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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 귀하냐옷이 귀하냐아들 앞세울까봐제일 무섭다죽는 게 뭐가 무섭냐* 어머니, 이 자식을 세상 무엇보다 귀하게 여겨주셔서 고맙습니다. 당신 눈부처로 품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죽는 것도 무서워 안 하시고 이 세상 어떤 적보다 힘이 센 어머니도 그러나 딱 하나 무서운 것이 있군요. 자식을 앞세워 보낸 부모들이 겪는 참척(慘慽)의 고통을 짐작이나 할까요. 부모는 당신 목숨을 대신 가져가시라 통곡하시겠지요. 이런 어머니가 계시기에 아들딸들은 당당해집니다. 이 세상 무엇보다 좋은 어머니가 있어 오늘을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어머니, 불초 아들은 우리 어머니 저 세상 가실까 무섭습니다. 부디 오래오래 함께 살아요, 어머니! /신솔원(동시작가) (*완주군 복합문화지구 <누에>의 감성수업 詩詩한 11월 중에서)
말도 할 줄 모르는데봄에 꽃구경을 갔다옮겨보지도 못한 말이 평생,그럭저럭 살지 뭐△ ‘긴 세월 어찌 사셨어요?’ ‘그럭저럭 살았다.’ 전쟁 통에 오랫동안 헤어져 있다가 만난 어느 고부간에 주고받은 말이랍니다. 비봉면 오중이 할매가 자신의 사진을 들여다보며 하신 말씀도 그와 같았지요. 사진 속에는 봄 철쭉 만발한 가운데 웃고 있는 할매가 서 계셨는데요. 평생 말 한마디 할 줄 모르고, 글 한 줄 쓸 줄 모른 채 살아낸 세월이 ‘그럭저럭 살지 뭐’ 속말을 하는 것 같았답니다. <김형미 (시인)>(*완주군 복합문화지구 <누에>의 감성수업 ‘詩詩한 11월’ 중에서)
이 나이 먹어서죽을 준비는 하고 있어야지△가난이 한낱 남루에 불과하다는 얼토당토 않는 시 구절을 도려내고 싶은 순간에 이 글을 읽었다. “죽을 준비”라는 어절의 뒷면에 뭐가 적혔는지 오래오래 캐보고 싶었다. 가난은 죽음의 유혹, 자살의 유혹을 견디는 얼마나 무덥고 지루한 터널이던가. 어머니. 아, 어머니. ∥이병초(시인)(※완주군 복합문화지구 <누에>의 감성수업 ‘詩詩한 11월’ 중에서)
안 부대끼고잠자는 듯이 죽어야지죽는 것을 어찌 알겠는가△우리에게는 ‘이야기 문화’가 있었네요. 할매 다리를 베고 누워 자장자장 밤마다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잠에 들곤 했는데요. 이번엔 어쩌다 밤도 아닌 아침부터 ‘죽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을까요. 젊거나 늙었거나 아무리 저승길 가는 데엔 순서가 없다는 말이 있어도, 할매들은 그것이 남 이야기 같지 않은가 봅니다. 모두들 한마디씩 꺼내는데 글쎄, ‘죽는 이치’가 이것인가 싶더군요. 몸 ‘안 부대끼고’ 살다가 모르게 ‘죽는 것’ 말이지요. <김형미(시인)>(*완주군 복합문화지구 <누에>의 감성수업 ‘詩詩한 11월’ 중에서)
자식들 안 여워서 걱정이지나 아픈 것이 무슨 걱정이더냐△어머니 아픈 것이 걱정이지, 나 안 여운 것이 뭣이 걱정이다요. 자식은 말하겠지요. 허나 평생 당신 일은 맨 마지막에라도 두지 않는 우리네 어머니가 아니라면 나를 이 세상 제일로 여겨줄 사람이 또 누구일까요. 세상 모든 자식은 시큰해집니다. 길수야. 어서 청첩장 보내라. 신재순(동시 작가)(*완주군 복합문화지구 <누에>의 감성수업 ‘詩詩한 11월’ 중에서)
