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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전쟁과 게임

제 정신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 중 하나는 현실과 환영(幻影)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다. 요즘 이라크에 대한 미국과 영국의 공격을 보노라면 이걸 전쟁이랄 수 있는지 그리고 제 정신으로 하는 짓인지 하는 생각이 들어 혼란스럽기만 하다.얼마전 인터넷 신문에 실린 미군의 아프간 공습 화면인 것으로 보이는 동영상은 충격적이었다. 한 밤중에 상공에서 내려다 본 회교사원의 모습으로 시작된 그 동영상은 ' AC-130 Gunship'의 지상폭격 장면들이었다. 이 비행기의 특징은 표적 상공에 장시간 머물면서 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하는 것이 특징인데 회교사원을 선희하면서 움직임이 포착된 차량, 사람 나중에는 회교사원까지 정말 게걸스럽게 폭격을 하는 장면이 이어졌다. 이런 화면과 더불어서 "잡았다”라는 탄성에 가까운 승무원들의 음성은 이들이 전쟁을 한다기보다는 게임을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지상의 사람들은 폭격기가 자신들의 머리 위에 있다는 사실조차도 모르는듯 차량에서 내려 다른 사람을 만나 한가로이 이야기하는 듯한 동작이었다. 따라서 이들이 폭격기를 향해서 어떤 위협을 가하는 상황도 아니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들은 폭격기의 일차 목표가 되었고 잠시후 그들은 화면에서 사라졌다. 조종사의 "잡았다”라는 탄성과 함께. 이어서 여기 저기서 흰 개미처럼 움직이는 사람들을 화면은 놓치지 않고 따라다녔다. 그리고 잠시 후면 포연과 함께 이들 흰 개미의 움직임은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다.어찌 보면 이들 비행기 조종사들과 그 승무원들은 게임을 하고 있는 중이었는지도 모른다. 단지 다른 사람의 목숨을 아무런 계기와 이유 없이 앗아가는 잔혹한 게임을 말이다. 이들이 지상의 사람들을 볼 수 있는 매체는 오로지 화면뿐이었을 것이다. 적의선을 이용한 야간투시 화면은 한밤중임에도 불구하고 지상의 움직임을 거뜬히 보여 주는 훌륭한 게임도구였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실제 상황은 이들에게 집에서 하는 게임과 다를 게 하나도 없을 것이다. 다만 포탄이 떨어질 때 생기는 구름의 모양이 게임보다 실감나게 재현되었다는 차이 정도는 느꼈을지도 모르겠다.이번 이라크 공격에서도 미국과 영국 폭격기 승무원들은 게임을 즐기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환영(幻影)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하는 짓이라면 이들은 미친 게 틀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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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3.29 23:02

[오목대] 全州와 한국영화

6·25전쟁이 끝난후 우울하고 어둡기만 하던 1950년대 당시 사람들의 유일한 엔터테인먼트는 영화였다. 스크린위에 펼쳐지는 또 다른 세계는 당시 일상생활의 고단함과 궁핍함으로 부터 잠시나마 벗어나게 했다. TV가 대량 보급되기 전인 1950∼60년대를 한국영화의 황금기로 꼽는 것도 이같은 사회적 상황 때문일 것이다.당시 한국 영화문화의 중심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서울 충무로였다. 그러나 충무로와 쌍벽을 이루었던 또 하나의 중심지가 바로 전주였던 사실을 아는 도민은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 문화적 환경이 영화제작에 열악하기 짝이 없던 지방도시 전주가 그 기능을 담당했던 것이다.한국 영화사에서 전쟁영화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피아골''아리랑'이 이 지역에서 제작되었고, 최초의 컬러영화인 '선화공주'나 '애정산맥''성벽을 뚫고''애수의 남행열차'등 당시 흥행성공작들도 전주를 중심으로 제작되었던 대표적 영화들이다. '피아골''아리랑'을 감독한 이강천감독은 배우에서 출발하여 당시 전주 백도극장의 선전부장을 거쳐 감독반열에 오르면서 한국영화사에 굵은 족적을 남긴 전주 영화문화의 실질적인 주역이였다.전주가 한국영화의 중심이였다는 사실은 전주에서 활동하던 영화인들이 제정한 '전북 영화상'에서도 엿볼 수 있다. 1959년 한 차례에 그치고 말았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상이였다는 영화사적 가치는 평가할 만하다. 지난 2000년 부터 전주 국제영화제를 전주에서 개최하기 시작한 것도 이처럼 반세기동안 단절됐던 영화사를 다시 잇는다는데 그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그런데 최근 한국영화와 전북과의 인연을 다시 확인시켜주는 흥미로운 통계가 발표됐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02년 시도별 극장관객 및 매출액 현황'에 따르면 전북이 한국영화 관객 점유율 63.3%로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1위를 차지하며, 전국 평균치 48.3%를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영화 팬이 가장 많은 지역임을 입증한 샘이다.전주를 문화영상산업 수도로 육성하기 위한 작업이 지금 한창 진행중에 있다. 다양하고 풍부한 전통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어 입지여건은 이미 검증받았다. 여기에 첨단 디지털이 접무되면 전주가 한국 영상산업의 메카로 자리매김하는데 전혀 손색이 없을 것이다. 정부당국의 과감한 지원을 다시 한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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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3.28 23:02

