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을 앞두고 선배님 한 분이 카톡방에 퀴즈를 올렸다. 최근 국내외 연구진들에 의해 신체노화와 각종 성인병의 치명적인 원인이 되는 것으로 밝혀진 이 위험한 음식은 무엇일까. 정답은 “떡국”이다. 이유는 떡국을 먹으면 나이를 먹게 되기 때문이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날 아침 필자는 무모하게도(?) 떡국을 두 그릇이나 먹었다.
웃자는 이야기지만 이 “아재개그”를 들으면서 불현듯 고교 국어교과서에 실린 김종길의 시 “설날 아침에”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그러면서, 스스로 묻는다. 나는 과연 50이 넘는 나이를 먹어 오면서 좀 더 착하고 슬기로워 졌는가라고.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축복하고 서로 덕담을 나눈다. “새해에는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랍니다”는 가장 많이 주고 받는 신년 덕담중 하나이다. 새해에는 좋은 일만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안타깝지만 진실은 불편한 법, 어김 없이 우리는 새해에도 어려운 일들과 힘겨운 상황들에 맞닥뜨릴 것이다.
인생은 해석(解釋)이다. 이것은 필자가 나이를 먹으면서 체득한 지혜이다. 젊었을 때는 온도계같은 삶을 살았다. 외부의 환경과 여건이 추우면 내 마음의 수은주는 내려갔고, 따뜻하면 올라갔다. 그런데, 나이를 더해 가면서 어떠한 상황에 처하든 그것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해석하며, 어떻게 반응하는가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삶을 해석할 줄 아는 사람은 결코 상황의 노예가 되어 인생의 수레바퀴에 질질 끌려 다니지 않는다. 현실은 시커먼 먹구름이지만 그 너머에 여전히 태양이 빛나고 있고, 얼음장 밑에서도 물고기가 숨쉬고 있다는 사실을 늘 되새기려 노력했다. 삶속에서 만나는 숱한 어려움과 문제들은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다듬기 위해 하나님께서 주신 변장한 축복임을 깨닫게도 되었다.
필자가 좋아하는 영국 영화배우 콜린 퍼스가 주연으로 나오는 킹스맨에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온다. “남들보다 뛰어나다고 해서 고귀한 것은 아니다. 이전의 나보다 나아지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으로 고귀한 것이다.”(There is nothing noble in being superior to your fellow man, true nobility is being superior to your former self.) 소설가 헤밍웨이의 말이다. 진정한 비교는 타인과의 비교가 아니라 어제의 나와의 비교이다. 인간이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개선시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성공이라 할 수 있다.
새해 벽두에 필자는 소박한 꿈을 꾼다. 2018년의 “나”보다 2019년의 “나”가 좀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그런 꿈이다.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필자의 아내가 가장 불만스럽게 느끼는 나의 모습중 하나를 좀 더 낫게 고쳐 나가는 것이다. 어찌 보면 “나”를 바꾸어 보겠다는 필자의 꿈은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도 더 실현하기 어려운, 세상에서 가장 원대하고도 거창한 꿈이리라. 여러분도 새해를 맞이하여 이같은 꿈을 꾸어 보지 않으시겠는가. 늘 인상을 쓰고 웃음에 인색하다면 의도적으로 미소짓는 연습을 하고, 말투가 사납다면 상냥하게 말하는 훈련을 하고, 가족에게 화를 자주 내는 편이라면 하루 한번 화 대신 억지로라도 칭찬하는 연습을 하자. 그리하면, 어제의 나보다 더 나은 “나”로 바뀌는, 인생의 진정한 성공을 맛볼 수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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