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원 교동미술관 학예사
최근 들어 미술계가 젊어지고 있다. 예술가들의 작품을 구입하고 소장하는 ‘아트 플렉스’, ‘아트테크’ 문화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작가들의 작품도 한층 더 다양해지고 있다. 젊은이들이 예술품 구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자신이 소장한 작품을 통해 예술적 감각도 함께 공유하고 향유하는 문화가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예술계를 비롯한 젊은 미술가들에게도 새로운 활력이 생겨나는 듯 보인다. ‘현대미술’과 ‘공예’라는 장르의 벽을 허물고 계속해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는 ‘젊은 미술가’ 유시라(29)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작가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지라는 소재를 가지고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는 유시라 작가입니다. 현재 전북대학교 대학원 미술학과 박사과정중이며, 예원예술대학교 한지조형디자인학과 동대학원을 졸업했습니다. 2020년도에는 전주 교동미술관 레지던시를, 2017년도에는 독일 I-A-M 아트 베를린 나우 레지던시에 선정되어 참여를 하였고, 지금까지 3회의 개인전과 전주한지박물관 초대전을 비롯한 약 50회의 단체전 등에 참여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처음 미술이라는 분야를 접하게 되었나요?
“한국무용을 전공하셨던 어머니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예술을 접하며 자라왔고, 유치원을 다닐 무렵부터 쭉 미술을 배웠어요. 그렇게 중학교를 졸업 한 후 본격적으로 전공을 목표로 미술과 공예를 전공으로 하는 고등학교로 진학을 하게 되었고요. 그 곳에서 ‘한지’라는 소재를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그 한국적인 소재가 주는 느낌 그리고 한지가 가진 무한한 가변성 등이 너무 흥미롭게 느껴져서 지금까지 작업에 주 소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작가님은 주로 어떤 작업을 하고 계신가요?
주요 대표작과 작품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저는 일상 속에서 겪었던 감정과 저의 시선에 들어오는 자연, 건축, 사물 등의 모습들을 글과 이미지로 항상 기록하는 편입니다. 그러한 기록들을 모아 기존 이미지를 탈피시킨 후 재료적 특성을 더해 재시각화 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주요 대표작으로는 2020년에 선보인 제3회 개인전 <그것을 묶음으로 : birth-death> 의 작품들입니다. 어떤 사람은 태어난 누군가를 위해 길 어귀에 고추, 숯, 솔잎 등을 새끼줄에 끼워 묶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죽은 누군가를 위해 장례식을 열고 수의를 입힌 뒤 염포로 묶어 입관식을 치릅니다. 언제 어떻게 생겨 난지 모르는 이 관행 속에서 우리는 그것을 묶음으로 탄생의 시작을 축복하며 기쁨을 채워가기도, 죽음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며 슬픔을 비워가기도 합니다. 이 묶음의 행위를 통해 우리는 모든 생명을 고귀하고 소중하게 여기고 있고, 각자 위로와 위안을 얻기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행위의 반복을 통해 작가는 관람객들에게 ‘나는 누구이며, 어디쯤 와 있고, 그걸 왜 느끼고 생각해보아야 하는 순간이 오는 것인가’ 하는 질문을 반복적으로 던져보는 작업들입니다.” 그것을>
작가님의 작업이 추구하는 방향이나 바람은 무엇인가요?
“딱히 방향이나 목적을 정해놓고 작업을 하는 편은 아닙니다만, 바람이 있다면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제 의식의 기록들이 긴 시간을 통해 축척되고, 그 결과물들이 시리즈로 모여 작업인생이 하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모든 작가들의 바람이기도 하겠지만, 이 이야기들이 저만이 간직하고 마는 이야기가 아니라, 제 작품을 시각적으로 감상하거나 정서적으로 교류하는 관람객들에게도 소통의 창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 ‘예술’이라는 분야를 저만의 언어로 풀어내고 전달하여 이를 즐기고 사랑하는 이들의 인생의 한 부분이 지속적으로 향유 될 수 있도록 돕는 방법들이 제 작품을 통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작가님이 보시기에 지금 현재 작업을 이어가는 젊은 작가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음, 젊은 작가들이 지속적으로 작업을 이어나가는 데에 가장 필요한 요소는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걸어 나 갈 수 있는 힘을 갖는 것이라고 생각 하는데요. 그 힘을 지켜나가기 위해서 더 더욱 필요한건 대중들의 관심인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최근에 확산되고 있는 ‘아트테크’나 ‘아트 플렉스’ 와 같은 유행도 작가들에게는 기분 좋은 관심중의 하나라고 볼 수도 있겠지요.
작가로서의 삶을 너무 행복하다고 느껴서 그 길을 함께 걸어가던 동료들이 도중에 포기를 한다고 하면, 아무 말 하지 않아도 그 마음이 짐작 갑니다. 자신의 꿈을 지키기 위해 젊은 청년작가로서 내려놓아야할 부분들이 일반적으로 대중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꾸준한 관심과, 다양한 시각으로 응원을 해주시는 분들이 늘어난다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젊은 작가들에게 그 길을 선택함이 틀리지 않았음을 조금씩 증명하게 해주는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작품의 방향성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내년에 약간의 변화를 시도한 개인전을 구상해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주로 사용하던 ‘한지’라는 소재에서 조금은 벗어나 페인팅 작업을 요즘 많이 시도해보고 있는데요. 한지와 페인팅 작업을 조화롭게 융합시키는 과정이 아직 불분명하고 어렵기도 해서 고민이 많지만, 저 스스로가 이 틀을 벗어나야 한층 더 성장하고 발전해나가는 작가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계속해서 도전 하고 있습니다. 이 길을 걷는 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과 노력을 인정받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바람이 있다면, 앞으로 제가 작가로서의 삶을 살아가며 그 속에서 작업을 이어나가는 동안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할 수 있는 끈기 있는 작가가 되는 것이 저의 최종 목표입니다.”
작가로서 그녀가 걷고 있는 행보들을 지켜보았을 때, 그녀가 내딛는 걸음들이 너무나 부지런하고 꾸준한 만큼, 분명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녀가 느낄 고뇌와 부담감도 적지 않을 것이라 여겨진다. 그렇지만 그녀는 무엇이든 도전하고 시도 해 볼 수 있는 30대 젊은 미술가이기에 분명 앞으로의 날들이 더욱 찬란할 것이다.
젊은 미술가 ‘유시라’. 그녀의 무한한 가능성과 성장을 응원한다.
/김효원 교동미술관 학예사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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