[오목대] 메소포타미안 문명

몇일전 이라크의 장관이 자신들이 법률을 만들었을 때, 영국과 미국은 동굴에서 생활을 하고 있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현재의 이라크가 인류 최초의 문명 발생지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럴듯한 말이다.이라크에서는 인류가 약 7천년전경 농경을 시작하여 정착하기 시작하다가 약 5500년경 최초의 문명을 이루기 시작한 곳이다. 미국이 전쟁을 치루고 있는 티그리스 강, 유프라테스 강 유역이 바로 그곳이다. 현재 이들 강의 교량을 두고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또한 인간이 하늘에 닿기 위해 탑을 쌓다가 신이 노해 무너뜨렸다는 바벨탑으로 유명한 바빌론에서도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두 강 사이의 땅'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 메소포타미아는 개방적인 지리적 요건 때문에 다양한 이민족의 침입과 다양한 문화들의 혼합이 잦아 국가의 흥망성쇠와 거주민족의 변화가 많았다. 약 5천년전에 수메르인이 이곳을 장악하고 최초의 문명을 꽃 피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당시 이미 멀리 이집트나 인도 등과 교역을 하였고, 각종 문명과 종교로 이집트나 인더스의 문명발생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이때부터 현재의 이란 접경지역과 이라크 북부지역의 고원의 산악부족의 빈번한 침입이 있었고, 또한 이집트, 페르시아, 유럽의 마케도니아, 터어키 등으로부터의 칩입도 있었다. 물론 몽고도 13세기 바그다드를 함락시켜 왕조를 세우기도 했다.두강 사이의 유역은 늪지로 나일강과 달리 강의 범람이 불규칙적이어 치수와 관개사업에 많은 힘을 들여야 했다. 일단 이러한 시설을 해놓으면 천해의 옥토로 많은 곡물의 생산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이곳을 둘러싼 치열한 전쟁들이 많았다. 승리한 집단이 강유역에 도시국가를 형성하여 문명을 발전시켜왔다. 이들은 신전국가로 성 내에는 종교, 정치, 생활의 중심이 되는 커다란 사원이 있었다. 바벨탑도 이러한 사원의 하나이다.이곳에서 약 4천년전 세계 최초의 성문법인 수메르법이 생겼다. 이 당시 영국이나 미국의 조상인 유럽은 신석기시대여서 동굴이나 움집생활을 했다. 약 3800년전 함무라비 대왕은 '함무라비 법전'을 만들었다. 첫째 조항 중의 하나가 "남의 눈을 멀게 했으면 그 가해자의 눈을 멀게 한다”였다. 이번 전쟁과 관련하여 의미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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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3.27 23:02

[오목대] 건강식품'떴다방'

속칭'떴다방'이란 용어는 사전에 없다. 세대 변화에 따라 생겨난 일종의 신조어(新造語)다. 잠깐 자리 잡았다가 사라지는 장소, 또는 행위 쯤으로 해석된다. 투기열풍이 몰아닥친 아파트 분양현장에서 처음 이 용어가 사용됐다. 프레미엄을 노리고 당첨권의 즉석 전매를 알선하는 부동산 중개업자들을 지칭한 것이다.그래서일까? 용어 자체가 썩 긍정적이지 못하다. 별로 떳떳하다고 여겨지지 않는 일에 접두어로 붙여지는 인상을 주기 때문일것이다. 그런데 그런'떴다방'이 요즘에는 건강식품 판매에서 더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것도 변화하는 세상 물정에 별로 밝다고 할수 없는 노인들을 대상으로.소위 방문판매업으로 신고를 마친후 임시매장을 차리기 때문에 이들에게 법적으로 하자는 없다. 더구나'떴다방'에는 공연팀이 동행해 노래와 춤, 즉석무대까지 벌이기때문에 노인들에게 인기도 높다. 대량으로 살포하는 무료입장권이나 초대권에는 어김없이'00공연예술단 경로잔치'타이틀이 붙어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도 충분하다.그러나 여기서 판매하는 건강식품이나 의료기기 전자제품들이란게 영 시원치않다. 별로 알려지지 못한 약이 만병통치약으로 둔갑돼 턱없이 비싼 값에 팔린다. 노인들의 심약함을 노려'건강에 특효가 있다'거나'특별 할인판매 기간'이라며 현혹하면 효과는 백%다. 물론 노인들도 그런 상술에 무작정 현혹되는건 아니다. 공짜로 주는 값싼 화장지나 플라스틱 생활용품 따위를 챙기는 알뜰 실속파도 없지는 없다. 요즘 시골 슈퍼마켓에서 화장지가 안팔린다는 우스개소리가 나오는것도 그 때문이다.그런'떴다방'이 근래에는 도시 한복판에서도 성황을이루고 있다. 대형상가나 예식장등에서 열리는 이름께나 알려진 연예인공연 초대권이 아파트단지나 주택가에 무더기로 뿌려지고 있다. 그것도 60대이상 노년층이 살고 있는 집을 쪽집게처럼 짚어서 말이다.판매업체 관계자들이 들으면 무슨 소리냐고 펄쩍 뛸지는 몰라도 그런 공연의 속내를 들여다 보면 결국 그것이 그것이라는것쯤은 다 안다. 노년층을 상대로 한 이런 상술이 버젓이 명함을 내밀 수 있는 것도 변화된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라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껏 해야 한다. 6070세대들이 무슨 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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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3.26 23:02

[오목대] 紅島해역 지진

지진은 태풍이나 화산 폭발과 같은 가장 제어하기 어려운 자연재해중 하나이다. 태풍은 기상관측 시스템이 발달함에 따라 사전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대비할 수 있다. 화산폭발도 마찬가지다. 휴화산(休火山)의 폭발빈도나 용암활동등을 면밀히 분석하면 어느 때 쯤 폭발이 있을 것이란 예측을 내놓을 수 있는 것이다.그러나 지진은 다르다. 지구의 판(板)구조에 따라 수백 수천m 지하에서 일어나는 지각활동을 감지하기란 쉽지 않다. 인류의 오랜 역사에서 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수없이 기록되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이에 미리 대비해 피해를 줄인다는것은 불가능한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물론 지진계(地震計)가 설치되 땅 밑의 미세한 진동까지 계측할수는 있다. 하지만 결정적인 재난대비에 완벽한 도움을 주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나라에서 이를 경험으로 토목건축공학에 지진대비 설계를 강화하여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도가 고작이라고봐도 틀리지 않는다.그동안 우리나라는 지진에 있어서만은 비교적 안전지대로 여겨져 왔다. 이웃 중국이나 일본만해도 역사적으로 수많은 지진으로 숱한 인명과 재산 손실을 입어 왔지만 우리는 큰 피해가 기록되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역시 기록상 삼국시대 이래로 꾸준히 지진활동이 계속되고 있는것으로 파악되고 잇다. 지질학계에 따르면 1백50년 주기로 한반도에 지진 활성기가 찾아 오며 현재는 1905년부터 시작되는 활성기에 해당된다는 것이다.그런 정도는 사실 통계로도 나와 있다. 지난 한해에만 45회나 가벼운 지진이 발생했고 이는 지난 78년 충격을 준 홍성지진(강도 5)이후 해마다 증가하는 수치다. 한반도 역시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불안한 징후를 나타내는 것이이다.지난 주말 전ㅇ남 홍도 북서쪽 50km 해역에서 진도 4.9의 지진이 또 발생했다. 이는 계기(計器)로 지진을 관측하기 시작한 1963년이후 다섯번째 강진이라한다. 이 지진으로 서해안일대는 물론 전북 내륙에서도 건물이 흔들리는 정도의 진동을 느꼈다니 예사롭지 않다. 이제 우리도'그 정도쯤이야...'로 지진에 방심할 땐느 아닌것 같다. 가깝게는 지난 95년 일본고베대지진이나 엊그제 멕시코·중국의 경우가 결코 남의 나라 일로만 보이지 않는다. 철저한 재난대비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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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3.25 23:02

