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에 대한 조언 쏟아지지만
“어르신께 청춘이란 뭔가요?” - “그리운거지.”
“제가 볼 땐 지금도 청춘이신데요?”- “에이, 그렇지 않아. 이미 지나가버렸지.”
그들은 ‘청춘이 마냥 그립다’고 말했다. 돌아갈 수 없기에 그리운 것. 젊은 날과 같은 마음으로 살고 있지만, 결코 그 때와 같지 않은 현재를 살아내고 있다. 누군가는 후회되는 것들을 말하기도 했다. 충분히 그 시절을 겪어내고, 그리워하기에 지금이라도 마음껏 예찬할 수 있는 걸까.
‘청춘’들은 먼 훗날 ‘지금’을 어떻게 돌아볼까?
나는 젊음이 영원하지 않을 걸 잘 알고 있다. 항상 내일을 준비하면서도 동시에 현재를 즐기려 노력해왔다. 새해에는 정든 직장을 떠나 미뤄둔 공부를 다시 시작했고, ‘내가 좋아서 하는 일’들을 하기 위해 새로운 여정에 뛰어들게 되었다. 나와는 다른 조건 속에 놓여진 청춘들도 아마 자기만의 길을 찾아 떠나는 여정에 있을 것이다. 조금 헤매더라도, 각자의 길을 걷는 친구들과 만나면 서로 에너지를 얻는다. 고민도 많고, 두렵고 불안하지만 아직 우리에게 ‘실패할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니까 부럽다.’고 말하는 친구들을 만날 때가 가장 괴롭다. 첫째로 그들은 ‘하고싶은 일’이 아닌 ‘해야하는 일’을 경쟁적으로 해치워가며 원치 않는 성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갈수록 ‘실패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구조적 모순이 원망스럽기 때문이다. 그 다음엔 친구들이 하나 둘씩 ‘하고싶은 일’을 포기하게 되는 이유가 뭘까 생각하게 된다. 이게 정말 괴롭다. 말하지 않아도 너무나 알 것 같아서, ‘가진 건 없어도 아직 우린 젊잖아!’와 같은 무의미한 격려도 할 수 없다. 오히려 천천히 동력을 되찾도록 묵묵히 곁을 지킬 뿐이다. 최근 서점가, 미디어, 그리고 주변의 어른(이라 쓰고 꼰대라 읽는다.)들이 청춘에 대한 조언과 충고를 쏟아내고 있는데, 그런건 오히려 ‘청춘’이라는 이름마저도 무거운 짐으로 만드는 것 같다. 이미 청춘들은 너무나 많은 것을 권고 받으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 짧은 생각을 정리하다보니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세대에 해당되는 이야기인 것 같다. 청춘을 대상화하거나 특정 세대의 삶을 제한적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모두의 삶에 더 많은 기회가 찾아오길 바라게 됐다. 성패를 떠나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여유, 특히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여력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2016년이 밝았고, 더욱 팍팍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아직 밑도 끝도 없이 희망을 잃지 않는 내가, 이래서 청춘인걸까 싶기도 하다.
실패할 기회라도 누릴 수 있어야
주어진 조건 안에서 스스로 길을 찾아가는 즐거움, 책임감 있게 자유를 누리는 지금의 시간들은 무척 소중하다. 어쩌면 조금 늦은 나이에 다시 공부를 시작하는 것도, 내일로 미뤘다가 더 먼 내일에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다. 봄에 놓친 것이 있다면 여름에 해도 되고, 가을에 해도 되지 않을까.
△김다이 씨는 독립영화 중에서 단편영화 연출·프로듀서로 첫 발을 내디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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