“일 다 끝나셨어요?”“죽어야 끝나지.”△김장철이 다가온 완주군 비봉면 할매들, 어찌나 분주하던지요. 그런 와중에도 한글교실에 나오는 일만큼은 악착같네요. 글은 잘 쓸지 몰라도 살아온 평생이 글이 되어버린 할매들. 이 할매들이 주고받는 대화가 만만치 않군요. 한글교실 선생님께서 교실에 막 들어서는 박인옥 할매에게 여쭈었지요. “일 다 끝나셨어요?” 그러자 거 참 명치끝이 꿈먹하는, 할매의 짤막한 대답이 돌아오네요. “죽어야 끝나지.” ·김형미(시인)(*완주군 복합문화지구 <누에>의 감성수업 ‘詩詩한 11월’ 중에서)
아침 8시에 나가서 6시에 돌아오시는 엄마일을 너무 열심히 하셔서 맨날 아프다고 하신다.“왜 이리 열심히 일해?”“우리 딸 맛있는 거 해 주고 예쁜 옷 사 줄려고 일하지.”눈물이 났다.나도 많이 커서 세상에 대해서 안다.맛있는 반찬 없이 먹어도 되는데예쁜 옷 안 입어도 되는데일하는 우리 엄마 보면 오늘도 슬프다내가 할 수 있는 일은열심히 공부하기, 방 청소하기강아지 똥, 오줌 잘 치우기그리고 마지막으로 엄마 안마 해드리기.△서로를 위해주는 가족만큼 따뜻한 것이 세상에 있을까요? 엄마는 수빈이를 생각하고, 수빈이는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이 잘 나타났습니다. 철든 수빈이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김종필 (동화작가)>
오늘도 고릴라 뛰는 소리지긋지긋한 소음따지겠다고 벌떡 일어나는 내 손을엄마가 잡았다오늘도 참아무조건 참는 건 안 좋다고 말했던 엄마는위층에서 뛰는 건 자꾸만 참으라고 한다애들이라서 그런다고나도 애들인데, 위층 애들은 언제나 클까시간이 빨리 가든지 귀를 틀어막든지 해야겠다△저런, 층간 소음이 심하군요. 그래서 요즘 이웃 간에 싸움이 벌어지기도 하지요. 본인은 힘든데 참으라고 하니, 얼마나 더 괴롭겠어요. 위층 아이 손을 살짝 잡고 조심하라고 타일러보면 어떨까요. 엄마 말씀대로 아이는 클 테니까요. 힘들어하는 정민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위로해주고 싶네요. 박서진 동화작가
생일 생일 동생의 생일일어나서 생일 축하 노래 부르고 케이크 먹고동생에겐 제일 좋은 날오늘따라 동생이많이 웃는다△태어난 날 생일! 누구에게나 소중하고 뜻깊은 날이지요. 일 년에 한 번밖에 돌아오지 않는 생일의 주인공은 주변의 축하를 받는 것이 당연하고요. 생일 케이크를 앞에 두고 시끌벅적했을 태건이네 가족 모습이 그려집니다. 선생님도 태건이 동생의 생일 축하해요. 김종필(동화작가)
이날은 많이 힘들었다말을 안 듣는 아이들도 있고말을 많이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그렇게 계속 수업을 했어야 했다하지만 이런 경험을 해 봐도 나쁘지 않다이렇게 학교 아이들과 대화도 해 보고같이 놀고 같이 배웠던 이 날이런 활동을 다시 해 보는 것도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제목이 참 신선해요. 현수에게 이 날은 특별한 날이었나 봐요. 아하, 그 날은 학교에서 <글로벌 다꿈 축제>를 한 날이었군요. 6학년들이 두 명씩 짝이 되어 한 개의 나라를 맡아 동생들에게 설명하고 재미있게 활동을 했다지요? 현수는 중국을 맡아 수업처럼 진행한 것을 의미 있게 생각했군요. 그때의 경험을 동시로 잘 나타내주었어요. ‘같이 놀고 같이 배웠던 이 날’은 정말 멋진 표현이에요. 멋진 시인, 장현수를 응원합니다. 임미성(시인)