[오목대] 討論문화

'참여 정부'가 탄생한 후 '토론 문화'에 새 지평이 열리고 있다. 반세기가 넘는 헌정사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경직된 환경의 지배를 받고 살아온 탓에 아직까지 성숙한 토론 문화를 경험하지 못했으나,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이 의사결정과정에서 토론을 중시하면서 토론 문화가 일대 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노대통령이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수단으로 토론을 신봉한 대목은 곳곳에서 목격된다. 재야 인권변호사 시절, 같은 길을 가던 문재인(文在寅)민정수석과 밤샘하며 토론을 했다는 일화에서 부터, 우리사회에 신선한 충격과 당혹감을 함께 안겨준 평검사들과의 대화가지,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노대통령의 이같은 행보는 그동안 지나치게 권위적이어서 합리성이 무시된 과거의 부정적 패러다임을 바꿔나간다는 점에서 환영해 마지많을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토론의 난이도와 토론이 갖는 함정 때문에 토론만능주의에 빠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다시 말해 토론은 민주적 의사결정을 위한 필요 조건이지 충분 조건은 아니라는 말이다. 토론을 통해 다수 의견이 모아졌다고 해서 반드시 옳은 결론이라고만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론은 대립된 의견을 통합시키는 과정에서 논리적 모순을 발견하면 자신의 의견을 보강하려는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토론에 앞서 항상 절반은 남의 의견을 수용할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서로의 입장만 확인하고 돌아서는 공허한 말싸움으로 끝나거나, 되레 감정만 붇돋아 아예 토론을 하지 않음만 못한 결과를 보기 십상이다. 이와함께 토론은 연령이나 직급·격식을 모두 파괴하고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야 한다. 토론자 간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거나 나중에 '찍힐지도 모른다'는 위협을 느낀다면, 그것은 이미 토론이 아니다. 또한 집단적 사고(思考)도 건전한 토론 문화를 해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당론을 정해놓고 토론에 임하는 국회가 좋은 본보기다. 이와같은 이유에서 토론은 긍정론과 부정론으로 크게 엇갈린다. 탈(脫)권위주의와 개방성이라는 차원에서는 긍정적 평가를 받지만 무질서와 혼란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제대로 된 토론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먼저 국민들이 토론에 대한 올바른 훈련부터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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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3.03.24 23:02

[오목대] 他山之石

이제나 저제나 하던 일이 그예 일어나고 말았다. 미국과 영국이 국제연합(UN)의 동의 없이 이라크를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이번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우리는 이라크를 좀더 알 필요가 있다. 이라크는 '저지(低地)'를 의미하는 페트시아어로, 메소포타미아 평원에 자리잡은 이슬람 국가이다. 아버지 부시때부터 이라크는 미국과 대립해 온 것도 사실이다. 이라크가 대량살상 무기를 개발해서 보유하고 있으며 알카에다 등의 테러조직과 관련이 있기때문에 미국의 이번 이라크 공격은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하지만 이런 미국의 주장을 그대로 믿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영국의 가디언도 지난 2월 22일자 기사에서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는 이유는 중동에 팍스 아메리카를 심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이런 관점에서 석유전쟁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라크가 '마지막 남은 지구 최대규모의 에너지 창고'로 불리지만 이번 공격에 적극적인 미국과 영국이 유전개발 협상에서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에 밀리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석유전쟁이라는 표현도 그리 틀린 말이 아니다.이번 미국과 영국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 이라크는 나름대로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1991년 이라크가 유엔의 대량살상무기 금지 결의를 수용한 이래 유엔 사찰단을 받아 들이지 않으면 안 되었는데 그 단원 중에서 미국인을 추방하거나 군사적으로 민감한 지역에 대한 사찰을 거부하는 우여곡절을 겪게 되지만 미국과 영국의 공군은 이라크의 군사시설들을 파괴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사찰거부와 협조를 반복하게 된 이라크가 결정적으로 궁지에 몰린 것은 9.11 테러의 배후로 지목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이후 이라크는 전역에 걸친 유엔 사찰에 협조하게 되며 올해 2월 사찰단은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WMD)를 발견하지 못했음을 안보리에 보고한 바 있다.하지만 이런 이라크의 노력은 결국 미국과 영국의 공격을 막는데 실패하였다. 오히려 공격을 피하려는 의도에서 무제한 허용했던 무기사찰 결과는 미국과 영국이 이라크를 공격하는 데 좋은 자료가 되어 준 셈이다.이런 이라크의 형편을 보면서 해방 후 한 때 유행했던 말이 떠오른다. '소련에 속지 말고 미국은 믿지 말고 일본은 일어나니 조선은 조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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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3.22 23:02

[오목대] 바둑'그랜드 슬램'

