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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명절

수능시험이 없어지면 수험생 자살도 없을 것 /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

▲ 김한결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재학
어느덧 겨울을 맞이한 우리 대학생들은 한 학년을 정리하는 시기가 찾아왔다. 나와 내 친구들은 벌써 수능을 본지 1년이 넘었다는 사실이 당황스럽고 어색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대한민국만이 가지고 있는 11월의 명절, 대학 입시를 위해 치르는 ‘수학 능력시험’. 11월의 한 목요일, 입실 시간 전까지 들어가야 하는 수험생들을 위해서 국가 차원으로 도움을 준다.

 

약 60만 명 이상의 수험생들이 같은 날, 같은 시간동안 시험을 보게 된다. 자신이 원하는 대학, 아니 그냥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정해진 틀인 우리나라에서는 너무도 당연하게 여긴다.

 

수능 당일, 몇몇 수험생들은 시험을 포기하고 거리로 나와서 회견을 열었다. 일명 ‘투명가방끈’이라 불리는 수험생들의 모임은 “우리의 꿈은 대학이 아니다!”를 외쳤다. 이렇게 수능을 거부하며 옳지 않은 사회를 비판하는 수험생들이 있는 반면, 수능이 끝난 후 헤드라인 기사를 장식하는 수험생들도 있다. 바로 자살한 수험생들에 관한 소식이다. 자신의 성적을 비관하며 자살하는 수험생들이 매년 등장한다. 수능 시험이 목요일에 치러지는 이유는 금요일에 등교한 학생들을 확인해 자살한 학생이 없는지 보려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진지하게 믿어질 정도로 수험생 자살은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다. 이번년도에는 인터넷에 자살 예고글을 올리고 사라진 수험생을 찾기 위해서 경찰이 100여 명 동원되는 사건도 일어났다. 이렇게 수능 시험 하나로 인해 파생되는 많은 일들은 한 해를 정리하는 겨울을 뜨겁게 달군다.

 

많은 어른들이 말하듯이 수능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대학교를 입학하지 못한다고 해서 인생의 낙오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수능이라는 시험은 우리 부모님 세대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계속되는 걸까? 대다수의 수험생들은 고작 시험 하나로 우리를 평가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시험이 지나가면 그 사실을 까맣게 잊는다. ‘나도 치렀는데 당연히 다음 연도에도 해야지’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흔히 나라별 대학 입시제도를 비교할 때 독일을 많이 꼽는다. 독일은 대학 진학률이 20%밖에 되지 않으며 나머지 학생들은 자신이 하고싶은 일자리에서 교육을 받고 바로 취업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독일 사회를 우리는 부러워 하면서도 정작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다시 자기 일에 집중한다.

 

수능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안다면 바꿔야 한다. 앞으로 수능을 볼 학생들이 아닌 이미 본 우리, 성인들이 바꿔야 한다. ‘내가 했으니 너희도 해야돼’ 라는 생각이 아니라 ‘내가 해보니 좋지 않구나, 그럼 앞으로 볼 학생들을 위해서 바꿔야겠다’ 라는 생각을 가지자. 지방대는 취업이 잘 안된다, 대학교 이름에 따라 사람을 차별한다며 우린 불평한다. 이런 차별 속에서도 우린 어떻게 버틸지만 생각할 뿐 차별의 원인을 찾아서 없애보려고는 하지 않았다.

 

사회는 앞으로 더욱 발전할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더 평등해 질 것이고 가난한 사람들도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우리가 가만히 있어서 생기는 일들이 아니다. 나보다 어린 아이들이 살게 될, 보다 좋은 사회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 오늘을 살고 있는 사람들은 사회에 퍼져있는 문제들을 인식하고 고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수능이 없어지면 겨울을 뜨겁게 달구는 기사들은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우리 마음이 더 따뜻해 지지는 않을까? 나는 그런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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