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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침을 여는 시] 읽지 않은 시집 - 이세영

다 읽고 꽂은 책을 바라보는 마음은

돌아선 이 뒷모습에 눈을 두는 마음

아직 읽지 않은 책 앞에 둔 마음은

가만히 손잡고 심장의 말을 기다리는 일

두근거리네, 갑자기

당신을 만날 때마다

읽지 않은 책으로 열리면 어떨까

문득 책허리를 붙잡고 서 있어도 좋은

얼굴 가까이 대고 콧바람을 맞아도 좋은

아직 열지 않은 마음

설레며 들춰 봐도 좋을

 

책은 애인이다. 다 읽은 책은 나란히 한 곳을 바라보는 정든 연인 같고 이제 막 펼치려는 책은 그이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가슴부터 졸이는 짝사랑 같다. 절반쯤 읽다 덮고 싶은 책은 마음을 달래야 하는 토라진 애인 같고 다 읽고 나서 다시 읽고 싶은 책은 실연의 아련함 같아서 좋다.

이들 중 가장 쓸쓸하고도 기특한 건 한 번 펼쳐지지도 않은 채 서가에 꽂혀 있는 책이다. 이름도 얼굴도 생소한 이가 낯익은 사람들 틈에 끼어 있는 모습은 애인을 두고 딴 데 한눈판 이를 기다리는 외사랑 같다. 딴엔 버려진 사랑, 내가 그를 버린 게 아니라 내가 그에게서 버림받은 느낌이 들기도 한데, 마냥 허리를 붙잡고 콧바람을 쐬는 연애를 하는 이는 얼마나 좋을까. / 김유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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