바둑은 중국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중국 신화상의 성군인 요(堯)임금이 고안했다고 하며, 3천년 이상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춘추전국 시대부터 폭넓게 퍼져 남북조시대(AD 420-589년)에 크게 융성했다. 한(漢)고조 유방, 항우를 궤멸시킨 명장 한신, 간웅(奸雄)의 대명사로 일컫는 조조, 당태종 이세민, 명태조 주원장 등이 모두 바둑의 애호가였다고 한다.바둑이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은 삼국시대로 보고 있으며, 주로 왕실에서 두었던 것으로 전해져 온다. 고려때는 여인들도 바둑을 즐겼다는 기록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바둑은 중국 것과 달랐다. 우리의 경우 흑백 각각 8점씩 16군데에 먼저 돌을 깐 다음 두는'순장바둑'이라는 재래바둑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일제시대에 현재의 바둑으로 변모하게 되었다.바둑은 동양에서 시작된 지역적 특성으로 세계회가 더뎠다. 근래들어 유럽과 미주지역에 보급되고 있지만 발상국인 중국과 일본, 우리나라에 비하면 아직 미미한 실정이다. 따라서 이들 3개국 가운데 최고수가 세계 정상을 차지하는 세밍다.전주가 배출한'국보급 기사'이창호 9단이 엊그제 중국이 주최하는 춘란배 우승컵을 품에 안으며 대망의 그랜드슬램을 달성, 국내 팬들을 열광시켰다. 지난 1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도요다·덴소배에서 우승한데 이은 쾌거이다. 이로써 이9단은 현재 개최되고 있는 7개 국제대회에서 한번 이상씩의 우승을 거머쥐었다. 정상에 서보지 않은 미답봉(未踏峰)이 한개도 없는 셈이다. 그야말로'천하에 자신의 땅이 아닌 곳이 없는( )'최신판 전관(全冠)석권의 새로운 역사를 쓴것이다.물론 이9단의 전관왕 이전인 94년과 지난해에 조훈현9단과 유창혁9단이 전관 제패를 달성한바 있다. 하지만 당시 국제대회는 3개∼5개에 그쳤다. 국제대회가 7개나 되는 현 시점에서의 명실상부한'전관 제패자'는 이9단 뿐 인 것이다. 전문기사도 평생에 한번 우승하기 어려운 메이저 세계기전에서 통산 15회나 우승한 것을 포함하여 이9단의 국내외 기전통산 우승횟수는 1백14회로 늘어났다.아직 20대 후반인 이9단의 이같은 기세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9단의 가장 무서운 적은 정작 자기자신 일 것이다. 보다 철저한 자기관리로 오래도록 세계정상을 지킴으로써, 도민들에'자랑스런 전북인'으로 계속 기억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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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3.03.21 23:02

[오목대] 이라크 전쟁

이라크는 세계 최초의 도시, 정부, 법전, 문자 그리고 국제적인 커뮤니케이션 체계가 발명되어 5천년전부터 인류의 문명을 선도하였던 곳이다. 바빌로니아·아시리아제국·페르시아제국등을 거치면서 바그다드는 8세기부터 이슬람문명의 중심이었다. 1534년 투루크왕조에 속하게 되어 20세기초까지 지배당하였다. 영국이 1차대전 당시 이곳에 진주하여 위임통치를 하였으나 1932년 입헌군주국으로 독립하였다.1958년 쿠데타로 왕정이 폐지되고 공화국이 되었다. 이후 잦은 쿠데타가 있었고, 1968년 바트당이 집권한 이후로는 일당독재가 계속되고 있다. 1979년 대통령으로 취임한 사담 후세인이 지금까지 지배하고 있다. 면적은 43만㎢로 한반도의 두배, 인구는 2천3백33만명으로 남한의 반절이다. 사우디 다음으로 세계 2위의 석유매장량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부시대통령은 18일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망명과 상관없이 이라크로 진격할 것이라고 밝혀 이제 이라크를 무조건 점령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점령 후 미국이 필요한 기간동안 미군이 주둔할 것으로 밝혀 친미정권을 수립하여 계속적인 영향력을 유지할 것임을 밝혔다. 이번 전쟁이 대량살상무기 해체나 테러지원세력 제거보다는 직접적인 이라크 장악을 통해 이라크의 석유를 독차지하고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패권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더불어 사우디 등의 중동석유의 가격조절력을 미국이 가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현재 전세계적으로 반전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침략으로 미국에 대한 반감이 세계적으로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연일 계속되는 반전시위로 영국 등은 장관 등이 사임하는 등 정권이 불안정해지고 있다. 장기적으로 미국이 유엔의 합의도 얻지 못하면서 일방적으로 침략하는 것이 과연 미국이나 그 맹방인 영국에 도움이 될 것인지 의심스럽다.1991년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폭격이 쿠웨이트를 침입한 독재자 사담 후세인에 대한 보복이었음에도 민간인에 대한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하여 아랍진영에서 미국에 대한 반발심만 키워놓았다.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폭격에서도 민간인이 많이 죽었다. 보복은 정확하게 테러관련자들에게 한정되어야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민간인까지 엄청난 희생을 겪게 되면 테러의 악순환이 커질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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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3.03.20 23:02

[오목대] 盜聽 진실게임

도청이나 감청은 어감만 다를뿐 남의 통화 내용을 엿듣는다는 점에서는 똑같다. 다만 도청은 통신비밀보장법상 불법행위요 감청은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이루어지기 때문에 용인되는 점이 다르다.오늘날 어느 나라에서나 합법적인 감청은 일상화돼있다. 국가안보나 마약 테러같은 강력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남의 사생활을 엿들어 범죄에 악용할수 있는 도청과 달리 감청은 그래서 국가기관의 당연한 임무라고 할수도 있다. 그러나 함정은 있다. 감청과 도청은 자의적 판단 유혹이 크기 때문에 운용에 문제점을 드러낼 수 있고 시비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지난해 12월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폭로한 국정원 도청자료라는 것도 그런 유형이다. 최초의 폭로는 정현근(鄭賢根)의원이 국정감사장에게 했지만 그후정·관·언론계 인사들의 통화자료가 무더기로 공개됐다. 그 내용도 상당히 구체적이고 개연성이 있어 보였다. 구어체(口語體)로 된 통화내용에 대해 해당자들이 대체로 사실에 가깝다고 증언해 파문이 확산됐다.정부기관의 부도덕성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게 한나라당측 주장이었지만 그 실선거전략 차원의 폭로라는게 대부분 국민들의 시각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폭로작전은 성공을 거두지 못한것으로 보인다. 메이저언론들이 연일 대서특필하면서 독자들의 관심을 유도했지만 반응은 냉담했다. 오히려 민주당측이'비열한 정치공작'으로 몰아 부치는등 역풍을 만났다. 국정원측의 태도도 워낙 완강했다.현재 국정원 도청및 감청장비 도입설은 국정원이 한나라당과 해당 언론을 검찰에 고발해 수사가 진행중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선거가 끝난후 이사건은 흐지부지되는듯 했다. 정치적 공방이 법정다툼으로까지 비화했지만 명확한 진상이 밝혀진 예를 찾아볼수 없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번만은 사정이 다를 모양이다.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이 법무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도청설 진상을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어제 검찰이 국정원 내부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국정원 직원 3명을 긴급체포 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제'도청'이냐 '조작'이냐를 두고 한나라당이나 국정원 어느 한 쪽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게 어느 쪽이 됐건 진짜 이번만은 속시원히 진상이 밝혀져 국민들이 헷갈리지 않도록 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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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3.19 23:02

