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감과 불신으로 대화 거부하던 대책위, 광명시 공무원 진정성에 마음 열어
“모두가 실익을 챙길 수 있도록 설득”
중소상인들의 절박한 심정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코스트코 입점이 확정됐기 때문에 코스트코 입점을 물리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었습니다. 최선이 안 되면 차선책이라도 모색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을 했고, 대책위 관계자들을 설득하기 시작했습니다.
양기대 당시 광명시장의 말이다.
2012년 7월 광명시 공무원들은 코스트코-이케아 입점 저지 대책위원회(대책위) 관계자들을 만났다. 이들은 코스트코, 이케아 유치를 항의하면서 입점 전면 취소를 요구했다.
KTX 광명역세권 활성화 첫 단계로 코스트코를 유치한 양기대 당시 광명시장은 그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다. 코스트코는 2012년 4월 28일, 착공에 들어가 건축공사가 한창이었으니 유치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대책위에 참여하는 중소상인들의 마음을 돌려야 했다. 입점을 막을 수 없다면 코스트코와 협상을 통해 중소상인들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상생협상을 마무리해 실익을 챙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설득했다.
하지만 대책위는 광명시와 광명시 공무원들에게 강한 반감과 불신을 갖고 있어 대화를 거부했다.
2012년 9월, 양기대 당시 광명시장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코스트코와 이케아 등의 대형 유통기업 유치 업무를 담당하는 기업경제과장부터 팀장, 담당자를 전부 교체했다. 인적 쇄신을 통해 상생협상 분위기를 만들려는 의도였다.
물론 쉽지 않았다. 신세희 기업경제과장과 민문식 중소상인지원팀장이 처음 대책위 관계자들을 만나러 갔을 때, 문전박대를 당했다. 분노에 찬 중소상인들은 이들을 향해 거침없이 불만을 쏟아냈다.
민문식 팀장의 말을 들어보자.
“코스트코 개점을 몇 달 앞둔 상황이었습니다. 코스트코가 개점하는 건 기정사실이었죠. 어떤 방법을 동원해도 개점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우리도 알고, 그분들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무조건 반대만 하지 말고 실익을 챙기자고 설득했습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만나주지도 않았죠. 그래도 어떻게 합니까. 아무리 문전박대를 해도 가서 만나야지. 가고 또 가고 또 갔습니다. 만나야 해결이 되지 책상 앞에 앉아 있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니까. 정말 힘들었죠.”
신세희 과장도 마찬가지였다. 대책위 관계자들이 아무리 무시를 해도 민팀장과 함께 이들을 만나러 가고 또 가고 또 갔다.
“광명시가 KTX 광명역세권 개발 때문에 코스트코와 이케아를 유치했지만 이분들 편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저희가 대책위 관계자들의 편을 들어야지, 외국기업인 코스트코와 이케아 편을 들 수는 없지 않습니까. 처음에는 우리를 믿지 않았어요. 당연하죠. 저라도 그랬을 겁니다.”
그들 옆에서 말없이 그들이 쏟아내는 분노에 찬 말을 들었다. 그들은 생존을 위협당하는 약자였으니,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이런 일을 맡을 수밖에 없어 속상한 마음도 있었습니다. 없었다면 거짓말이죠. 그래도 내가 맡은 일이니 피할 수는 없잖아요. 잘할 자신은 없어도 최선은 다하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마음이 통했던 것 같습니다.”
신세희 과장과 민문식 팀장은 틈만 나면 그들을 만나러 갔다. 집회를 하면 곁에서 묵묵히 지켜봤다. 대책위 관계자들이 다른 지역의 대형마트 입점 저지 집회를 지원하러 가면 따라가서 도와주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조금씩 대책위 관계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대책위에서 그들에게 조금씩 곁을 내주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대책위에서 보인 강경한 태도를 볼 때, 대책위의 태도 변화는 놀라웠다.
김남현 광명시슈퍼마켓협동조합 이사장은 이들에게서 진정성을 엿볼 수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한다.
“우리도 50년이 넘게 산 사람들입니다. 보면 알아요. 말로만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신 과장이나 민 팀장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던 거죠. 진정성이 보였어요. 밥도 같이 먹고 술도 같이 마시면서 마음을 터놓고 얘기를 하다 보니 이들이 우리 편이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이 온 거죠. 우리를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하는 것을 알게 된 겁니다.”
대책위는 신세희 과장과 민문식 팀장의 설득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기로 했다.
광명시 공무원들은 대책위를 설득하는 한편, 코스트코에 광명시 중소상인들을 위한 상생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요구했다.
2012년 10월 25일, 광명시청에서 광명시 관계자들과 조민수 코스트코 부사장, 조원구 코스트코 광명 점장이 마주 앉았다. 이 자리에서 양기대 당시 광명시장은 코스트코가 입점을 반대하는 중소상인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상생 방안을 제시하기 전까지 정상적인 개점 승인을 내줄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처음에는 상생협약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던 코스트코는 광명시 관계자의 지적에 따라 방안을 구체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다만 문제가 있었다. 대책위의 반발로 코스트코 개점일이 확정되지 않자 코스트코에서 직원 채용 합격자 발표를 기약 없이 미룬 것이다. 코스트코는 정규직과 임시직이 포함된 300여 명의 직원을 채용할 계획이었다. 채용인원 가운데 160명은 광명시 요청대로 광명시민을 선발할 예정이었다.
그러자 이에 따른 민원이 시청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코스트코는 광명시가 코스트코 매장 건축물 사용승인을 하지 않아 합격자 발표를 미루고 있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양기대 당시 광명시장은 결단을 내려야 했다. 코스트코의 건축물 사용승인 신청을 언제까지 미룰 수 없었다. 법에 따라 승인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직원 채용 문제까지 걸려 있었다.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었다.
2012년 11월 2일, 대책위 관계자들과 코스트코 관계자들이 마주 앉았다. 대책위에서는 안경애 광명시장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 이사장, 김남현 광명시슈퍼마켓협동조합 이사장, 조병오 광명시새마을시장상인조합 이사장이 참석했다.
대책위는 코스트코에 입점 3개월 연기, 매월 일요일 4회 휴무, 영업시간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로 제한, 야채와 과일의 일부 품목 판매 제한 등을 요구했다. 코스트코는 이들의 요구에 대해 수용 여부를 밝히지 않은 채, 다음 회의에서 좀더 좋은 방안을 마련해서 논의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기회는 의외의 곳에서 찾아왔다. 이 무렵 광명시슈퍼마켓협동조합은 코스트코 입점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중소기업청에 코스트코 입점을 제한해달라는 사업조정신청서를 제출했다. 중소기업청은 이들의 요청에 따라 코스트코에 사업개시를 일시 정지할 것을 권고하는 결정을 내린다.
그 결과로 중소기업청이 주관하는 자율조정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서 대책위 관계자들은 코스트코와 상생협상을 벌이게 됐다.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 협상이 시작됐다. 극적으로 마주 앉을 수 있었다. 이는 무엇보다 양기대 당시 광명시장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양측을 중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중소상인들과 코스트코가 조금씩 양보하기로 했다. 마주 앉았다는 것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음을 의미했다.
/양기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광명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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