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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정책에도 디자인을 입힌다?

정책 기획 단계부터 주민 욕구 반영해야 지역사회 혁신 기대

▲ 심덕섭 행자부 창조정부조직실장
작년 여름 어떤 지자체에서 비키니 족을 위한 여성 전용 해수욕장을 야심차게 개장한 적이 있다. 피서객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해 본 결과,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여성들이 남성들의 시선을 싫어한다고 하여 여성 전용 해수욕장을 만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쳐다 볼 사람이 없다면 비키니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 해수욕장의 이용자 수는 오히려 전년도 보다 1/3로 줄었다고 한다. 겉으로 드러난 욕구보다는 수요자의 숨겨진 니즈(needs)를 정확히 찾아내, 이를 그대로 충족시켜 주는 것이 현대 마케팅에서는 매우 중요한 성공 전략이며, 이는 공공부문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할 수 있다.

 

지난 12월 11일 서울 동대문에서는 ‘정부3.0 국민디자인단 성과공유대회’라는 재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정책공급자인 공무원과 수요자인 시민, 디자이너 등이 숨겨진 진정한 정책수요를 찾아내고, 함께 정책대안을 만드는 ‘정부3.0 국민디자인단’의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행정자치부 장관은 애초 세 개 사례만 듣고 자리를 뜰 계획이었다. 그러나 국민이 함께 만들어낸 정책대안과 흥미로운 결과들이 연이어 발표되자 끝내 자리를 뜨지 못했다. 결국 나머지 7개 과제발표까지 모두 경청한 후 우수사례를 시상하고 참여자들을 격려하면서 끝까지 자리를 함께 하였다.

 

이 자리에서 전북 혁신도시로 이전해 온 농촌진흥청이 주관한 ‘주민참여형 마을정원 만들기 사업’은 타 지자체에서도 관심을 보일 정도로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종전 지역특성화 없이 획일적으로 추진된 마을정원 사업을 정부3.0 국민디자인 과제로 발굴하여 각 마을마다 특색을 살린 마을정원이 조성되도록 개선하였다.

 

마을정원을 지역특성과 주민선호를 반영한 공동체 마을공간으로 탈바꿈하는 등 맞춤형설계가 이루어졌다. 남원시 동충동은 폐역사를 개선해 ‘주변 슬럼화 방지’라는 마을정원 콘셉트를 도출하고 주민주도로 사후관리까지 하여 주민참여형 마을정원을 내년부터 조성한다.

 

또한 소득화가 미약했던 마을정원을 관광명소와 연계하여 지역 농가소득을 증대시키는 디자인단의 아이디어가 사업계획에 반영되어 실행된다. 전주한옥마을을 대상으로 마을정원 지도를 만들고, 마을정원 투어코스를 개발하는 등 국민의 손으로 직접 만든 사업계획이 실제 내년부터 실행되어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광객 유입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정책 기획 단계부터 수요자 경험, 관찰을 통해 숨겨진 국민의 욕구를 포착해 이를 토대로 공공정책을 디자인하는 것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번거로운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수요자 중심의 정책을 실현하는 매우 효율적인 방법이다.

 

정책 기획 단계부터 진정한 정책수요를 고려한 정책대안을 잘 설계하게 되면 정책집행 단계에서 비용을 큰 폭으로 절감하게 되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에 실질적인 정책수요자인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여 서비스 디자인을 입히는 방식은 새로운 정책결정 모델로서 주목할 만하다. 정책구상부터 실제 국민의 입장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수 있도록 국민참여의 절차와 방법을 새롭게 디자인하여 농촌공동화, 마을공동체 조성 등 지역현안을 주민이 해결하고, 지역사회 혁신을 이끌어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 또는 주민들이 정책이나 서비스의 설계과정부터 집행 및 평가단계까지 직접 참여함으로써 그들의 숨어있는 니즈를 발현시키는 것이야 말로 정부 3.0이 추구하는 ‘국민이 주인되는 나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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