[오목대] 호박에다 줄 긋기

현대사회에서 학위(學位)는 힘이자 권위요 명예다. 그중에서도 박사는 적어도 그 분야에서는 최고의 학식과 덕목을 갖춘 지성의 상징이라 할 만 하다. 그러나 고학력 인플레 시대가 되면서 우리 사회에 박사가 너무 흔하다. 옛날 유행가에는 거리를 지나다가 '사장님'하고 부르면 열명중 여덟 아홉명이 돌아다 본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 대상이 '박사님'으로 바뀌었을 정도다.그보다 격이 좀 낮은 석사(碩士)는 또 어떤가. 지금 공직이나 기업체 교육계에 근무하는 중견간부쯤 되면 웬만한 석사학위는 필수(?)다. 대학원에 진학해 전공분야를 더 성취하겠다는 학구파도 있지만 학력만능주의 풍토에서 경쟁에서 지지 않으려는 자구적(自救的) 수단으로서의 선택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석·박사가 많다는 사실이 결코 흉이 될수는 없다.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에서는 '아는것이 곧 힘'이기때문에 고학력 인플레는 오히려 국력을 신장시키는데 도움이 될 일이다.문제는 다른데 있다. 자신이 노력해서 학문적 성취를 얻기보다 '논문대필'로 학위를 돈으로 사려 한다는 점이다. 인터넷만 들어가도 관련 정보가 수두룩한 세상에 굳이 힘들여 공부하지 않아도 얼마쯤 주고 학위를 딴다는 유혹을 당사자들이 쉽게 버리기 이려울 것이다. 실제로 그런 필요에 의해 성행하는것이 논문대필업 아닌가.석·박사 학위의 논문표절이나 대필이 문제가 된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게으른 대학생의 석사논문까지 대필해주는 업체도 있는 마당이다. 몇년전 부산 모 대학 교수들이 캐나다 모 대학 교수의 논문을 표절했다가 학회지(學會誌) 폭로로 망신당한 일이 있고 모 치과대학 교수가 돈을 받고 박사학위 논문을 대필해 줬다가 유죄판결을 받은 일도 있다. 그때마다 여론의 질타는 비등했지만 그 때 뿐, 지금도 대필업은 여전히 성업중임이 밝혀졌다. 값만 올라 박사는 5백만원, 석사는 3백만원이 공정가(?)로 거래된다고 한다.능력은 없으면서 학위는 욕심내는 얼치기 지성인이 사라지지 않는한 이런 류의 논문대필업은 근절되지 않을 것이다. 그 병폐는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엉터리 논문이 양산돼 학문의 권위를 손상시키는 일이다. 더구나 학문의 전당에서 이런 일이 은밀이 저질러지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 돈을 주고 학위를 사는 일이 호박에다가 줄 긋고 수박이라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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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3.18 23:02

[오목대] 多面평가제

새 정부가 고위직 후속 인사에도 '다면평가제'를 적극 활용토록 하라는 지침을 각 부처에 시달하면서 공직사회 내부가 찬반 양론으로 나뉘며 술렁거리고 있다. 찬성하는 측은 지금까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돼온 인사시스템을 개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주장이고, 반대하는 측은 공직사회의 내부결속을 해치고 조직장악력을 떨어뜨릴 뿐 '인기투표'에 다름아니라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참여정부 국정토론회에서도 다면평가에 대한 견해는 극명하게 엇갈린다.김영진(金泳鎭)농림장관은 "내부적으로는 승복문화를 기르는데 도움이 되고, 외부적으로는 납득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서 "여러우려에 공감은 하나 빨리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개진했다. 그러나 대기업 CEO출신의 진대제(陳大濟) 정보통신장관은 "다면평가제가 문제가 있다고 해서 민간기업에서는 이미 쓰지않고 있다”면서 "아래 사람 눈치보지 않고 소신대로 일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능력위주'의 인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한명숙(韓明淑)환경장관도 "2년여 동안 다면평가제를 실시한 결과 폐해가 많이 나타났다”면서 "일은 적당히 하지만 사람이 좋으면 오히려 높은 점수가 나와 소신있게 일할 동력이 떨어지게 된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결국 노대통령이 나서 "다면평가제에 부족한 점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나. 신뢰를 통해 얻는 것이 워낙 크다. 그리고 다면평가제는 하나의 참고사항이며, 승진인사의 경우는 부분적으로 반영되므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마무리 지음으로써 '일단 시행'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될 점이 있다. 어떤 제도든 그 성패는 제도 자체보다도 제도를 시행하는 구성원들의 의지와 운용의 묘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다. 조선시대에 임금이 고위관리를 임명할 때, 사헌부와 사간원의 서명을 받도록 한 서경(暑경)제도도 초기에는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뒀으나, 후기 들어 이 서경제도가 문란해지면서 왕조가 흔들리게 된 것은 좋은 본보기라 아니할 수 없다. 아울러 다면평가제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평가강법의 다양화와 함께, 평가방법에 대한 철저한 사전교육과 감정적인 평가에 대한 엄격한 제재조치 등 합리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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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3.17 23:02

[오목대] 勝者全取

요즘 한 방송국 드라마가 도박을 소재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모양이다. 가진 것을 모두 쏟아 붓는다는 의미로 도박판에서 사용하는 단어인 '올인'은 드라마 제목으로 참 매력적이다. 하지만 '올인'에 이런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무일푼'이란 뜻으로도 사용된다. 이런 의미는 아마 한 판에 승부를 걸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국은 무일푼 신세를 면치 못해서 생긴 말쯤으로 헤아려진다.올인은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승자전취(勝者全取) 올아웃(all out)을 꿈꾼다. 마치 '무일푼'이란 말은 내게 해당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정말 극히 일부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그런 행운을 얻지 못한다. 이런 점에서 복권도 마찬가지 형편이다.그런데 도박이나 복권에서 행운을 얻었다고 좋아만 할 일도 아니다. 도박으로 돈 벌어서 부자됐다는 소문은 들리지 않는다. 복권 역시 행운의 주인공이 된 뒤에 겪게 되는 일들은 대부분 불행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 선인들은 호사다마(好事多魔), 좋은 일에 불행한 일도 많다는 교훈을 남겼나 싶다.엊그제 신문에 난 토막 소식 하나. 이라크와의 전쟁을 준비하던 영국군이 사격연습을 하고 있던 현장에 난데없이 이라크 군인들이 백기를 흔들며 투항했다고 한다. 이라크 점경 수비대 소속의 병사들이 총소리를 듣고 전쟁이 난 것으로 착각하고 투항하려 했던 모양인데 영국 군인들은 이들 이라크 병사에게 아직 전쟁이 시작되지 않았으니 되돌아 가라고 돌려 보냈다는 것이다. 이런 기사를 읽으면서 실소(失笑)를 금할 수 없다. 날을 잡아 놓고 열심히 공부하듯 전쟁을 준비하는 미국과 영국이 있는가 하면 그 새를 못 참고 투항이나 하는 이라크 병사도 있다는 사실이 웃음을 짓게 한다.아무리 나쁜 평화도 가장 훌륭한 전쟁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WTO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라크 전쟁 발발시 50만명의 인명피해와 임산부와 어린이 등 5백40만명에 대한 구호기관의 긴급구호와 의료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미국은 우리 나라의 협조를 기대한단다. 하지만 병주고 약 준다는 말처럼, 구호활동을 예견하는 전쟁을 피하기보다는 하려 드는 미국과 영국의 속내를 알 수가 없다. 과연 이런 전쟁이 테러와의 전쟁인지 테러전쟁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요즘 미국을 보면 이라크 석유의 올아웃을 꿈꾸는 도박꾼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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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3.15 23:02