몇 번만 쓰면 더러워지는 지우개깨끗해지려고 해도 자꾸만 더 더러워지기만 한다.지울 때마다 주름살이 조금씩 더 생기는 걸 보니 지우개는 사람보다 빨리 늙는 것 같다.△ 지우개를 보고 아파하는 아이의 마음이 가을 하늘처럼 맑다. 황사, 미세먼지로 맑은 하늘을 보지 못 할 때가 많지만, 아이들의 마음은 날씨에 상관없이 깨끗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늦가을, 지우개보다 느리게 늙어간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낀다. 박월선(동화작가)
동생은 농사일을 참 좋아한다.그리고 남의 불행도 좋아한다.아빠가 민들레를 먹으며표정 찡그리면좋다 하고 밭으로 달려가민들레 한 움큼 따온다.그러고 모자랐나 보지이번엔 큰아빠들에게민들레를 먹이기 시작한다.남이 행복하면 자기가약이 오른다고큰아빠들에게도 쓴맛을 선물해 주었다.△ 제목을 보고 글 내용이 궁금했습니다. 제목을 참 잘 지었어요. 장난꾸러기 동생과 어른들의 행복한 표정이 떠올라요. 어른들은 동생에게 쓴맛을 선물 받은 게 아니라 건강을 선물 받았기 때문이지요. 동생을 더 많이 지켜보면 쓸 얘기가 많을 거예요. ∥·김종필 동화작가
가을이 되면 나뭇잎이 떨어진다.떨어진 나뭇잎을 밟으면부스럭 바스락 사각 사르락나뭇잎마다 다른 소리가 난다.나는 나뭇잎을 밟을 때 뭔가 느낌이 좋고,소리도 재미있다.또 내년에 가을이 오면나뭇잎을 밟으며 놀 거다.△낙엽 밟는 소리는 귀가 아니라 발바닥으로 들어야 해요. 부스럭 하는 것은 떡갈나무 잎, 바스락 하는 건 느티나무 잎, 사각 하는 건 단풍잎, 사르락 하는 건 은행잎. 서로 다른 낙엽을 밟으며 뛰놀다보면 부스럭 사각 바스락 사르락 즐거운 음악이 되지요. 전수빈 학생은 가을 숲에서 놀며 낙엽의 교향곡을 감상했군요. 우리 내년에는 모두 함께 듣기로 해요. ∥문신(아동문학가)
우리 가족 나들이하는 날직진하고 있는데“우회전입니다!”우회전하고 있는데“유턴입니다!”새로 생긴 도로로 달리고 있는데“경로를 벗어나 재탐색합니다!”업데이트 안 된 내비게이션은말썽꾸러기△이번 추석 연휴로 가족과 보낸 시간이 길었다. 전나무 숲길을 걸어서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러 가는 길. 내비게이션을 켜지 않고 시골길을 달릴 때였다. 문득 아들이 물었다. “내비게이션이 없을 때는 길을 어떻게 찾았어요?” 차를 멈추고 행인에게 묻거나 신호대기 시간에 다른 차 운전자에게 물었지, 라고 말했다. 그랬다. 지금은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길 찾기가 어렵지만, 낯선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며 길을 묻던 시절이 있었다. 가을꽃들이 참 향기롭다. 박월선(동화작가)
우스꽝스러운탈을 쓰고덩실덩실춤을 춘다기분 좋을 때내가 추는 춤과똑같다탈 쓴 사람도 기분이 좋은가보다△동시는 이렇게 쓰면 됩니다. 형식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내용도 특별한 것을 써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마음이 흥겨우면 흥겨운 대로, 신나면 신나는 대로 그런 마음을 표현하면 됩니다. 또한, 탈의 모습을 ‘우스꽝스럽다’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아주 좋습니다. 세형이는 1학년인데도 동시를 참 잘 씁니다. 참 예쁜 아이입니다. 경종호(시인·김제초 교감) 〈2017 소리백일장 수상 작품〉
