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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반 - 안영

둥근달을 올려보며 그리운 이름 하나 불러본다

숯덩이 같다던 그 가슴속을 들여다본다

 

갈퀴손 어머니,

기름 짤 참깨 아끼지 않고

소를 넣어 송편을 빚으셨다

꼬깃꼬깃 고쟁이 속 만 원짜리 몇 장

한 쟁반 꾹 꾹 눌러 싸 주시던 어머니,

부뚜막에 걸터앉아 씹지도 않고 한 술 넘기시듯

그렇게 서둘러 숨 넘어 가셨다

 

그 무덥던 계절이 끝난 빈들에

마른 풀씨가 흔들린다

벌써 몇 년 째 안 보이시는 어머니,

오늘 밤엔 제발 유모차 밀고 오시기를 애 터지게

빌어 본다

 

보름달이 송편 가득한 쟁반이다

딱 어머니 얼굴 같다

 

- 양은쟁반은 어머니의 둥근 마음이 담겨 있다. 추석명절 송편을 만들어서 쟁반에 가득 채우고 나면 보름달은 풍요로워 보였다. 송편을 먹으면서 어머니의 갈퀴손을 떠올리는 화자가 안쓰럽다. 부뚜막에서 찬밥 한 술 넘기시던 어머니가 유모차를 밀고 오시기를 기다려 보는 이번 추석은 더 서글펐을 것이다. 시인 이소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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