[오목대] 낚시 면허제

인간이 지구상에서 처음 생활을 시작했을 때 부터의 가장 기본적인 활동은 먹을 것을 얻기 위한 수렵과 낚시였을 것이다. 기원전 2천년 경의 이집트 그림에는 그물을 비롯 낚싯대로 고기를 잡는 사람들이 묘사되어 있으며, 기원전 4세기경 중국 문헌에는 대나무 낚싯대에 명주실로 낚싯줄을 매고 낚싯바늘에 미끼를 끼워 물고기를 잡는 방법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낚시의 대명사가 된 중국 주나라 때의 강태공(姜太公)은 웨이수이(渭水)에서 낚시로 소일하면서 천하의 경륜을 탐구했다. 강태공이 쓴 낚싯바늘은 미늘이 없이 곧은 것이어서 물고기가 낚이지 않았다. 그래서 세상사람들은 '강태공이 세월을 낚았다'고 말했다. 강태공은 훗날 문왕에 의해 중용돼 나라에 크게 공헌했다. 오늘날 큰 인물이 될 사람을 위빈지기(渭賓之器)라고 부르는 것도 그런 연유다. 공자도 낚시를 조이불망(釣而不網)이라 하여 군자는 낚시를 하되 그물질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서양에서도 3백여년전 아이작 월턴은 그의 저서 '완전한 낚시꾼'에서 낚시를 '영상하는 사람들의 레크리에이션'이라 했다.이처럼 낚시는 대자연과 호흡하면서 즐기는 고상한 취미활동이지만 근래 낚시 인구가 급증하면서 낚시터 주변의 환경오염과 물고기 남획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국내의 낚시인구는 5백만명으로 추산되며, 전국적으로 인물 낚시터만도 6천여 곳에 이른다. 이곳에서 배출되는 음식 찌꺼기등 각종 쓰레기량은 연간 3만톤에 달한다. 호수및 저수지에 뿌려지는 떡밥 등으로 수질오염도 날로 가속화 되고 있다.해양수산부가 최근 이같은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낚시면허제 도입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내년가지 용역을 마쳐 2003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조성된 세원은 수질환경 개선과 어족자원 보호에 투입한다는 것이다. 미국, 프랑스, 독일 등에서는 이미 오래전 부터 이 제도를 시행해 오고 있다.낚시면허제는 지난 92년과 95년에도 당시 환경부가 도입을 추진했으나 관련단체들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국민들의 취미활동까지 정부에서 규제하는 것이 모양새는 좋지 않다. 하지만 수질오염 방지및 환경보호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제동장치는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국민 전체의 여론수렴을 거쳐 낚시도 즐기면서 환경도 보호되는 친환경적인 면허제를 연구 검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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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3.14 23:02

[오목대] 대량복제시대의 문화

옛날에는 문화나 생각을 모두 말이나 행동으로만 전달하여야 했다. 이때 말이나 행동으로 생각, 놀이, 의례, 신화, 굿 등이 주로 마을 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마을전통이 강하고 마을사람의 공동체의식이 강했다. 마을을 넘어서서 생각, 이야기, 놀이, 신화, 굿, 공연을 일상적으로 공유하기 어려워 다른 마을의 사람들과 문화공유하기가 어려웠다.그런데 삼국시대 이후 책들이 조금씩 퍼지면서 동일한 내용을 널리 퍼트릴 수 있어, 왕족, 귀족, 승려들이 책을 통해 종교, 의례, 신화, 제도를 공유하며 국가적 전통을 확립할 수 있었다. 따라서 책을 보고 서로 국가전통을 공유하는 상층은 국가의식이 아주 강해졌다. 그러나 마을사람들은 문맹이고 책은 비싸서 보지 않았다. 주로 마을내 사람끼리 생각과 신화와 놀이 등의 생활을 공유하다 보니 국가보다 마을전통이 더 중요하였다. 그 결과 마을의 소전통과 국가의 대전통이라는 이중적 문화체계가 형성되었다.이러한 생활을 근본적으로 바꾼 것은 책이나 잡지 또는 신문으로 같은 소식, 생각, 이야기, 오락 등을 전국적으로 퍼트릴 수 있는 대량복제 시스템이 생기면서이다. 대중에게까지 국가를 단위로 동일한 소식, 생각, 이야기가 전달되자 생각과 놀이와 예술과 신화와 역사나 전통도 국가로 통일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문화의 공유는 국가 영역 내에 있는 사람들끼리의 같은 민족이고 국가라는 의식을 강화시켜 국가와 민족의식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마을사람이라는 의식은 갈수록 퇴색하고 또한 자신의 마을이나 지역의 소식, 생각, 이야기, 오락, 예술에 대한 관심도 시들어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지역전통도 쇠퇴하기 시작했다. 책, 신문, 음반, 영화, 라디오, 텔레비젼이 대량으로 동일문화를 배포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이들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배포하는 서울의 문화지배는 더욱 견고해졌다.이제 책, 신문, 방송, 영화, 음반을 통해 대량복제하여 문화를 전달하는 시대가 조금씩 지나가고 있다. 전국 어디에서나 인터넷을 통한 중소집단의 다양한 문화소통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대량복제시대와 다른 집단의식, 생각, 정서, 문화현상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는 과연 어떻게 해야 지방문화가 활성화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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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3.13 23:02