띵가 띵가 재밌는 소리소리는 좋고 손가락은 아프고그래도 좋은 가야금다시 치고 싶은데손가락이 너무 아프다칠까? 말까? 그래! 다시 한번 쳐봐야지.△내가 처음 기타를 칠 때도 ‘띵가 띵가’ 했지요. 손가락이 아파도 재미있어서 참았지요. 다른 공부는 ‘띵가 띵가’하고 기타만 쳤지요. 내가 ‘띵가 띵가’ 치면 사람들이 신나게 노래를 불렀지요. 그런데 취직하니 ‘띵가 띵가’ 할 수 없었지요. 소리를 사랑하는 서연아! 지금 도립국악원에서 가야금 연주를 잘하는 ‘달님이 언니’도 처음엔 ‘띵가 띵가’했단다. 서연이, 파이팅! ∥ 박태건 (시인·원광대 교수)〈2017년 소리백일장 수상작품(주최: 전주세계소리축제·최명희문학관)〉
학교 가기 전 집에서아빠가 용돈을 주었다.꾸겨진 1000원짜리들 아빠가 힘들게 벌어온돈들이 축축이 젖어있네.땀일까? 눈물일까?‘꾸겨진 1000원짜리들’에서 잠시 쉬어 읽기를 했습니다. 서효의 관찰 능력을 칭찬하고 싶어서입니다. 1000원짜리를 벌어오는 아빠는 분명 폼 나고 화려한 직업을 가진 사람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돈을 받아 든 아이가 이처럼 귀히 여기고 아빠를 애틋하게 생각하고 있다면, 그 어떤 돈보다 가치 있는 돈일 겁니다. 축축이 젖어 있는 돈을 함부로 쓰지도 않겠지요. 아빠와 서효가 용돈을 통해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잘 담긴 시입니다. 김종필(동화작가)
벼도 쑥나무도 쑥쑥나도 쑥욱쑥식물은 햇볕 먹고 나는 친구들 웃음 먹고 로켓처럼 슈~욱슉 자란다.친구들 웃음을 먹고 자라는 승찬이는 밝고 쾌활한 얼굴이겠지요. 날마다 키 재기 하는 모습이 상상됩니다. 로켓이 그려진 키 재기 그림에 눈금을 표시하고, 엄마·아빠가 대견하다며 칭찬해주는 모습도 그려집니다. 우주를 향해 날아가고픈 마음으로 로켓을 들고 넓은 벌판을 뛰어노는 아이들 많은 곳. 그곳에서 사는 아이들은 키도 마음도 건강하게 자라는 어린이겠지요. 박월선(동화작가)
이 세상에 할미꽃 있지세상에 할머니도 있지우리도 할머니 돼지우리도 할아버지 할머니 꽃돼지△대영이는 할미꽃을 자세히 관찰했군요. 할미꽃에서 할머니꽃으로, 할머니꽃에서 할머니를 상상했네요. 대영이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고 있다지요? 이 시의 3연과 4연은 참 개성적이에요. 일부러 말장난을 한 것은 아니지만 ‘돼지’와 ‘꽃돼지’가 재미있어요. 할머니의 ‘꽃돼지’이기도 하고, 할머니가 될 거라는 말이기도 하죠. 사랑스런 대영이의 시를 할머니가 읽으시면 어떤 표정을 지으실까요? <임미성 시인>
아빠,뭘 그리 보고 있어요?아! 여행을 하면서 구경을 하는 거야.아빠, 그럼 우리 사진 찍어요.추억을 담을 수 있게요그래, 하나, 둘, 셋 찰칵?△짧은 여름방학이 끝나고 이제 개학이네요. 예준이는 방학에 아빠랑 여행을 다녀왔나봐요. 함께 보았던 풍경, 같이 나눴던 이야기들, 그리고 맛있게 먹었던 음식들까지 모두 멋진 경험이었죠? 신나는 그 순간 순간을 담은 사진들, 저도 살짝 구경하고 싶어요. /장은영·동화작가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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