를 31일로 늘리고, 대신 2월에서 하루를 줄인다.

 

이렇게 좋은 선례들을 후대의 권력자와 아첨꾼들이 흉내 내지 않을 리 없었다.

 

악명 높은 네로황제(AD 54-68 재위)도 4월을 네로네우스로 고쳤고, 자신을 “주 하느님”으로 부르도록 강요한 도미티아누스(81-96)도 10월을 자기 이름으로, 9월은 자기가 경애한 선대 폭군 칼리굴라(37-41)의 이름을 따서 게르마니쿠스로 고쳤다.

 

그러나 이달의 이름들은 그들이 죽은 후 곧 원래대로 환원된다.

 

결국 신이 아닌 인간 중에서는 달력을 새로 도입한 율리우스, 로마 초대황제 아우구스투스만이 자신들의 이름을 달력에 남기게 된다(July, August).

 

아첨꾼의 감언에 휩쓸리지 않고 냉정하게 절제심을 유지한 로마 황제도 있었다. 아우구스투스에 이어 제위에 오른 티베리우스(14-37)는 9월의 이름을 티베리우스로 고치라는 원로원 의원의 제안을 “황제가 13명이 되면 어찌할 것인가?”라고 일언지하에 거절하였다.

 

말년의 공포정치로 인해 폭군이라고 지칭되기도 하지만, 티베리우스는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기획하고 아우구스투스가 구축한 로마제국을 반석 위에 올려놓은 가장 훌륭한 황제 중의 한사람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 이야기』에서 티베리우스에 대해 “중요한 것은 그가 새로운 정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전 황제인 아우구스투스가 구축한 체제를 견고하게 다지는 일에만 전념하여 제정로마를 반석에 올렸다.” 라고 적었다.

 

전임 지자체 장이 벌여 놓은 사업들이 백지화되는 일을 종종 본다. 자치단체장들이 임기동안 드러날 과시적 업적보다 미래를 위한 주춧돌을 놓는데 힘써주길 기원한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익산동물의약품 규제자유특구 후보 익산, 미래 동물헬스케어산업 선도

문화일반전북과 각별…황석영 소설가 ‘금관문화훈장’ 영예

정부李대통령 지지율 63%…지난주보다 6%p 상승[한국갤럽]

사건·사고김제서 작업 중이던 트랙터에 불⋯인명 피해 없어

정치일반"새만금개발청 오지마"…군산대 교직원 58% 이전 반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