[오목대] 술 상무

기업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으면서도 임원 직함을 갖고 행세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술 상무'들이다. 이들이 하는 일이란 그저 상대방에게 술대접을 하는일이 전부다. 기업의 오너나 임원들을 대신해 술좌석에서 술을 마셔주는 직업 술꾼인셈이다. 그렇다고 꼭 전문적인'술 상무'만 있는것도 아니다. 실질적으로 임직원이면서 자신의 업무와 관련하여 술판을 자주 벌여야 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도 통칭'술 상무'에 속한다.우리 사회에'술상무'라는 직함이 통용하기 시작한것은 대략 70년대 고도성장기 이후로 추정된다.'빨리 빨리'와'기브 앤드 테이크'라는 성장지상주의 가치관이 향략문화와 접속하면서 이를 충복시킬 창구가 필요 조건으로 등장한 것이다. 공식 직함은 아니지만 업무상 거래처 사람들을 접대하기 위해 대부분 기업들이 비공식적으로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속으로야 어떻든 겉으로 드러나는'술 상무'들의 생활은 화려(?)하다. 서울 강남같은 고급 유흥가의 단골 손님이 이들이다. 하룻밤 술값이 얼마고 뿌리는 팁이 얼마인지 짐작이 쉽지 않다. 현금으로 수천만원의 돈다발을 술상에 올려놓고 호기를 부리는'술 상무'도 있다니 더 말해 무엇하랴. 하지만 허구한 날 술자리를 전전하다 보니 이들의 건강이 배겨나지 못할게 뻔하다. 전투하듯이 거의 결사적으로 마셔대는 술때문에 각종 질환에 시달리는'술 상무'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과음올 인해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도 이들의 보상을 받는 일은 드물었다. 업무재해로 인정해 달라는 소송이 간간히 제기됐고 그때마다 부분적으로 구제를 받는게 고작이었다.노동부가 앞으로 업무상 지나치게 술을 많이 마신견과 간질환에 걸린것으로 판정되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기로 했다한다. 산재법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올 하반기부터 시행하기로 했다니'술 상무'들에겐 그야말로 복음이나 다름없는 소식이다.그러나 문제는 다른데 있다. 세계에서 그 예를 찾기 힘든'술 상무'라는 직함이 기업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아직도'술 상무'의 대접이 있어야 기업이 돌아가고 심지어 이를 위해 비자금까지 조성해야 할 기업환경이라면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사회다. 새 정부 들어 개혁바람이 한 창 거센데 바로 이런것도 개혁대상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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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3.12 23:02

[오목대] 檢事들과의 대화

민주주의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굴러간다는데는 따로 설명이 필요없다. 중요한 국정과제에 대해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직접 설명하고 국민들의 의견을 들으며 대화를 통해 실천방안을 모색해 나간다는것은 대의정치와 다른 민주정치의 또다른 묘미다.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이 이런 정치실험을 처음 시도했다. 이른바 '국민과의 대화'다. 당시만 해도 이는 파격(破格)이었지만 국민들에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 왔었다. 성공적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지나치게 외양(外樣)에 얽매이다 보니 작위적이라는 지적도 나왔고 심도있는 문제 제기와 해결방안 제시가 미흡하다는 평도 받았던게 사실이다.지난 일요일 노무현(盧武絃) 대통령의 '평검사들과의 토론회'도 여러모로 이런 형식과 무관하지 않다. 우선 당면한 검찰 개혁과제를 놓고 대통령이 간부들이 아닌 일선 평검사들과 직접 토론을 벌인 모양새부터 그렇다. 일체의 격식없이 대통령과 검사들이 벌이는 토론이 때로 아슬아슬한 수준까지 이르겠지만 허심탄회하게 문제의 본질에 접근했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을만 하다. 그러나 검사들이 대통령의 불확실한 청탁성 전화나 대통령형의 처신문제까지 거론하면서도 타율개혁을 초래하게된 오늘의 검찰 현실에 대해 겸허한 자기 반성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참여정부'첫 국정토론이고 생방송으로 공개돼 국민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이번 토론회는 그러나 앞으로 예상되는 문제점 또한 적지 않은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해당 부처 장관을 제쳐 놓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점이다. 그렇다면 장관은 앞으로 무슨 역할을 해야 하나? 당장 교육부의 교육정보시스템(NEIS) 도입문제를 두고 찬반논란이 가열되고 있고 공무원 노조의 설립인가, 행정고시 합격자들의 서열파괴 문제등도 논란의 불씨가 잠재돼 있는 상태다. 뿐만 아니라 온갖 이익집단간의 첨예한 대립과 갈등을 조정해 나가는 일도 결코 쉽지 않다. 이럴때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기는 어렵고 일일이 대응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 시스템이 가동돼야 한다는 말이다.국민들이 배심원 노릇을 한 이런식의 평검사와의 토론회는 한 번으로 족하다. '세상 많이 변했다'거나 '어떻게 감히 대통령에게…'라고 생각하는 보수적 국민감정도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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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3.11 23:02

[오목대] 아파트 分讓價

오늘날 연립주택 형태의 소형(4∼5층 규모) 아파트가 처음으로 건축된 시기는 고대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노동자들을 위한 근대식 개념의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했고, 본격적인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부터는 아파트를 빼놓고는 주택문제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주거문화를 선도하고 있다.우리나라에 아파트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시기는 일제강점기 때, 당시만 해도 서울 서대문에 풍전 아파트, 적선동에 내자 아파트, 통의동과 삼청동에 공무원 아파트가 들어서 생경스러울 정도였다. 그러다가 1960년대 마포 아파트가 건축되어 성공을 거두면서, 전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아파트 건축 붐이 일기 시작하더니, 이제 한국인의 47%가 아파트에 거주할 만큼 가장 보편적인 주거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다. 비약해서 말하자면, 아파트를 떠나서는 주택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말이다. 한데 요즘 치솟는 아파트 분양가 때문에 집없는 서민들이 죽을 맛이라고 한다. 지난 98년 아파트 분양가가 자율화 되면서 평당 5백5만원에 불과하던 서울지역 분양가가 지난해에는 8백67만원까지 뛰어 오르더니, 올해는 무려 1천1백84만원으로 37%나 폭등했다. 분양가 폭등은 비단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기도가 평당 6백27만원으로 24%가 올랐고, 부산이 6백13만원으로 34%나 뛰었다. 전주도 예외가 아니다. 타지역에서 비해 땅값이 싸 3백만원을 조금 웃돌던 분양가가 올해는 대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4백만원대까지 치솟았다. 덩달아 기존 아파트값도 들먹거리고 있다.아파트 건설업체들은 좋은 집 지어 제 값 받겠다는데 무슨 시비냐고 항변할지 모른다. 이같은 맥락에서 수도권 건설업체들은 이미 제품의 브랜드화를 통해 상품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최그급 마감재''특별한 공간미학''자연친화적 전원형 아파트'등등 미사여구도 가지가지다. 그러나 소비자의 입장에서 볼때, 적정선 이상의 마진을 챙기려는 건설업체의 장삿속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분양가 인상이 기존 아파트값을 끌어올리고, 기존 아파트값 상승이 다시 분양가를 인상시키는 악순환속에서 결국 집없는 서민들만 골탕을 먹고 있는것이다. "아파트 분양가 원가(原價)를 공개해야 한다”는 소비자 단체의 주장이 설득력있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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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3.10 23:02

