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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어프리, 공공디자인에서 인권을 찾다] ② 평화동에서 효자동 가려면 2시간 대기…부족한 교통수단에 지쳐가는 장애인

전북자치도 보행장애인 총 3만4730명…법정의무 대수 275대
지난해 말 기준 도내 특별교통수단 233대로 42대 부족
고속·시외 저상버스는 1대도 없어...특별교통수단 이지콜이 이동수단 전부
평화동→효자동 2시간 대기…이마저도 '운 좋아서' 빨리 배차
전문가들 운전자 1대당 2.5명씩 늘려야 배차 대기시간 줄일 수 있어
예산상 문제로 지자체 운전자 증원 계획 없어, 불편은 이용자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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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클립아트코리아 

‘털썩, 쿵’ 

박상근 씨(45)가 인터뷰를  위해 준비된 의자에 앉으면서 난 소리였다. 몸에 힘이 풀렸는지 털썩 자리에 주저앉으며 “괜찮아요. 혼자 앉을 수 있어요”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뇌병변 장애 3급인 박 씨는 지난 8월 22일 오전 10시, 재활치료를 위해 전북특별자치도 장애인복지관을 찾았다.

박 씨는 복지관에 오기 위해서는 새벽부터 준비해야 한다. 전주시가 운영하는 장애인 콜택시인 ‘이지콜’을 타야하는데, 기다리는 시간이 하염없이 길기 때문이다. 이날도 2시간가량을 기다려 택시에 올랐지만, 박 씨는 다행히 오늘은 ‘운이 좋아서’ 택시가 금방 잡혔다고 했다.

전주시 평화동에 살고 있는 그가 효자동에 있는 복지관에 오기 위해 할애하는 시간은 무려 2시간. 장애인을 위한 특별교통수단인 이지콜 이외의 다른 이동 수단은 몸이 불편한 그에게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비장애인보다는 2배 이상의 시간을 투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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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교통수단 이지콜. 사진=전북자치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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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교통수단 이지콜. 사진=전북자치도 제공 

전국 지자체는 시‧군별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 따라 ‘장애인콜택시’라고 부르는 특별교통수단을 운영하고 있다.

특별교통수단의 법정의무 대수는 보행상 장애인이면서 장애정도가 심한 장애인 150명당 1대이다.

전북자치도 중증 보행장애인은 총 3만4730명으로 교통약자 특별교통수단의 법정의무 대수는 275대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도내 특별교통수단은 233대로 법정의무 대수보다 42대 부족하다.

게다가 법령 제정 당시 제16조인‘특별교통수단 운영에 관한 세부 사항’을 지자체 조례로 위임하면서 통일된 지침이 없어 지역 간 이동 운행 방식, 이용 요금 등에 다소 차이를 보인다.

다행히 지난해부터 교통약자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 시행으로 지역 간 환승·연계를 위한 특별교통수단이 해당 시·군을 벗어나 관외로 이동할 시, 이용대상자를 보행상 중증장애인으로 일원화했다.

해당 교통편 예약방법도 개별 시·군에서 신청했던 것과 달리 광역 콜센터와 누리집,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신청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그럼에도 박씨는 전주 이외의 지역을 나가지 않은 지도 5년이 넘었다고 했다. 타지역을 가려면 하루 이상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활동 보조인 동행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오르고 내리기 쉬운 저상버스로 된 고속버스는 찾기 어렵고 특별교통수단 배차시간도 터무니없이 길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전주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 2019년 10월 국토교통부가 이동권 보장을 위해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고속‧시외 저상버스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서울-부산, 서울-전주, 서울-강릉, 서울-당진 등 4개 노선 10대였던 것을 1개 노선 7대 차량으로 축소했다. 전북 고속·시외버스 중 저상버스는 단 한 대도 없는 상황. 이렇다 보니 전주 지역을 벗어날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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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근 씨. 사진=박은 기자 

박 씨는 “특별교통수단이 예전보다 늘었다고 하지만, 실제로 이용자가 체감하는 정보나 차량 대수는 부족하다”며 “병원 진료나 재활치료를 위한 필수적인 상황에서조차 기본 1~2시간씩 대기하고 제약이 뒤따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휠체어 사용자들은 이동 제약이 훨씬 커 가족들에게 의지해야만 움직일 수 있다”며 “이동권은 자기 결정적인 삶을 영위하고, 사회참여를 위한 핵심적인 기본권”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가 발표한 2023년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전국 노선 저상버스 도입률은 평균 32.8%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개정에 따라 노선버스 대·폐차 시 저상버스 도입이 의무화됐음에도 전국 저상버스 의무 교체 차량은 전체 5597대 가운데 2909대로 저조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들은 장애인 콜택시에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러나 도내 3만 명이 넘는 장애인을 수용할 수 있는 특별교통수단은 여전히 부족해 불편은 고스란히 이용자의 몫이 돼버렸다. 

전문가들은 특별교통수단 이지콜 운전원을 1대당 2.5명으로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운전원이 휴게시간 포함 하루 8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하기에 현재 인원으로는 온전한 이동권 보장이 어렵다는 것이다.

양은주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은 “지자체에서는 특별교통수단 법정 대수를 채웠다고 말하지만, 문제는 운전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라며 “배차시간이 무한대로 늘어나는 이유가 운전자 부족”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전주‧군산‧익산시는 도내 다른 시군에 비해 배차 대기 시간이 적은 편”이라며 “정읍에서는 최대 4시간 배차 대기가 찍혔고,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6시간까지 기다렸다가 배차를 취소한 사례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이 같은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서 차량 운전자 증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지자체에서는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계획조차 세우지 않는 상황이다. 

양 집행위원장은 “전북자치도에 3년째 운전자 증원과 저상버스 100% 도입을 요청하고 있지만 예산 문제로 묵묵부답인 상태”라며 “예산상 어려움이 있다면 순차적으로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북도 관계자는 “지난해 법령 개정으로 특별교통수단 법정의무 대수가 아직 채워지지 않았다”며 “내년까지 법정의무 대수를 채워서 특별교통수단 이용에 어려움이 없도록 지속해서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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