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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선 이야기

꾸불꾸불한 국경선은 DMZ 청산하지 못한 슬픈 우리 역사의 산물

▲ 이철우 총리실 업무평가 실장
“왜 나라마다 국경선이 전부 삐뚤삐뚤하나요? 아프리카와 북아메리카는 국경선이 반듯반듯해서 보기 좋은데....” 한 초등학생이 네이버 지식iN에 올린 질문이다.

 

국경선은 강이나 산맥 등을 경계로 삼거나, 지도나 해도의 위경도를 기준으로 하거나, 민족이나 문화·언어 등을 고려하여 정해진다. 첫 번째 유형으로, 중국과 북한은 압록강과 두만강을, 프랑스와 스페인은 피레네산맥을 국경으로 삼고 있다. 아프리카나 북아메리카의 많은 국경들이 두 번째 유형에 해당한다. 유럽과 아시아의 오래된 국가들의 국경선은 세 번째 유형이거나 첫 번째와 세 번째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결정된 경우가 보통이다.

 

국경선은 영토의 경계를 나타내므로 국제정치의 산물이며 때로는 국가 간 분쟁의 원인이자 결과이기도 하다. 국가 간 역학관계의 변동이 심할수록 국경선의 변화도 자주 일어난다.

 

독일의 국경선 변화가 대표적 예인데, 독일의 서쪽, 즉 독일과 프랑스의 국경선을 보자. 알퐁스도데의 소설「마지막 수업」의 배경이 된 알자스로렌 지방은 30년 전쟁 후 1648년 체결된 베스트팔렌 조약에서 프랑스 영토로 되었다가 보불전쟁에서 프랑스가 패배함에 따라 1871년 프로이센에 할양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의 패배로 이 지역은 1919년 다시 프랑스에 반환되었으나 히틀러가 1940년 강제로 병합하였다가 2차대전 이후 1945년에 프랑스로 반환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나라마다 제도, 경제수준 등에 차이가 있어 국경선을 둘러싸고 재미있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벨기에 바를레헤르토흐(Baarle Hertog)는 26조각의 벨기에 영토를 합친 지역인데 역사적 이유로 네덜란드 영토 안에 자리를 잡고 있다.

 

마을의 어떤 집들은 국경선의 양쪽에 걸쳐 있기도 하다. 집의 국적은 앞문이 어디 있는지에 따라 결정되는데, 이 지역 주민들은 세법이 바뀔 경우 문을 바꿔 달아서 ‘이민’을 가기도 하고, 네덜란드에 있는 술집과 음식점에서 문을 닫아야 할 시간이 되면, 탁자를 가게의 벨기에 쪽으로 옮겨서 장사를 계속하기도 한다(켄 제닝스, 『맵헤드』 111쪽). 국경선 양쪽의 정책과 제도가 다르고 결과적으로 경제적 수준과 생활상이 달라짐에 따라 눈에 띄는 대조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중앙선이 선명한 매끈한 2차선 포장도로가 국경선을 지나면서부터 중앙선 없는 1차선의 탈색된 포장도로로 좁아지는 경우가 종종 있고, 미국 몬타나주와 캐나다 서스캐처원 주 사이의 국경선 같이 끝없이 이어지는 목초지와 관개수로가 격자무늬를 이루는 농경지대가 뚜렷하게 대비되는 경우도 있다. 한밤중에 위성에서 한반도를 내려다 보면 남한 쪽은 휘황하게 밝은 반면 북한 쪽은 평양을 제외한 전 지역이 깜깜한 암흑 자체여서 남한은 반도가 아니라 영락없이 섬으로 보인다.

 

아프리카의 반듯한 보기 좋은 국경선은 제국주의 시대에 서구열강들이 해당 지역을 위도와 경도에 따라 임의로 선을 그어 식민지로 나누어 가진 데서 비롯되었다. 그 식민지들이 독립하면서 원래의 영역이 그대로 영토로 확정된 경우가 많았다. 보기 좋을지는 몰라도 아프리카의 국경선에는 슬픈 역사가 있다. 우리나라의 38선도 1945년 얄타회담에서 일본군의 무장해제 책임 지역을 미·소간에 나눈 경계선이었다. DMZ는 청산하지 못한 38선의 유산이다. 반듯하지 않고 꾸불꾸불하지만, 우리의 휴전선에도 아픔이 배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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