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이 꼼작 않는 날
생각이 꽁꽁 얼었다
건드리면 칼날처럼 쫘악 쪼개질 터
이런 날, 동네 마트 앞 골목
행복발전소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울분이 폭발하는 힘으로 세상을 돌리는 곳이다
시퍼런 면도날에 목숨을 맡긴 채
시커먼 천장에 매달린 거미를 본다
거꾸로 간당간당 사는 묘기를 배운다
빨강 파랑 흰색 표시등이 있는 발전소는
귀이개로 간지럼 꽃피우는 이발사가 있다
날선 가위로 신뢰를 다듬고
비누거품으로 분노를 씻어버린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심장박동 소리로
녹아드는 강물인가,
강이 봄을 업고 발전소 문을 연다.
△가족들은 왔다가고 쓸쓸한 그림자만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왁자지껄했던 웃음소리는 온데간데없고 울분이 폭발할 것 같아, 아예 강물은 눈 딱 감고 꽁꽁 얼었나보다. 가족들을 만날 흥분으로 찾아갔던 이발소. 어쩜 천장에서 곡예사처럼 간당간당 위태롭게 사는 거미의 삶이 부럽기도 하다. 봄은 오고 있다. 시인 이소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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