[오목대] 떡 이야기

옛날 이야기 하나. 오두막 집에 늙은 부부가 살고 있었단다. 형편이 넉넉치 못했던 그 집에 어느날 떡 한 조각이 생겼는데 둘이 나눠 먹을 처지가 못 되었던 모양이다. 서로 양보를 했으면 좋으련만 서로 먹으려고 티격태격 다투다가 내기를 해서 이기는 사람이 먹기로 합의를 했는데 그 내기란 것이 '말 안하기'였다고 한다.안방에 좌정을 하고 앉은 두 사람 사이에 떡 한 조각이 놓인 건 물론이었다. 누구든 먼저 입을 열면 상대방이 떡을 차지할 수 있도록 말이다.그렇게 서로 말을 참고 있었는데 그 집에 도둑이 들었단다. 아무도 없는줄로 착각한 도둑은 이 물건 저 물건을 챙겼을 테고 안방까지 들어온 모양이었다. 그런데도 노부부는 꼼짝도 않고 떡 먹을 생각만 하고 있었으니 놀란건 도둑이었다. 사태를 파악한 도둑이 물건들을 챙겨서 나가려는 순간, 참다못한 할머니가 '도둑이야'하고 그만 입을 열었다. 그랬더니 할아버지가 잽싸게 떡을 가져 가면서 '이 떡은 내꺼다'하더란다.이런 이야기에 하필이면 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설정되었느냐고 반문을 한다면 사실 할 말은 없다. 그저 우리 선조들이 살아 가면서 터득한 지혜를 후손들에게 교훈 삼아 들려 주고 싶어 만든 이야기 정도로 받아 들이기 바란다.우리는 이 이야기에서 사안의 경중(輕重)과 그 우선순위 등에 대한 교훈을 얻을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다들 알고 있을 법한 이런 이야기를 새삼스레 꺼내는 것은 요즘 세상 한 켠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 이와 흡사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우리 나라의 주변 정세는 한치 앞을 내다 보기 힘들 정도로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어제는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공격을 기정사실화하는 발언도 있었던 모양이다. 이런 와중에 일각에서는 행정자치부 장관이 군수 시절 모 지방신문의 대표직을 겸직해 지방공무원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장관이 법을 어기는 것은 곤란하다. 하지만 그 사건의 전말을 종합해 볼 때 과연 언론매체에서 제일 중요한 기사로 다룰 만한 것이었는지는 재고해 보아야 한다. 과연 이런 성격의 기사가 언론매체에서 국민들에게 전달해야 할 가장 중요한 기사라는 판단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진정 국민이 알아야 할 것에 예지를 모으기 바란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3.03.08 23:02

[오목대] 아첨

중국 동한(東漢)시대의 애황제(哀皇帝)는 정치를 외척에게 맡기고 여색을 탐닉하다 국정을 파탄시킨 어리석은 임금이다. 충신 정숭(鄭崇)이 수차례에 걸쳐 정사를 돌볼 것을 간했으나 번번이 책망만 당하고, 오히려 불충(不忠)한 신하라는 낙인까지 찍혔다. 이 때를 놓치지 않고 아첨과 모함의 명수인 간신 조창(趙昌)이"요즘 정숭의 집은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루고 있습니다. 역적 모의를 하고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라며 의심의 불을 지폈다. 애제가 정숭을 불러 사실을 확인하자 정숭은"맞습니다. 제집 앞에는 아첨하는 무리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습니다. 그러니 하루빨리 나라가 안정돼야 합니다”라고 대답했다. 정숭은 감히 천자에게 대든 꼴이 되어 하옥당했다가 끝내 옥사하고 말았다.우리나라 헌정사상 대표적인 아침 금메달 감은 자유당 시절 2인자인 이기붕(李起鵬)과 당시 내무장관인 이익흥(李益興)을 꼽아 손색이 없다. 이승만(李承晩)의 종신집권을 위해 사사오입(四捨五入) 개헌을 강행한 것이나, 60년 3·15대통령선거때 노골적인 부정선거로 정·부통령에 당선된 것은 이기붕이 아니고서는 상상하기 힘든'아첨의 극치'를 이룬 작품(?)이었다. 또 이승만과 함께 낚시를 하다 그가 터뜨린 배기가스 소리에"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라고 애교석인 아침을 한 이익흥은 오늘날까지도'재미있는 아부의 본보기'로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자고이래로 권력과 부에는 마치 파리떼처럼 수많은 아첨꾼들이 따라다닌다. 기회포착과 변신에 능한 이들은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자신의 목적이 달성될때까지 집요하게 파고든다. 주변이야 거꾸로 가든 망가지든 알 바아니다. 한데 얄궂게도 권력과 돈을 거머쥔 실력자들은 바른 말인줄 알면서도 충언(忠言)을 싫어하고 아부하는 말인줄 알면서도 감언(甘言)에 귀를 기울인다. 더구나 기들은 만인을 발아래 두고싶어하는 속성이 강해, 설사 아첨꾼들의 실체가 드러난다 하더라도 너그럽게 용서하는 기질이 있다.'자손심이 강할수록 아첨의 밥이 된다'는 스피노자(spinoza)의 경구가 생각나는 대목이다.노무현(盧武鉉)대통령이 3·1절 기념사를 통해 "우리의 근·현대사는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하는 굴절을 겪었다”면서 "참여정부에서는 권력에 아부하는 사람이 더이상 설 땅이 없게 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부디 초심이 변치 않기를 바랄 뿐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3.03.07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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