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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쓰레기의 경고

김은정 선임기자

북태평양 가운데 있는 ‘미드웨이’는 1867년 미국 땅이 되었다. 1930년대부터 미국 상류층을 위한 관광지로 인기를 모은 이 섬이 널리 알려진 것은 1941년, 일본의 침공으로 시작된 ‘미드웨이 해전’ 때문이다. 일본은 이 해전에서 크게 패해 결국 태평양전쟁 주도권을 연합군에게 넘겨야 했다. ‘미드웨이 해전’이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전쟁으로 인식되는 이유다.

10년 전 쯤부터 아름다운 섬 미드웨이가 다른 이유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새들의 낙원’이라 불릴 만큼 아름다웠던 섬이 플라스틱 쓰레기로 뒤덮이면서 섬에 살고 있던 생물들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까닭이다.

미드웨이 실상을 본격적으로 알린 사람은 사진과 개념미술, 다큐 작업을 넘나들며 활동하는 미국 작가이자 환경운동가인 크리스 조던이다. 그는 8년 동안 추적해 만든 장편 다큐 <알바트로스, 2018> 로 이 섬의 참담한 현실을 온 세계에 알렸다.

날개를 펴면 3미터가 넘는 거대한 새 알바트로스. 하얀 털과 크고 검은 눈을 가진 이 바닷새는 오랫동안 이 섬에서 자유롭게 서식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새들이 죽어가기 시작했다. 죽은 새들의 뱃속에서 나온 것은 온갖 플라스틱 쓰레기들. 먹이인 줄 알고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은 수많은 알바트로스의 사체와 그 옆에서 죽어가는 어미 새와 새끼 새들의 모습은 우리가 피하고 싶은 참혹한 현실이었다.

통계에 따르면 해마다 바다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폐기물은 8백만 톤에 이른다. 이 가운데 60%가 아시아에서 나온다는 주장이 있다. 중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스리랑카가 지목받는 나라들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주범으로 꼽히는 중국의 상황은 흥미롭다. 중국은 한때 전 세계 쓰레기의 56%를 수입하는 국가였다. 이 불편한 진실은 중국 왕구량 감독의 다큐 <플라스틱 차이나> 로 그 실체가 드러났다. 중국으로 수입된 쓰레기가 모이는 칭다오 근처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가족의 일상을 그린 이 영화는 정작 중국에서는 상영되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중국 정부는 영화가 상영된 이후 24종에 대한 수입을 금지해 자국의 환경오염을 막는 정책을 발표했다. 여파는 예상보다 컸다. 세계 곳곳에서 쓰레기 대란이 펼쳐진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그 와중에 ‘불법 쓰레기 수출국’이란 오명까지 얻어야 했다.

미드웨이 섬이나 중국 칭다오의 작은 마을이 처한 현실은 우리가 곧 맞게 될 현실이다.

마침 화제가 됐던 크리스 조던의 전시회 ‘아름다움 너머’가 전주에서 열리고 있다. 조던의 아름다운 풍경 너머에 놓인 끔찍하고도 슬픈 실체와 마주하는 일은 우리의 현실을 감동과 충격으로 깨닫게 하는 귀하고 특별한 경험이다.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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