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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견뎌내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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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해아  (사)사회적 협동조합 해시담 이사

매년 반복되는 생각일 수도 있지만, “올해는 유독 더 더운 거 같아”를 반복하는 계절, 여름이 찾아왔다. 정수리를 뚫을 듯 내리쬐는 햇빛과 끈적하게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생각하면 그리 좋아하는 계절이 아니다. 하지만 푸릇푸릇한 나무와 꽃들이 바람과 함께 살랑살랑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치 춤을 추고 있는 것 같아 즐겁기도 하고, 술래인 햇빛을 피하고자 그늘을 찾아다니며 숨바꼭질하듯 일상을 보내고 나면, ‘나름 알차게 보냈구나’ 기억되는 계절이기도 하다. 그렇게 천천히 이 계절을 여러 감각으로 느끼다 보면 유독 뿌듯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다 벗어던져도 덥고, 아무리 시원한 것도 뜨겁게 만드는 무더위에서 쓰러지지 않았음은 결국, 버티고 견뎌낸 자가 강한 거라고 말해주는 것 같달까.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로 요즘은 ‘견뎌내는 자가 강하다’라는 표현이 마음에 머문다. 살아남고 싶기에 강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강해야만 살아남는다’라는 우열을 나누는 사회적인 강박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강함’이란 스스로, 혹은 소중한 무언가를 보호하고 지킬 수 있는 가치를 가졌기에 좋아하는 표현이지만 때로는 이 표현을 마음껏 담을 수는 없는 이들도 있는 것 같다. 소위 ‘약자’라 분류되는 질병과 장애, 가난과 소수자, 인종과 성별과 같이 ‘다름’을 가진 이들이다. 자신이 선택할 수 없음에도 자본과 우월주의라는 테두리에서 강함과 약함의 기준이 되기도 하고 때론 강함을 드러내기 위한 이용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다름’을 가진 주체가 정말 약해서일지 아니면 다름을 존중하지 못하는 ‘차별’이 옳고 그름의 기준을 흐리게 만든 것인지 확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확실한 것은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다름’에 의해 삶이 존중되지 못하고, 약해질 때가 있다는 것이다. 나 또한 지나왔던 삶에서 약자였고, 어쩌면 현재도, 그리고 앞으로도 그 프레임은 잘 벗겨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내가 정말 약해서일 수도 있고, 세상이 나를 약하게 만들어서 일 수도 있지만 중요한 사실은 현재 내가 가진 신체적인 장애는 극복할 수 없다. 그렇기에 환경에 적응해야 하고, 적응하다 보면 결국은 나만의 방식과 지혜로 견뎌내게 된다. 앞으로도 나를 비롯해 우리는 어떤 어려움과 상황들을 마주하게 될지 모른다. 그럼에도 견뎌내는 자가 강함을 얻을 수 있다면, 우리 기꺼이 함께 견뎌내자. 그래서 자신과 소중한 것을 지킬 수 있는 힘을 가져보자.

여름의 무더위 속 목적지를 걸어가야 할 때, 그늘은 보호막이자 안식처가 되어 무사히 그 여정을 견뎌낼 수 있게 한다. 다르게 말하면, 공동의 목적지를 향해가는 주체들에게는 뜻을 함께하여 힘이 되어주는 공동체가 있다. 나에게는 해시담이 그러하며, 앞으로도 많은 당사자에게 그런 해시담의 가치가 닿았으면 한다. 약육강식 사회에서 나를 둘러싼 대부분이 나를 ‘약자’으로 바라볼 때, 내가 강해지겠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는 다름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하고 있는 해시담과 다양한 영역 및 형태를 가진 ‘공동체’의 노력을 보았기 때문이다. 개개인이 가진 한계가 사회적인 한계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주어진 삶을 잘 견뎌내기 위해서는 제도, 환경, 서비스, 등 다양한 체계가 개선되어야 한다. 변화를 위한 힘은 지역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나’라는 구성원이 관심을 가지고 동참할 때 실현될 수 있음을 기억하자.

/윤해아  (사)사회적 협동조합 해시담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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