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사람과 사람] '물고기 박사' 김익수 전북대 명예교수

신종 18종 발표한 국내 최고 어류학자…4대강사업 생물다양성 보존위해 반대

원로 어류학자인 김익수 전북대 명예교수가 실험실에서 담수어 표본을 들어보이며 하천 생태계와 생물다양성 보존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추성수(chss78@jjan.kr)

<< 환경운동연합과 한국환경기자클럽은 지난 5월 서울시가 청계천에 갈겨니 등 한강이 아닌 다른 수계에서 잡은 토종 민물고기를 인위적으로 방류했다는 의혹을 포착하고 현장 조사와 발표를 함께 할 어류 전문가를 찾았다.

 

청계천의 물고기 가운데 일부가 한강에서 올라온 게 아니라 방류된 것이라는 주장은 당시 '수질이 개선돼 민물고기가 돌아왔다'는 서울시의 홍보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파문을 예고했다. 청계천 어류 실태조사에 국내에서 가장 권위있는 민물고기 연구자를 모셔야 하는 이유였다.

 

명망있는 '물고기 박사'를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곧바로 언론을 통해 제기된 '청계천 물고기 논란'은 서울시의 거짓·과장 홍보 의혹과 하천 생태계 복원 문제로 이어지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

 

"도심 하천 생태복원 사업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싶었습니다. 국민적 관심 속에 생태하천 복원의 모델이 된 청계천은 정작 먹이사슬이 끊어져 건강한 하천이라고 볼 수 없었습니다."

 

국내 어류 연구자 가운데 단연 첫 손가락에 꼽히는 김익수 전북대 명예교수(68)를 지난 16일 이 대학 생물과학부 실험실에서 만났다. 지난 2008년초 정년퇴임하면서 연구실 대신 실험실을 이용한다는 게 달라졌을 뿐 원로 학자의 학문적 열정은 여전했다. 지난 1학기 1주일에 3시간씩 강의를 맡았던 그는 다음 학기에도 강단에 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 5월 청계천의 어류를 조사한 결과 부착조류와 수서곤충이 발견되지 않아 자연형 하천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면서 "무엇보다 물고기가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점에서 생태하천 전주천과 비교,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전주천은 여울과 소가 형성돼 있고 바닥에 모래·자갈이 깔려 하천 먹이사슬을 잇는 부착조류와 수서곤충이 많다는 점에서 청계천과 비교된다는 설명이다.

 

지난 2000년 전주의제21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했던 김교수는 당시 김완주 전주시장에게 수 차례 건의, 설계변경을 통해 전주천을 자연형 하천 복원사업의 전국적 모델로 만들어 내는데 큰 몫을 해냈다.

 

"같은 종(種)이더라도 서식하는 공간이 다르면 유전자가 다릅니다. 모든 동·식물은 오랜 세월 적응해 온 환경에서 살아야 먹이사슬이 안정되고 생태계가 유지되는 만큼 서식지를 인위적으로 옮겨서는 안됩니다."

 

김교수는 논란이 되고 있는 4대강 개발사업에 대해 '생물 다양성 보존' 측면에서 반대 목소리를 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동·식물은 서식환경이 갑작스럽게 망가지면 멸종될 수 있고, 이같은 사태는 자연 생태계와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 인간의 생존환경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서 "생물의 종 보존이 인류 생존을 위한 과제라는 점에서 당장 인간의 입장만을 고려한 4대강 사업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고 말했다. 어류 조사를 위해 30여년 동안 전국 곳곳의 물길을 샅샅이 뒤지면서 우리나라 하천 생태계의 변화상을 생생하게 지켜본 원로 어류학자의 지적이다.

 

그는 우리나라 고유 어종 작명가로도 이름이 나있다. 실제 광복 이후 학계에 발표된 국내 신종(新種) 담수어의 대부분이 김교수의 노력에서 나왔다.

 

1972년 서울대 생물교육학과 조교 시절부터 어류 분류학과 생태학을 연구해 온 김교수는 1975년 전북대에 임용되면서 미꾸리과의 우리나라 고유종인 참종개를 신종으로 학계에 발표, 한국 연구자가 발견한 최초의 신종 어류로 이름을 올렸다.

 

그가 지금껏 학계에 보고한 어류 신종은 천연기념물(제 454호)로 지정된 미호종개를 비롯, 부안종개·좀수수치·임실납자루·참갈겨니·퉁사리·점줄망둑 등 모두 18종에 이른다. 광복 이후 국내 학자에 의해 발표된 신종이 담수어의 경우 많아야 30종 남짓이라는 점에서 어류 생태·분류학 분야에 기여한 김교수의 연구성과를 가늠할 수 있다.

 

특히 참종개와 왕종개·미호종개·부안종개·동방종개 등 5개 고유 어종의 학명에는 김교수 이름을 라틴어식으로 표기한 '익수키미아(Iksookimia)'가 들어간다. 루마니아의 세계적 어류학자인 날반트(Nalbant) 박사가 지난 1993년 우리나라의 기름종개속(Cobitis) 어류 다섯 종을 새로운 '속(屬)'으로 분류하고, 더 나아가 속명을 김교수의 이름을 따 익수키미아(Iksookimia)로 명명한 것이다. 담수어 학명에 국내 학자의 이름이 들어간 사례는 김교수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년을 맞아 대학 연구실을 떠나면서 김교수는 스스로 '여천(如川)'이라는 호를 지었다. 흐르는 냇물처럼,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닮아가겠다는 의미다. 또 인간의 이기심으로부터 '생물 다양성'을 지켜내야 한다는 그의 의지도 엿보인다.

 

전남 함평이 고향인 김교수는 서울대 생물교육학과를 졸업한 후 같은 대학에서 석사, 중앙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975년부터 33년 동안 전북대에 재직했다. 저서로는 '춤추는 물고기'와 '은빛 여울에는 쉬리가 산다'·'한국 어류대도감'·'한국의 민물고기'등이 있다.

 

김종표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교육일반‘상습 표절’ 침묵...시민사회단체 ‘선택적 정의’ 비판

경제일반[주간 증시전망] 3차 상법 개정안 등에 관심

오피니언[사설] 하계올림픽 ‘서울 유치 망상’ 당장 버려라

오피니언[사설] 최명희문학관 정상화, 전주시 ‘적극행정’을

오피니언지방선거, 환영받는 출마와 아름다운 퇴진