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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지도층

“보통 사람은 자기보다 10배 부자에게는 욕을 하고, 100배 정도 부자라면 무서워하며, 1000배 부자한테는 그 사람 일을 해 주고, 만배 부자라면 그 사람의 노예가 된다.” 중국의 역사가 사마천의 말이다. 기원전 100년쯤의 얘기인데 오늘날에 비춰보아도 사뭇 어울리는 표현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富)는 만능 키처럼 여겨진다. 수많은 사람을 부릴 수 있고 인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잘 나간다는 의사나 판·검사 등 ‘사’자 들어가는 사위나 며느리도 돈이면 해결된다.

 

부는 또 사회적 지위의 상징이다. 부는 특권과 힘, 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사회적 지위를 높이고 지도층이라는 명예까지 따라 붙게 만든다. 부와 명예, 지위와 힘을 가진 사람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조직 내 인사를 좌지우지 하는 사람이라면 두 말할 필요도 없겠다. 하지만 돈과 지위 앞에 무릎 꿇는다고 해서 이성까지 마비되는 건 아니다.

 

현대사회에서 사회 지도층은 적지 않은 권리를 갖고 존경을 받는다. 사회 구성원은 그에 상응하는 ‘대접’을 한다. 또 사회 지도층의 언행은 사회적인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항상 주시의 대상이다. 공식적인 행위뿐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모범이 돼야 한다. 윤리 도덕적인 하자도 없어야 한다. 모범적 삶의 자세를 요구 받고 있는 건 명문화되지 않은 사회적 통념이다.

 

그런데 요즘 ‘사회 지도층’의 행실이 도마에 올라 있다. 존경은 커녕 오히려 욕을 먹는다. ‘땅콩 회항 부사장’ ‘성추행 서울대 교수’ ‘벤츠 여검사’ ‘막말 판사’ ‘폭행 CEO’ 등 상식을 벗어난 사건의 주인공이 모두 사회 지도층이다. 오만 방자하고 이기적 사고에 함몰된 결과물이다. 고생 없이 손쉽게 부를 얻거나 돈으로 지위를 사는 등 사회 지도층으로 기능할 내적 인프라가 형성돼 있지 않은 탓이다. 일천한 사회자본은 서민만도 못하니 누가 누구를 우러러야 할지 모르겠다.

 

사회 지도층이라는 말 자체를 혐오하는 사람도 많다. 천민 자본, 부도덕성의 동의어 쯤으로 인식한다. 공동체 의식, 배려와 겸손, 법 준수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겠다. 사회 지도층이 어쩌다 욕 먹는 대상이 됐는지 딱하다. 부와 권력, 명성을 가진 사회 지도층일수록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고 도덕적 의무를 다해야 한다. 그럴 때 존경받고 사회도 건강해진다.

 

수석논설위원

이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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