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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기후천사] 기후 위기와 생태 이슈에 다가서는 예술적 실험들

전주문화재단 그린르네상스, 예술가의 시각으로 환경 이슈 풀어내
무해한 예술실험 조민지 작가, 기후위기 체감토록 '감각회복' 내세워
김규리 작가,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방식 종이 조각으로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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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르네상스 실험프로젝트 사전 회의 모습/사진=전주문화재단 제공 

자르고 남은 종이들로 전시된 공간을 본 적이 있는가. 누군가에게는 정돈되지 않은 풍경처럼 보이겠지만 예술가의 눈에는 인간이 자연을 어떻게 사용하고 소모하는지를 되묻기에 더할 나위 없는 아이디어로 다가왔다. 

작업 후 남겨진 조각들을 마주하며 ‘쓸모없어짐’이라는 감각을 상기시키고,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방식을 떠올린 것.

김규리(38) 작가는 자르고 남은 종이 위에 독백 형식의 글을 기록했다. 말 그대로 종이를 수집하고 글을 작성해 메일로 발송하는 실험을 진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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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1일 전주문화재단 팔복예술공장에서 기획프로젝트를 진행했다./사진=전주문화재단 제공  

2025년 그린르네상스 프로젝트에 참여한 김규리 작가는 “그린르네상스 프로젝트는 환경과 기후 위기 같은 주제를 무겁게 받아들이기보다는 재밌게 질문할 수 있는 실험의 장”이라며 “환경처럼 일상에서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문제들을 예술에 접목해 대중들이 친숙해질 수 있도록 한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2021년부터 전주문화재단에서 진행하고 있는 ‘그린르네상스 프로젝트’는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예술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환경 변화에 대처하는 예술의 역할과 방식을 고민하고 예술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대한 실천적 방안 모색을 목적으로 한다. 

올해는 ‘예술가의 질문’을 주제로 생태 이슈와 창작활동을 연계한 예술실험 프로젝트가 하반기까지 운영된다. 예술가의 창의적인 사고방식을 결합해‘환경’과 ‘기후’에 대한 관점을 다각화할 수 있도록 실험 과정을 아카이빙하고 시민과 공유하는 것이다. 

기존 환경담론의 인식전환을 위해 예술실험을 운영해 온 전주문화재단은 올해 총 5개 팀을 선발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모색하는 문화예술적 접근방식을 다각화하기 위해 나이와 전공, 예술 분야도 구분하지 않았다. 그렇게 선발된 예술가들이 바라보는 환경 이슈는 무엇일까. 2025년 그린르네상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조민지·김규리 작가를 지난 9일 팔복예술공장에서 만나 ‘기후 위기’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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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지 작가/사진=작가 제공 

그린르네상스 프로젝트에 세 번째 참여한다는 조민지(34) 작가는 환경에 관한 담론 형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됐다고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기후 위기’에 대한 이슈에 예술가들의 관심이 집중됐고, 이제는 ‘경각심’ 차원의 메시지 전달을 넘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주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에서 조민지 작가는 환경과 생태를 둘러싼 감정과 언어 태도의 균열에 주목했다. 조 작가는 전북지역 시각예술가들과 함께 프로젝트 그룹 ‘무해한 예술실험’을 결성했고 올해는 그룹으로 그린르네상스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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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지 작가가 속한 '무해한 예술실험'에서는 종이를 파쇄하고, 파쇄된 종이로 '감각'을 회복하는 실험들을 연말에 진행할 예정이다. '유연한 반복'이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조민지 작가의 작품이다. /사진=작가 제공 

무해한 예술실험은 ‘감각 회복’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워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서 무뎌진 감수성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춰 활동한다. 조민지, 김의진, 노진아, 박은필, 한준 등 5명의 예술가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환경 문제를 바라보고, 환경 문제에 대한 여러 감각과 인식의 차이를 대화할 수 있도록 실험의 장을 만든다. 

조 작가는 “사람들이 환경 주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도입부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각종 매스컴에서는 기후위기, 생태 이슈를 말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과연 실제로 체감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직접 몸으로 느껴야만 관련 이슈에 대한 인식이나 생각들이 피어오르지 않을까? 그 사실을 알게 하려면 감각을 회복시키는 것이 먼저 필요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렇기에 무해한 예술실험에서는 기후 위기나 생태 이슈를 말하기에 앞서 시각과 청각, 후각과 미각, 촉각 등의 원초적 감각들을 동원해 자료를 채집한다. 5명의 예술가가 직접 채집해 온 감각들을 토대로 자극을 마주하고, 발생한 자극으로 기후 위기와 생태 이슈를 체감하게 한다는 의도이다.

기후 위기나 환경에 관한 이야기가 정보에 의해 선동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 조 작가는 “나의 관념이나 생각이 여러 정보로 인해 희석되거나 휩쓸리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했다. 주체성을 가지고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 위한 객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는 “기후 위기가 자연의 위기는 아니고 인간의 위기라고 보인다. 어쩌면 인간의 사고방식으로 자연과 생태계를 들여다보는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예술이라고 감성적으로만 관련 사안을 바라보지 않는다. 보다 이성적이고 객관적으로 탐구해서 생태적 감각을 되찾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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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리 작가/사진=작가 제공 

개인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한 김규리 작가는 ‘버려짐과 남겨진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콜라주 기법을 활용해 시각화한다. 작가가 선택한 이미지와 버려진 이미지 사이에서 자신이 생각하고 깨달은 이야기를 참여형 전시와 구독 메일로 풀어낼 예정이다. 

김 작가는“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다룬 프로젝트들은 많다. 그렇다면 실제 환경에 필요한 프로젝트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며 “환경을 이야기하기 위해 더 많은 쓰레기가 배출되기도 한다. 지금은 환경이나 기후위기를 돈이나 사업으로 보기도 한다”라고 짚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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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종이 조각을 통해 '남겨짐과 버려짐'을 이야기 할 김규리 작가의 기존 작품/사진=작가 제공 

따라서 그린르네상스 프로젝트를 통해 거창한 담론을 형성하기보다는 대중들에게 예술가의 질문을 흥미롭게 생각해서 곱씹고 기억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환경단체에서 말하는 전문적인 논리나 이야기에서 벗어나 예술가의 시선을 이미지로 각인시켜 기억하게 만드는 방식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인터뷰 말미에 조민지·김규리 작가는 프로젝트가 “재미있다”고 말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생각하고 문화예술적으로 접근하는 시도 자체가 흥미롭다는 것이다. 현상을 전달하고, 예술가의 시각과 해석을 덧대 새롭게 탄생한 창작물이 제3자의 인식을 전환할 수 있다는 점도 즐거움의 요소라고 했다. 

그러니 앞으로도 예술가들이 바라보는 기후 위기와 사회문화적 환경을 고민해 볼 수 있는 실험의 장이 생겨나길, 그래서 최소한 환경과 공존하고 지킬 수 있는 예술 방식의 아이디어를 전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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